비대면 진료의 제도적 변화와 임상적 활용 가능성을 주제로 chaeum Endocrinologist Expert Meeting이 개최됐다. 이날 발표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의 비대면 진료의 발자취와 현 제도의 한계가 공유되었으며, 향후 근거 기반 가이드라인과 질환 특화형 플랫폼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또한 임신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단기간 집중 관리와 맞춤형 피드백 제공이 비대면 진료의 실제적 적용 대상으로 적절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비대면 진료가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임상적 효과와 환자 특성에 기반한 보완적 수단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 비대면 진료 - 김헌성 교수(서울성모병원)
2. Evidence for telemedicine in gestational diabetes management - 이지은 교수(강남차병원)
Panel Discussion
원종철 교수(김포우리병원)·박정환 교수(한양대병원)·이상열 교수(경희의료원)
비대면 진료 - 김헌성 교수
비대면 진료와 관련된 논의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원격의료/원격진료라는 명칭으로 시작된 이후 여러 차례 논의가 있었으나, 코로나19 이후 시범사업이 진행되면서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되었다. 2001년부터 2020년까지의 원격 진료와 코로나19 이후의 비대면 진료는 성격과 접근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차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할 것인가는 결국 의료진에게 중요한 역할로 남아 있다.
비대면 진료의 본질적 개념을 살펴보면 세 가지 핵심 요소가 필요하다. 첫째, 환자가 병원에 직접 오지 않더라도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시진, 청진, 타진, 촉진을 대체할 수 있는 의료기기(Device/Sensor, 이하 ‘디바이스’)가 필요하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혈당계가 될 수 있고, 고혈압 환자에게는 혈압계, 또는 심전도기, 체온계 등 환자의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기기가 해당된다.
둘째,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Network Server 역할)이 필요하다. 환자가 측정한 값이 단순히 기록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저장되고 분석되어야 한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은 의학적 자문 및 상담(이하 ‘피드백’)이다. 의료기기를 통해 생성된 데이터가 플랫폼에 축적되고 분석된 후, 의료진들에게 보여지면, 의료진은 이를 근거로 환자에게 적절한 진단과 조언을 제공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즉 디바이스, 플랫폼, 피드백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어야만 비대면 진료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으며, 이는 환자의 건강관리를 위한 비대면 진료의 핵심 원칙이다.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의 경우, 혈당계에서 측정된 값, 식이 일지, 활동량 기록 등이 플랫폼에 함께 올라간다. 이를 종합해 환자의 생활습관과 혈당 변화를 분석하면, 환자에게 보다 적합한 생활 습관을 조언할 수 있다. 여기에 혈압, 체온, 심전도 등 다양한 데이터가 결합되면 진료의 정밀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Telehealth의 발자취
이러한 개념은 이미 2001년 가톨릭대학교 윤건호 교수팀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제시된 바 있으며, 당시에도 디바이스, 플랫폼, 피드백의 삼각 구도가 비대면 진료의 핵심이라는 점은 변함없이 강조되고 있었다. 구체적인 방식은 환자가 세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것은 유지하되, 나머지 기간 동안에는 인터넷을 통해 혈당 수치를 업로드하는 형태였다. 환자가 입력한 혈당값이 플랫폼에 저장되고, 의료진은 이를 확인한 뒤 환자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의료 피드백을 제공했다. 이처럼 2000년대 초반부터 이미 디바이스, 플랫폼, 피드백이라는 구조가 뚜렷하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시스템은 혈당계라는 디바이스를 통해 환자가 기록한 데이터가 플랫폼에 저장되며, 원격관리센터에서 환자에게 피드백을 제공하는 형태였다. 비록 ‘인터넷을 통한 혈당 관리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지만, 본질적으로는 원격진료의 초기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원격진료’라는 용어가 생소했기 때문에 보다 익숙한 표현을 사용했을 뿐이다.
