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오른 2017년 수가협상 수가협상 상견례 자리에서 성상철 이사장, 추무진 회장, 박상근 회장이 타 단체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 문영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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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계 단체들의 내년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수가협상의 막이 올랐다. 공급자 단체인 의약단체들과 가입자를 대변하는 공단은 수가 협상 상견례 자리에서부터 불꽃 튀는 논리 대결을 벌이며 한 치의 양보없는 설전을 벌였다.
더 받아, 올 해 만큼은 회원들에게 질타를 받지 않겠다는 각오로 나선 각 단체장들과 지속 가능한 건보 재정 확보를 강조한 공단의 입장이 충돌하며 이번 수가 협상 역시 쉽지 않음을 예고했다.
건강보험공단과 의약계 6개 단체장들의 수가협상 상견례는 예정된 시각보다 10분 늦은 10일 오후 12시 5분 마포 가든호텔에서 진행됐다.
공단 측에서는 성상철 이사장, 장미승 급여상임이사, 박국상 보험급여실장, 공급자 측에서는 의사협회 추무진 회장, 병원협회 박상근 회장, 약사회 조찬휘 회장, 치과협회 최남섭 회장, 한의협 김필건 회장, 간호협회 김옥희 회장이 참석한 이날 상견례는 박상국 실장의 사회로 성상철 이사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각 단체장들의 인사말, 기념 촬영 순으로 진행됐다.
성상철 이사장 “2025년 건보재정 고갈 우려”
먼저 발언에 나선 성상철 이사장은 보장성 강화와 건보재정 안정화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예측 가능한 뻔한 의약계 단체장들의 주장을 예상한 듯 쐐기를 박았다.
성 이사장은 “의약단체장님들의 관심과 협조로 공단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하고 “지속 가능한 보장성 확대를 통해 보장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올리고 또한 재정을 안정화 시켜 국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한다”고 발언했다.
성 이사장은 이어 “누적 적립금 관련 보도가 많다”며 “하지만 기획재정부 추계를 보면 2025년 안타깝게 보험 재정이 고갈할 것이라는 우려 있다. 모두가 노력해 재정을 안정화하고 지속적으로 보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근 회장 “곳간 채웠으니 이제는 풀어줄 때”
이같은 발언에 병협 박상근 회장은 뼈있는 말을 던졌다. 박 회장은 “어려운 여건 불구하고 알뜰하게 살림해 재정 건정하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면서도 “알뜰하게 살림해 곳간 채웠으니 이제 서서히 풀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응수했다.
그는 “국민이 원하는 보장성 강화 노력 대성과 거두고 있는 노고에 감사하다”며 “재정이라는 것은 바로 국민 건강이 담보다. 그것을 고민하는 것이 공단만 고민해서는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라며 마치 공단만이 국민을 생각하고 있다는 듯한 성 이사장의 발언을 겨냥했다.
그는 이어 “보장성 강화로 인해 병원들 급여비 많이 들어 왔다. 진료비 증가폭 올라갔다”면서 “이 때문에 좋아졌다고 생각하면 큰 잘못이다. 병원장을 역임해 보셔서 아시겠지만 제도권으로 들어올 때 관행수가의 2/3 정도로 들어오기 때문에 어렵다”며 국공립병원 두 곳 정도만을 빼고 모두 적자를 내고 있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더불어 그는 “대통령께서 ‘의료인들 아무 걱정없이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 만들어 주겠다’고 했는데 그것이 못되고 있다”며 “원장들 아침에 회의하면 수입, 지출 얼마냐에 관심있지 무슨 의료를 발전시키고 신의료 신경 쓰지 못하고 있다”며 병원계의 처참한 현실을 가감없이 전달했다.
그는 또, “재정운영위는 공단 이사장 보필하는 자문기구로 공급자도 함께 들어가 새로운 보험제도를 만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공단 40주년 되는 내년 보험의 대 혁신을 이끌어 양질의 의료 생태계가 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덧붙였다.
추무진 회장 “요양급여 점유율 20% 불과” 적정수가 보전 주장
의협 추무진 회장 역시 생존에 급급해 하는 개원가의 현실을 근거에 입각해 차근차근 설명해 나갔다.
