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생신보】9주째로 접어든 전공의 파업 사태로 전국이 혼란스럽다. 대학병원 교수들도 사직서 제출과 진료 시간 단축 등의 방식으로 전공의 파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에 따른 후유증도 심각한 양상이다. 환자들의 비보 소식 또한 끊이지 않고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의사들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공의들마저 떠나자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는 것이 간호사 특히, PA 간호사들이다. PA 간호사 합법화가 재추진 되고 있는 배경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서 PA 간호사로 활약 중인 인원은 대략 1만 명 정도다. 실제 이런 PA 간호사들의 역할은 어느 정도 일까? 이를 짐작케 하는 자료가 있다. 메디게이트뉴스의 2021년 1월 3일자 기사에 따르면 국립중앙의료원의 경우 전체 수술 건수의 27.3%, 국립암센터의 경우 94.3%에 PA 간호사가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직 불법의 영역에 남아 있지만 PA 간호사의 활동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 정부가 PA 간호사 합법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배경이다.
PA 간호사는 수술 보조, 검사 시술 보조, 검체 의뢰, 응급상황 보조 등 의사가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간호사를 의미한다. 의사의 일부 역할을 간호사가 대신하고 있는 것.
문제의 시작점은 바로 이 곳이다. 꼭 필요 한데 불법이기 때문에 드러내놓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인 것.
이런 가운데 PA 간호사들의 역할에 대해 수사기관이 막무가내로 자격정지, 면허취소, 영업 정지 등의 처분을 내리고 있어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의사들의 철저한 관리 감독 하에서 진행되는 PA 간호사들의 행위에 대해서까지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 하는가 라며 울분을 토하고 있는 것이다.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보특법)’은 ‘부정의료업자’에 대해 2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고 그와 함께 벌금형을 병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정의료업자란 면허가 없는데 의료행위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판례에 따르면 무자격자에게 의료행위를 계속/반복적으로 수행하게 하는, 당사자 본인이 ‘의사 면허를 가진 자’라 할지라도 부정의료업자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PA 간호사를 활용하려는 의사는 보특법 위반에 따른 징역형과 이에 따른 의사 면허 취소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됐듯 PA 간호사는 전국적으로 1만 명에 달한다. 사정기관이 마음먹고 조사에 나선다면 수천 명의 의사를 쉽게 날려 버릴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고무줄과 같은 법 잣대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PA를 활용해 수 십 차례 수술 행위를 한 모 의사에게는 단순 의료법 위반(무면허 의료행위) 혐의가 반면, 불과 수건의 수술에 PA를 참여토록 한 또 다른 의사에게는 보특법이 적용된 것.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법 적용이 가능한 영역이어서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얼마든지 의료계 압박용 무기로 사용 가능해 보인다.
한 의료법 전문 변호사는 “사안의 경중과 무면허 의료행위의 건수, 의사의 개입여부 등에 따라 의료법 위반이나 보특법 위반 적용 기준을 엄격히 구분하고 경찰 및 검찰 내부 기준을 수립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평가했다.
즉, 면허가 없는 ‘돌팔이’ 의사를 때려잡기 위해 제정(1969년)된 보특법으로 면허가 있는 의사가 주도하는 진료행위, 수술행위까지 처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변호사는 “PA 간호사 합법화와 함께 현행법상 업무범위의 구분이 모호한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의 역할 범위에 관해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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