당시 플랫폼의 역할로는 웹 차트가 활용되었는데, 환자가 혈당값과 복용 약제, 생활 습관 등을 기록하면, 이를 기반으로 의료진이 매일 환자에게 피드백을 제공했다. 의료진들은 환자가 측정하고 업로드한 데이터를 확인한 후 “혈당 조절이 잘 되고 있습니다”, “약을 하나 더 복용하세요”, “주사 용량을 몇 단위로 조정하세요”와 같은 조언을 전달할 수 있었다. 이는 디바이스에서 생성된 데이터가 플랫폼에 축적되고, 이를 토대로 의료 피드백이 이어지는 전형적인 비대면진료의 형태였다.
2004년에는 이러한 관리 방식의 효과가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다. 추가적인 약물 투여 없이도 환자의 당화혈색소가 평균 0.7% 정도 감소하는 경향이 관찰되었으며, 관련 연구 결과는 Diabetes Care에 게재되었다. 해당 논문은 금일 채움좌담회의 좌장을 맡으신 권혁상 교수가 제1저자로 참여하였으며, 이는 비대면 진료의 임상적 근거를 마련한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후에도 30개월 이상 장기간 추적 연구가 이어지면서 비대면 진료의 효과가 지속적으로 입증되었다.
따라서 국내에서의 비대면 진료 연구는 2001년부터 2004년에 걸쳐 이미 초기 모델이 구축되었으며, 이는 이후 다양한 연구와 임상 현장 적용의 토대가 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당시부터 이미 비대면 진료가 단순한 시범사업이 아니라 임상적 효과와 근거를 갖춘 형태로 진행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의 상황은 이전과는 매우 다르다. 코로나19로 인해 시행된 비대면 진료는 본질적으로 건강관리 목적이 아니라 감염 예방을 위한 조치였다. 환자들이 병원에 모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지침에서 비롯된 진료였으며, 이는 디바이스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건강관리 목적의 비대면 진료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근거 기반의 건강관리 모델인 반면, 후자는 편의성에 치중한 형태였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 역시 이러한 코로나19 기원의 영향으로, 근거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채 단순한 편의성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는 한계를 보인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수행 실적 평가
현재 시행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는 ‘한시적 비대면 진료’로, 의료법에 근거한 제도가 아니라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한시적으로 허용된 조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를 토대로 제도를 확장 및 시범사업을 보완하는 형태로 유지해 왔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청에 따라 건강보험 데이터를 활용하여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평가한 결과, 대학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와 달리 실제 전체 비대면 진료의 99.8%가 지역 의원에서 이루어졌다. 따라서 대학병원 쏠림에 대한 우려는 불필요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비대면 진료가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점도 확인되었다.
비대면 진료의 주요 급여 질환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순으로 나타난다. 10세 미만 소아에서는 급성 기관지염이 가장 많았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의 경우도 본래는 모니터링과 관리 목적에서 비대면 진료가 활용 되었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반복 처방이 용이한 약제 라는 점이 더 큰 이유였다. 따라서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될 경우 가장 많은 처방은 결국 만성질환 관리 영역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반복 처방 위주의 진료가 장기적으로 환자의 혈당 및 건강 지표를 악화시킬 가능성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비대면 진료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은 플랫폼이다. 현재 비대면진료의 상용화에는 사실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기여도가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환자들의 데이터들이 저장·분석·피드백을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 미비하고, 행정적 편의성을 제공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는 부분은 다소 아쉽기도 하다.
