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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이식 위해 해외로 가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국내 소장이식 선도해온 이명덕 교수 “어렵고 힘들었지만 보람도 있었다”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국내 첫 소장이식 20주년 기념심포지엄 개최

이상철 기자 | 기사입력 2024/04/23 [10:38]

“소장이식 위해 해외로 가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국내 소장이식 선도해온 이명덕 교수 “어렵고 힘들었지만 보람도 있었다”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국내 첫 소장이식 20주년 기념심포지엄 개최

이상철 기자 | 입력 : 2024/04/23 [10:38]

【후생신보】  2004년 4월 28일 짧은 창자 때문에 식사를 할 수 없어 고통속에 지냈던 중년 여성이 장기이식 수술 후 입으로 음식을 떠 먹는 모습이 국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국내 처음 소장이식 수술이 성공한 순간이었다.

 

소장은 다른 장기에 비해 거부반응이 심하고 감염이 쉬워 이식 불가능의 영역이었는데 20년 전 난공불락의 소장이식을 정복하고 우리나라 장기이식 역사의 중요한 이정표를 수립한 날이다.

 

환자 이 모씨(1947년생, 당시 56세)는 2004년 4월 9일 생명이 꺼져가던 이씨는 딸로부터 소장을 이식 받았다. 딸의 소장 끝부분 1.5미터를 잘라내 남아 있던 십이지장과 대장에 직접 연결했다. 환자는 수술 후 19일 만에 소감을 전하며 소장이식 시대를 열었다.

 

장기이식 중 최고 난이도 수술인 소장이식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행된지 20년이 지났다.

 

▲ (왼쪽부터) 황정기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장 박순철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장 이명덕 명예교수.

 

대한민국 장기이식 역사를 선도해 온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지난 22일 병원 지하 1층 대강당에서 ‘국내 첫 소장이식 성공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서울성모병원 이명덕 명예교수, 박순철 장기이식센터장, 황정기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장은 가톨릭중앙의료원 출입기자단과 만나 국내 소장이식 20년의 역사를 살펴보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이명덕 명예교수는 “처음 소장이식을 한 환자가 현재 77세이다. 나 보다 한 살 더 많다”며 “소장이식은 4D 수술이다. 그러나 수술을 할 때마다 고민하고 환자에 따라 다른 수술 디자인을 해야 하는 점에서 도전정신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장이식 수술에 욕심이 있었다면 지금보다는 2~3배 정도 수술 환자 수가 많았을 것”이라며 “그러나 외과의사는 수술을 최후의 수단으로 해야 한다. 의사가 칼을 사용할 때는 마지막 순간에 칼을 뽑는 것이지 처음부터 칼을 휘둘러서는 안된다. 따라서 소장이식의 필요성이 없으면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명예교수는 자신이 걸어온 길이 어렵고 힘든 길이었지만 보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의료기관에서는 소장이식이 병원 경영에 도움도 되지 않고 수술시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에 꺼려하고 의료진들도 모래사장 길이 끝나면 아스팔트 길이 나오고 길 양쪽에는 가로수가 있는 그런 길을 선택할려고 하는데 소장이식은 그냥 모래사장 길”이라며 “그러나 국내에도 소장이식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잇고 관심 있는 병원도 있어 앞으로 치료환경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황정기 원장은 “소장이식을 할 수 있는 병원은 고형장기이식 수준이 최상위권에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이명덕 교수가 서울성모병원에 소장이식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줬기에 서울성모병원이 모든 장기이식을 할 수 있는 병원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복부 장기 이식 중에서도 여러가지 종합적으로 보면 소장이식이 중심에 있다”며 “소장을 중심으로 간, 위 등으로 갈 수 있다. 2014년 처음으로 변형다장기이식을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장이식 환자에게 꼭 필요한 정맥영양(Total Parenteral Nutrition TPN)요법이 급여화 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소장이식이 더욱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원장은 “TPN이 보험 급여가 되어 환자 부담이 감소했다”며 “하지만 소장이식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외과의사를 중심으로 내과, 재활의학과, 영양팀, 약제팀으로 구축된 다학제팀이 필요한데 이에 대해 의료기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박순철 센터장(혈관이식외과)은 “다장기이식을 포함한 고형 장기이식을 활발하게 진행할 계획”이라며 “소장이식은 병원마다 건수를 확보할 정도로 건수나 대기자나 연건이 부족하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장기이식을 맡고 있는 각 병원 의료진이 모여 공부하고 수술을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소장이식 등 장기이식에 지속해서 지원하고 수술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8개 병원에서 소장이식 관련 의료진은 의료진만 해도 30여명에 이르고 있으며 팀 전체로 보면 훨씬 더 많은 규모다.