추 회장은 먼저 “적정 수가 보전하는 것이 환자 안전과 직결된다”며 “오늘 단비 오듯이 (이번 수가협상이)의료기관을 촉촉이 적셔주는 단비 됐으면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추 회장은 “10년 간 요양급여 비용의 평균 증가율이 8.2%인 반면 의원급은 5.4%로 평균대비 66%에 불과하다”며 의원급 의료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난 10년 간 요양급여비 점유율은 2006년 26%에서 최근에는 20%로 비중이 감소했고 전체 진찰빈도도 2015년 전년대비 2% 감소했다며 암울한 개원가의 참상을 전했다.
자연증가율에도 불구하고 진발빈도가 감소하는 것과 관련 그는 “결국 의사들이 저수가를 견디기 위해 근무시간을 늘리는 등 노동강도를 높이고 있다”며 “이는 한계에 달했다는 것으로 적정 수가가 반영될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약사회 조찬휘 회장은 성상철 이사장이 애써 언급을 피했던 건보재정 흑자 규모를 공개하며 공단을 압박했다.
조찬휘 회장 “개원가, 개업약국 실상 함께 파악해 보자”
조찬휘 회장은 “각 단체장들 5월이면 피말리는 한달을 보내고 있다”면서 “올해는 단체장들 회원들로부터 질타 받지 않는 한해가 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문을 열었다.
조 회장은 이어 “2015년 말 건보재정 흑자가 아마 17조원 정도고 2016년 말에는 20조 이상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평균 수가 인상률은 1.99%, 물가상승율에도 현저히 떨어진다”며 공단을 겨냥했다.
약국 개원수가 지속 감소하고 있는 현실을 언급한 그는 “숫자가 아니고 실질적 이익이 될 수 있는 답은 현장에 있다”며 “개원약국, 개원 의원 실상을 제발 이사장님의 임기동안 각 단체장들과 함께 파악해 보자”고 요구했다.
그는 또, “함께 동네 병원, 개원 약국의 실상을 파악해 보고 이를 통해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협상에 임하면 공단 ‘부드럽고 안됐다’는 모습으로 협상에 임하시지 않겠는가?”라며 거듭 현장의 실상 파악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치과협회 최남섭 회장, 한의사회 김필건 회장, 간호협회 김옥수 회장 등도 각 단체별 어려움을 호소하고 수가 인상을 요구했다.
최남섭 회장 “정부 정책 호응하다 보니 수년째 불이익”
최남섭 회장은 “해외서 노인틀니, 인플란트 주제로 강연을 한 적 있는데 세계 의사들이 다 놀라더라. 어떻게 이를 급여화 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며 “이 자리는 건보재정 안정화, 보장성 강화 위한 자리 아니다”라며 날을 세웠다.
최 회장은 “치과 경우 정부 보장성 강화 정책에 발맞추다 보니 보험급여 액수 늘어났는데 수가 인상에서는 보험급여 액수 늘어났으니 수가 인상 안 해주겠다고 해 몇 년째 불이익 받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정부 정책에 호응해서 나가는 단체는 불이익을 보고 거꾸로 회원들 비판받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소외된 단체도 이제는 배려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필건 회장 “밴딩 폭 미리 정하고 협상 임해야”
한의협 김필건 회장은 “한의계는 제도권 내에서도 소외돼 있다”며 “이제까지 수가 더 달라고 한번도 떼 쓴 적 없다”며 역시 배려를 주문했다.
김 회장은 이어 “밴딩폭을 미리 정하고 그런식의 협상 논의 구조가 맞다고 생각한다”며 “좀더 오픈된 마인드에서 논의됐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발언한 간협 김옥수 회장은 “의료인중 간호사 비중 60%에 달하는데 전체 수가 중 간호 관리료 3%에 불과하다”며 간호수가 분리를 언급했다.
간호행위가 다른 행위에 묻혀 있다 보니 현장에서 간호사 채용을 꺼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간호인력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
김 회장은 이어 “이번 수가협상에서 조산수가도 논의될 것으로 안다”면서 “조산원 전국 30여곳에 불과하다. 선진국 처럼 활성화 돼야 한다”며 “조산수가 오르더라도 규모가 워낙 작기 때문에 큰 의미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려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상견례 자리에서부터 뼈 있는 얘기가 오고 간, 2017년 수가 협상도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