각 질환 별 특화 플랫폼의 필요성을 강조되기도 한다. 당뇨병 환자라면 혈당계나 CGM이 연동되는 플랫폼이, 피부질환의 경우 고해상도 사진 기반 진단 시스템이 필요하다. 고혈압, 천식 등 만성질환 관리에서도 질환 특성에 맞는 디바이스와 플랫폼, 피드백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전화, 화상, 사진, 온라인 상담 등 다양한 방식이 활용될 수 있지만, 각 질환 군마다 최적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비대면 진료의 제도적 정착을 위한 과제
따라서 의료계가 해야 할 역할은 분명하다. 우선 대면 진료와 비대면 진료 각각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들을 명문화한 가이드라인과 프로토콜을 마련해야 한다. 환자와 질환에 대해 유형별로 어떤 항목을 점검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를 체크리스트 형태로 표준화해야 한다.
비대면 진료의 주 무대는 1차 의료기관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개원의 입장에서는 인력, 장비, 비용의 제약이 크다. 따라서 해외 사례처럼 대학병원이 백업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마치 대형 가전 회사가 판매와 서비스 기능을 분리해 운영하듯이 1차 의원에서 처방을 내면 대학병원이 기기 관리나 오류 대응을 지원하는 형태로 발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코디네이팅 센터(Coordinating Center)’와 같은 지원 체계가 필요하지만, 현재는 수익 구조가 불안정하여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그림 1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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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헬스코디네이팅 센터: 이상적인 원격 진료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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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idence for telemedicine in gestational diabetes management - 이지은 교수
비대면 진료의 정의는 환자와 의사가 같은 공간에 있지 않더라도 의료 상담뿐만 아니라 모니터링, 교육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원래는 국내에서 불법으로 규정되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편의성 중심으로 활성화되었다. 최근에는 만성질환이나 정신건강 영역에서 활용이 확대되고 있으며, 동시에 국내외에서 오남용 사례도 다수 보고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낙태약이 불법인 지역에 이를 처방하거나, ADHD 치료제인 Adderall®을 대량으로 처방한 사례가 있었고, 국내에서도 유명인의 비대면 진료 이용 사례가 적법하지 않은 절차 속에서 이뤄진 사실이 논란이 되었다.
그럼에도 비대면 진료를 잘 활용한다면 환자 관리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 예를 들어 주거지 내 모니터링 시스템 설치와 상주 의사 혹은 원격 상담 의사를 결합해 환자의 생활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모델이 해외에서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시도를 참고하면, 우리나라에서도 단순한 편의성 차원을 넘어 건강 증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방향으로 정착하는 것을 기대해볼 수 있다.
임신성 당뇨 관리의 주요 측면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임신성 당뇨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임신성 당뇨의 진단율은 약 7~9%로 보고되며, 다양한 합병증 위험이 동반되기 때문에 철저한 예방과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제약이 존재한다. 환자 개개인에게 맞춘 생활습관 교정(Lifestyle modification)을 지도하는 것은 쉽지 않고, 특히 임산부의 경우 신체적 제약으로 운동을 실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환자들은 주사제 사용에 대한 두려움과 용량 조절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또한 환자들이 혈당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생기는 불안감도 크다. 한두 번의 비정상적인 수치가 문제가 되는지, 목표치에서 얼마나 벗어나야 위험한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많다. 분만 이후에는 병원 내 추적 관찰이 잘 이뤄지지 않아 관리가 단절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러한 점에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활용한다면 환자의 혈당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시점마다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이러한 적용에는 여러 도전 과제가 따른다. 환자들에게는 혈당 측정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고, 반복 측정으로 인한 불안감이 높아지기도 한다. 육아나 직장 생활로 인한 물리적 요인으로 인해 병원 방문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한계들을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이 비대면 진료라면, 임신성 당뇨 환자 관리에서 충분히 유의미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임신성 당뇨 환자는 비대면 진료의 적절한 대상군이 될 수 있다. 이들은 짧은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혈당을 모니터링해야 하며, 그 결과가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자기 관리(self-management)에 대한 요구도가 크고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젊은 환자들이 많아 앱이나 CGM(연속혈당측정기) 사용에 익숙하며, 병원 방문의 물리적 제약이 커서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도 높다. 이러한 이유로 임신성 당뇨 환자는 비대면 진료를 시범적으로 적용해 보기 좋은 집단으로 생각된다.