 

▲ 이명덕 명예교수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어왔지만 보람은 있다. 적어도 소장이식을 위해 외국으로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이명덕 명예교수의 표정에서 소장이식 발전에 대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날 기념식에는 환자와 의료진이 만나 감사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괴사성 장염으로 소장을 다 절제하고,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해 태어나자마자 종합영양수액제를 맞으며 병원에서 생활을 했었던 김 모군도 참석했다.

 

김 모군의 보호자는 “소장이식을 받고 건강해진 다른 환자들의 경험을 전해 들었고 의료진에 대한 신뢰로 두 살 때 이식을 결정하였다. 소장이식 수술 후 현재까지 수액주사 없이 정상적으로 식사를 하며 건강히 지내고 있다”며 “아이가 태어나고 집 보다 병원 생활을 더 오래 했었는데, 교수님이 가족보다 우리 아이를 더 챙겨주시고 보호자까지 세심하게 챙겨주셨다”며 의료진에 감사를 표했다.

 

또한 스물 하나에 소장이식 없이 살 수 없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 모씨도 참석했다. 병원에 입원한 시간이 많아지던 중 2008년 12월 31일 숭고한 뇌사자 기증자가 발생, 국내 전례가 없는 뇌사자 소장이식이 시도되었다. 수술 성공 후 후 16년째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한 씨는 “이명덕 교수님은 지금까지도 소장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분들이 수술 받았던 날을 두 번째 생일로 기억하시면서 매해 잊지 않고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시는 따뜻한 의사 선생님”이라 말했다.

 

지금까지 소장이식을 받은 환우들과 소통하며 이식 후 건강을 살피고 있는 이명덕 교수는 “소장이식을 처음 시작 할 때만 해도 의료 선진국에서도 성공하는 사례가 많지 않아 수술 때 마다 걱정이 많았고, 단순히 넣고 이어줬다고 해서 이식이 끝난 것이 아니라, 환자가 주사 끊고 밥 먹고 살 붙는걸 봐야 성공이라 할 수 있어서 수술이 끝나도 환자들이 건강하게 회복되는 날까지 하루하루 마음을 같이 졸였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장기이식과 관련된 모든 병원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보탠 결과라 생각하며, 난이도가 높은 수술에 늘 긴장했지만 환자와 보호자분들이 어려운 과정을 잘 극복해 나가고 건강하게 생활하게 되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우리나라 장기이식을 선도한 가톨릭의대 정신을 유지하며 발전시키고 있다.

 

1969년 국내 최초 신장이식 성공 후 서울성모병원 개원과 함께 장기이식센터가 중점육성센터로 지정되면서 장기이식에 특화된 인프라를 구축했다. 센터는 이식환자만을 위한 중환자실, 수술실, 병동, 특히 외래 공간을 분리 운영하고 있다. 감염에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이식환자를 위해 대기시간이 길어지지 않도록 하며 타과 환자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차별화된 병원 환경시스템을 운영한다. 이식 환자를 위한 전문 의료진과 각 장기 별 코디네이터의 밀착지원 시스템으로 이식 환자와 기증자를 위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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