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생신보】 정부가 상급종합병원 구조를 중증환자 진료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2027년까지 진행하는 시범사업에 매년 3조원씩 총 9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중증환자 입원, 중증 수술 등에 대한 수가(의료서비스 대가)를 비롯해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에 쓰인다.
여기 참여하려는 서울 소재 1500병상 이상 대형병원은 일반병상을 15% 감축해야 한다. 전공의 비중도 수련병원에 머무는 현원 기준으로 현행 40%에서 20%로 절반을 줄여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21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혁신적 의료공급 및 이용체계 개편방안 공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개편 방안을 공개했다. 발제를 맡은 유정민 복지부 의료체계혁신과장은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을 올 하반기부터 3년간 시행해 중증 의료기관으로서 기능을 강화할 수 있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이 초점을 두는 분야는 진료, 진료협력, 병상, 인력, 전공의 수련 등 크게 5가지다. 그 중 병상, 진료, 인력 분야를 핵심으로 둔다. 진료 분야에서는 우선 현재 청구 단위 기준으로 평균 39% 선인 중증환자 비중을 3년 내 6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기로 했다. 환자 절반 이상이 중등증(경증과 중증 사이) 이하인 상황을 재정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증 환자 기준을 현실에 맞춰달라는 의료계 요구를 반영해 상급종합병원에 적합한 중증질환 기준을 재정비한다. 2차급 의료기관에서 전문의뢰된 환자, 응급실을 거쳐 입원한 중증 응급환자, 권역심뇌혈관센터·권역외상센터 입원환자,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 소아 환자 등도 중증으로 간주한다. 로봇수술에 대해서도 암 등 중증 수술인 경우 여기에 포함시킨다.
또한 상급종합병원 인프라를 중증 환자에 적합하게 만들기 위해 일반병상 비중을 줄이도록 했다. 지역별로 차등화를 둔 게 눈에 띈다. 서울의 경우 전체 허가된 병상이 1500병상 이상이면 15%를, 그 외 대형병원은 10%를 줄여야 한다. 경인지역은 10%, 비수도권은 5%를 축소해야 한다.
인력도 현재 전공의 중심에서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 등 전문 인력 중심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방향성은 현행 인력의 숙련도를 높이고, 업무 구조를 팀 구조로 재설계하는 쪽으로 정했다. 이를 위해 수련병원에 재적하는 전공의 현원을 40%에서 단계적으로 20%까지 축소한다. 유 과장은 “다기관 협력 수련체계를 구성함에 따라 전공의들이 여러 의료기관에서 수련 받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수련병원 내 전공의 현원도 줄어드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전공의 수련 과정에서 근무 시간을 주당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연속근무 시간을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축소하는 방침도 포함됐다.
진료 협력과 관련해서는 의사 판단에 따른 전문 의뢰 시 상세 의사 소견을 명시하고, 진료 협력병원 간에는 최우선으로 예약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패스트트랙을 도입한다. 유 과장은 “아직 의사 소견보다 환자가 원하는 곳으로 환자를 보내는 형식적인 회송이 이뤄지고 있어서 중증도에 맞는 의료 이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현장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상급종합병원들이 이러한 시범사업에 참여한 만한 동기부여로, 유 과장은 “중증환자를 잘 볼 수 있는 환경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보상 방안 개편도 같이 할 것”이라고 전했다.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에 건보 재정에서 총 3조원 내외로 투자 방안을 마련 중이다. 시범사업 동안 중환자실과 입원료 보상에 1조5000억원, 중증 수술 보상에 5000억원, 사후 보상에 1조원을 할당한다.
윤명 사무총장은 의료의 공공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환경에서 의료소비자의 의료정보 습득 노력 등 역량 강화, 신뢰에 기반한 의료 이용 문화 형성의 필요성 등에 대해 소개하였다.
발제 이후에는 신현웅 전달체계·지역의료 전문위원회 위원장을 좌장으로 발표에 대한 토론과 현장 질의응답을 진행하였다. 토론 패널로는 박진식 세종병원 이사장, 옥민수 울산대 의대 교수,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이상일 울산대 의대 교수가 참여하였다.
신현웅 전문위원회 위원장은 모든 국민이 본인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제때 적합한 의료기관에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기능·수요 기반 지역협력 의료제공, ▲지역, 필수, 협력 중심의 보상체계 강화, ▲지역주도 지역의료 경쟁력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하였다.
노연홍 의료개혁특위 위원장은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의료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심도있는 사회적 논의를 해나가고 있다”라며, “오늘 공청회에서 제시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여 내실있는 의료개혁 실행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는 지역의료의 역량을 높이고 중증과 응급의 상황에서 환자들이 적시에 적절한 의료이용을 할 수 있도록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는 의료의 질과 환자의 건강 개선을 위해 1차에서 3차까지 각 의료기관이 협력하고, 지역의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혁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제안된 의견을 수렴하여 의료개혁 대책방안을 보완하고, 내부 논의를 거쳐 조속한 시일 내로 의료개혁특위를 통해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사단체가 의료개혁특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이러한 방안이 얼마나 호응을 얻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이날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대한의학회와 공동성명을 내 “특위를 즉각 중단하고 의료계가 참여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논의의 장을 만들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각 전문위원회에 의사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을 “눈 가리고 아웅 식 변명”이라고 칭하며 “단지 보건복지부의 뜻을 따른 거수기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