텔레메디신(Telemedicine) 응용 분야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다양한 한계가 존재한다. 생활습관 교정을 개별적으로 지도하기 어렵고, 인슐린 사용에 대한 두려움이나 용량 조절의 어려움이 흔하다. 혈당 모니터링 과정에서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나올 경우 환자들은 그 의미와 위험성에 대해 많은 불안을 느낀다. 분만 이후 추적 진료가 끊기는 경우도 적지 않아서 지속적인 관리가 어렵다. 이러한 측면에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활용하면, 정기적 알림과 피드백 제공, 텔레컨설테이션(tele-consultation), 교육 자료 전송 등을 통해 환자들의 불안을 완화하고 자기 관리를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여러 도전 과제도 있다. EMR과의 연동이 어려워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힘들고,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의료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AI 기반의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으며, 교육간호사와 당뇨 교육팀 등 다학제 팀 접근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서는 적절한 수가 체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보다 다소 높은 수가를 받지만, 인력과 플랫폼 운영에 따른 비용을 고려하면 충분하지 않다. 미국의 경우 시간 단위 별로 진료 수가가 세분화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과거 CGM 데이터를 EMR에 연동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데이터 보안과 프라이버시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경험도 있다. 그러나 비대면 진료가 다학제적 팀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환자가 매번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도, 의료진이 각자의 역할에 맞추어 정보를 공유하고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면, 환자 관리의 효율성과 만족도가 동시에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비대면 진료를 위해 현재 어떤 앱이 존재하는지 살펴보니 매우 다양했다. 직관적인 이름을 가진 앱도 많았고,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구조였다. 특정 플랫폼에서 내과를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정의학과나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대부분이었다. 이중 예약 가능한 의사가 부산 소재 병원에서 심야 시간까지 진료를 제공하는 것을 보면서 장기적인 관리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앱의 기본 기능은 환자가 진료과를 선택하고, 음성 혹은 영상 진료 방식을 지정하며, 결제 후 진료 후기를 남기는 구조였다. 이는 흡사 음식 배달 앱과 유사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환자가 후기와 평가를 보고 의사를 선택하는 방식은 단기적인 편의성은 높일 수 있지만, 초진부터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따라서 초진은 반드시 대면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후 추적 진료와 관리에 비대면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임신성 당뇨 환자에게 적용할 경우 몇 가지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 당뇨병이나 임신성 당뇨를 처음 진단받았거나, 인슐린을 처음 시작한 환자는 초기 교육과 생활습관 교정이 필수적이다. 이 경우 원격 상담을 주 1~2회 수준으로 제공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상담은 반드시 의사만이 아니라 교육 간호사 등 전문 인력이 팀 기반으로 제공할 수도 있다. 또한 환자가 일정 기간 동안 다이어트, 운동, 생활습관 관리에 관한 정보를 주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다면 동기 부여와 자기 관리 능력 향상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
CGM 데이터를 비롯한 혈당 측정 결과는 이미 앱과 연동하여 리뷰할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인슐린 용량 조절에 대한 피드백을 줄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과정은 반드시 EMR에 기록되어야 하므로, 데이터 통합과 보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임상적 연구 결과
임신성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장기적인 임신 결과나 출산 후 아이의 건강에서 뚜렷한 긍정적 효과는 일관되지 않았다. 그러나 환자의 불안 감소, 자기효능감(self-efficacy) 향상, 생활습관 개선과 같은 단기적·행동적 지표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그림 2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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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2] 임신성 당뇨(GDM)에서 텔레메디신의 주요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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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가 헬스케어 시스템 차원에서 기여해야 하는 부분 중 하나는 의료 접근성 향상과 비용 절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비용을 확실히 줄였다는 근거는 부족하다. 다만 “추가적인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정도의 결론은 일정하게 도출되었다. 의료진 측면에서는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2015년 발표된 메타분석에서는 여러 연구를 종합한 결과, 혈당 조절과 임상적 outcome에서 뚜렷한 개선은 보이지 않았다. 2020년에 발표된 보다 큰 규모의 분석에서는 혈당 조절 상태는 일부 개선되는 경향이 확인되었으나, HbA1c 수치와 장기적 outcome 개선에는 큰 의미가 없었다. 2024년 발표된 11개 무작위대조시험(RCT, randomized control trial), 약 2천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식후 혈당(postprandial glucose)은 개선되었으나, 공복 혈당과 평균 혈당은 차이가 없었다. 다만, 제왕절개율(C-section rate) 감소 정도만이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전반적으로 혈당 조절은 개선되더라도 임신 outcome에는 제한적인 효과를 보였다는 점에서 근거의 한계가 드러났다.
TeleGDM 연구에서도 비대면 진료군과 표준 진료군을 비교했을 때, 산모와 태아 outcome에는 큰 차이가 없었으나, 혈당 조절 정도는 다소 개선되는 결과를 보였다. 특히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서는 목표 용량에 도달해 안정화되는 시간이 더 짧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중국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서는 약 13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위챗(WeChat)을 활용한 교육과 그룹 기반 상호작용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매주 교육 메시지를 전송하고, 식이 조언과 상호 지지를 제공했다. 그 결과 대조군보다 혈당 목표에 도달하는 비율이 높았다. 그러나 임신 outcome에서는 여전히 큰 차이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러한 결과들은 텔레메디신이 단기적으로 혈당 조절에는 분명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장기적 outcome 개선에는 아직 한계가 있으며, 연구 규모와 설계가 보다 정교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임신성 당뇨와 관련하여 아이들의 ADHD, 학습장애, 자폐 위험 증가와 같은 장기적 합병증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혈당 조절 자체가 가지는 의미는 여전히 크다고 할 수 있다.
한계와 고려할 사항
적용 과정에서는 몇 가지 현실적 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 표준화된 플랫폼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둘째, 환자에게 교육과 코칭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상호작용적(interactive) 구조가 필요하다. AA (Alcoholics Anonymous, 익명의 알코올 중독자) 모임과 같이 환자 간 상호작용을 통한 지지 체계도 긍정적인 보완 수단이 될 수 있다. 셋째, 의료진 단독으로는 감당할 수 없으므로 간호사, 영양사, 사회사업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추가적으로 CGM 사용이 모든 환자에게 가능하지 않다는 점, EMR에 데이터를 수기로 입력해야 하는 불편함, 정해진 수가 체계가 없다는 점도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진료비 체계 역시 고민이 필요한데, 비대면 진료가 추가적 인력과 기술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대면 진료보다 다소 높은 보상 구조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결론 및 미래의 전망
결론적으로,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다만 보조적 역할로서 충분히 활용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임신성 당뇨 환자의 경우 외래를 3개월마다 방문하도록 하지만, 인슐린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불안감으로 인해 1개월 만에 재방문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3개월 외래 방문 주기를 유지하되, 중간의 1~2개월은 비대면 진료를 통해 관리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는 일부 긍정적인 outcome을 보여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으며 일관성이 부족하다. 따라서 보다 많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를 보완하는 역할로 충분히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관련 규제를 정비하고, 연구 근거를 축적하여 임상 현장에서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Panel Discussion>
원종철 교수: 김헌성 교수가 과거 성모병원에서 임신성 당뇨 연구도 진행하면서 많은 의미 있는 작업들을 해오고 있는 것 같다. 임신성 당뇨 환자들은 혈당 조절에 적극적이고 순응도도 높아 텔레메디신의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는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텔레메디신이 실제로 언제 정착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개인적으로 과거 진흥원에서 관련 사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는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당시에도 이 분야를 선도하던 사람들이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 요인이었다. 프로그램을 개발 및 판매하거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다. 병원에서 컴퓨터나 모니터를 교체하면 큰 비용이 들어가지만, 단순히 소프트웨어 제공만으로는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았다. 결국 지금까지도 정착되지 못한 이유에는 이러한 경제적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고 본다. 또한 한국은 의료 접근성이 높아 병원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의사 수도 많다. 그렇다 보니 텔레메디신은 단순히 편의성을 위한 대체 수단으로만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마치 집에서 요리를 하기 싫어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것과 유사한 구조로 변질되면서, 오히려 제도 발전을 저해하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분야에서 텔레메디신은 계속 논의되는 주제인 만큼, 일정 수준의 준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헌성 교수: 올해는 실제 제도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관련 법안이 이미 국회에 상정되어 있으며, 여야 모두 추진 의지를 밝히고 있어서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지은 교수: 자세히 살펴본 것은 아니지만, 현재 제도적 틀에 허점이 많아 보인다. 규제 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분별하게 허용되는 분위기라는 점이 우려된다.
박정환 교수: 김헌성 교수에게 질문 드리고 싶다. 강의 중에 언급하신 의료 자문이 요즘 흐름에서는 AI로 대체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문제는 이를 어디까지 의사와 유사한 역할로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만약 비대면 진료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의료 자문을 AI가 제공한다고 한다면, 이를 인증 받은 업체와 인증 받지 못한 업체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필요할 것 같다.
김헌성 교수: 그 부분도 이미 ATA(American Telemedicine Association)에서 이슈가 된 바 있다. 과거, 특히 2010년대까지만 해도 Device–Platform–Medical Feedback 체계에서 의료 피드백(medical feedback)은 physician-driven, 즉 의사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2020년 들어 AI가 등장하면서 의사 중심의 의료 피드백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의 의료 피드백(data-based medical feedback)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흐름이 형성되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피드백이 가능해지면 비용 문제도 해결된다고 보았다. 실제로 PGHD(patient-generated health data)와 빅데이터,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을 결합하여 환자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하기 시작했지만, 3~4년 정도 지나고 보니 기대만큼의 효과는 없었다. 예를 들어 CGM 데이터를 분석해 환자에게 알림을 보내도 결국 환자들은 이를 스팸으로 인식하고 반응하지 않았다. 결국 데이터만으로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현재 WHO에서 제시하는 방향은 데이터 기반의 의사 중심 의료 피드백 (data-based physician-driven medical feedback)이다. 즉, 데이터 기반 알고리즘을 활용하되 최종적으로는 의사가 직접 개입해야만 실질적인 의료 피드백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정환 교수: 내분비 영역을 생각했을 때, AI가 모든 환자의 데이터를 일일이 분석해 담당 의사에게 우선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환자를 선별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CGM 데이터를 AI가 읽어 분석하고, 주의가 필요한 환자를 선별해 의사에게 알려주는 방식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다.
김헌성 교수: 과거 사스(SARS)가 유행하던 시기에 Semi-Automatic Response System(반자동 대응 시스템)을 개발한 경험이 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실제로 노동력이 50%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 방금 말씀하신 방향도 같은 맥락에서 의미 있는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좌장: 과거 미국에서도 유사한 문제를 겪었는데, 의사가 직접 피드백을 제공하려면 인건비 부담이 지나치게 컸다는 점이다. 간호사의 인건비도 높아서 환자 수에 제한을 두어야 했고, 결국 지속 가능성이 떨어졌다. 당시 이와 관련한 연구 분석 결과에 따르면, 환자가 입력한 혈당 수치 중 60~70%는 단순히 “괜찮습니다, 잘하고 있습니다”라는 정도의 응답만으로 충분했다. 이 때문에 연구진은 알고리즘을 활용해 일정 혈당 구간에서는 자동으로 긍정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 semi-automatic response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는 마치 현재의 AI 알고리즘과 유사한 개념으로, 연구자가 직접 일일이 입력하던 업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원격 진료가 과연 얼마나 필요한 제도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최근의 논의가 편의성 위주로만 흘러가고 있다는 점은 오히려 제도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내분비 영역에서 텔레메디신이 진정으로 필요한 예로는 다음을 생각해볼 수 있다. 들어 독거노인 환자가 혼자 인슐린 주사를 맞기 어려운 상황이거나, 거동이 불편한 고령 환자가 병원에 방문하기 어려운 경우다. 하지만, 이러한 환자들에게는 텔레메디신 보다 오히려 방문 진료(home visit)가 더 적합할 수 있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는 방문 간호 서비스와 방문 채혈, 기초 처치 등이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고령 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일본처럼 방문 진료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직장인이나 바쁜 환자들이 단순히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비대면 진료를 이용하는 것은 제도의 본래 취지와 맞지 않으며, 오히려 제도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결국 앞으로의 비대면 진료는 어떻게 하면 의료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원종철 교수: 미국이나 호주에서는 의사가 환자를 직접 보려면 헬리콥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시범사업이 남해나 도서 지역에서 진행된 바 있다. 그러나 현재는 이들 지역에도 병원이 들어서 있어, 텔레메디신이 꼭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 개인적 경험으로 강원도에서 시범사업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당시 원주의과대학과 협력해 보건지소를 중심으로 텔레메디신을 통한 처방을 시도했다. 하지만 실제로 보건지소에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인력만 상주했고, 불과 100m만 나가면 읍내에 병원이 있어 굳이 텔레메디신이 필요하지 않은 구조였다. 이는 제도의 필요성과 목적이 왜곡된 사례라고 생각한다. 또한 GDM 환자에서 결과가 좋은 이유는 근본적으로 지속적인 피드백과 리마인드(remind) 효과 때문이다. 실제로 여러 의사들이 임신성 당뇨 환자들에게 카카오톡을 통해 꾸준히 피드백을 제공하는데, 이는 진료의 본질보다는 서비스적 성격에 가깝다. 환자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리마인드를 제공하는 것이 혈당 조절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텔레메디신의 본질적 의미와는 다르며, 현재의 텔레메디신은 편의성과 부가적 서비스 제공에 국한된 측면이 많다. 결국 지금 시점에서 텔레메디신은 여전히 거품이 많다고 본다. 물론 앞으로 로봇 수술이나 인공지능 기반 진료처럼 기술이 발전하면, 언젠가는 우리가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자동화된 의료가 가능해질 것이다. 하지만 현재 당뇨병 관리에서 텔레메디신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것은, 실질적 필요성보다는 편의성과 서비스적 기능이 부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지은 교수: 비대면 진료가 단순한 부가 서비스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혈당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환자들도 상당히 많다. 장기간에는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짧은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약을 처방하듯이 비대면 교육을 일정 기간 참여하도록 하는 방식이 가능하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임신성 당뇨 환자들에게는 특히 효과가 클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과거 근무했던 병원에서 참가 했었던 사업 중 하나가 이러한 방식이었다. 환자들 중에는 필요와 관심이 있는 경우가 있고, 아무리 교육해도 관심이 없는 경우도 있다. 관심이 있고 배우고자 하는데 진료 시간 내에는 충분히 해결되지 않는 환자들에게는 플랫폼을 활용해 필요한 피드백을 제공하고 인슐린 용량도 조절해 주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비대면 진료 영역에서 인슐린 용량 조절이나 식사 기록 확인을 기반으로 한 피드백 제공이 허용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이라도 이러한 지원을 해주면 환자 상태가 현저히 호전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비대면 진료를 보완적 수단으로 단기간 활용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좌장: 두 분의 강의와 심도 있는 패널 토론에 감사드린다. 이것으로 세션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