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호스피스의 현재와 미래
의학적 문제 중 말기 암 환자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의 하나인 통증 조절의 문제를 살펴보면 말기 암 환자의 약 80-95%에서 보고되고 있어 적게 잡아도 말기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 중 4만 7천명은 극심한 통증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계산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실제로 이 환자들이 적절히 통증 조절을 받을 수 있는 의료시설은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고 또 전문가도 많지 않으며 현재와 같이 치유 중심의 의료시설에서 더구나 경영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는, 이 환자들을 임종 시까지 장기적으로 편안히 입원시켜 증상조절을 해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말기 암 환자들은 집으로 돌아가게 되나 통증조절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환자는 물론 고통스러운 모습을 곁에서 보아야 하는 가족들마저 고통 받고 상처 받고 있는 현실이다. 자연히 이들은 대체의학이나 제도권 밖의 지하의료에라도 매달리지 않을 수 없게 되어 막대한 의료비를 지출하고도 문제는 별로 해결되지 않는 실정임을 부인할 수 없다.
또 말기 암 환자를 괴롭히는 문제는 전술한 바와 같이 육체적인 것 뿐 만 아니라 정서적, 영적, 경제적, 사회적 분야등에 널리 관계되어 있는데 이는 의료진 만으로 해결될 수 없어 사회 복지사, 성직자,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자원 봉사자 등 여러 직종의 도움이 필수적이나 현행 의료수가 체계로는 자원 봉사의 방법 외에는 이 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또 말기 암 환자가 병원에 계속 입원해 있더라도 임종 직전까지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검사와 투약이 시행되어야 하고 심지어는 말기 암 환자의 임종 시에 심폐 소생술을 시행하지 않으면 의사가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되어 법적인 제제가 뒤따르는 현실속에서, 임종에 이르는 환자가 조용한 방에서 가족에 둘러싸여 임종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중환자실에 들어가서 가족은 입회하지 못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보다는 심장과 폐의 기능이 돌아오느냐 않느냐 하는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무의미한 치료를 받다가 결국 임종한 뒤에 가족과 만나야 하는 비극적인 현실속에 있다.
최근 이러한 현실에서 암 관리법안이 정부의 주창으로 제정되고, 보건 복지부 주도로 2003년부터 2004년 사이 호스피스 시범사업이 시행된 것은,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발전을 위하여 참으로 긍정적인 걸음이 아닐 수 없다.
한국 호스피스의 현황
1. 통증조절의 문제 통증조절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통증조절의 전문가를 배양하고 통증조절에 필요한 진통제의 사용을 쉽게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호스피스 전문간호사의 제도가 시작된 것에 뒤이어 호스피스 완화의학 전문의 제도가 필요하다. 아울러 사회교육을 통해서 마약성 진통제의 의료목적 사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긍정적으로 유도하며, 고가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의료보험 급여 제한 완화에 대한 긍정적 조치가 필요하다. 암 환자 통증조절에 필수적이면서 값이 싼 속효성 모르핀의 도입이 이루어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2. 호스피스 기관 증설의 문제 현재 전국적으로 약 125개소의 호스피스 기관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데, 전술한 바와 같이 건물을 늘려 말기 암 환자들을 임종 시까지 입원시켜 돌보는 것은 효과적이지도 않고 경제적으로 단 시일에 이루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이 들이 입원하여 치료 받는 것이 필요하며 호스피스 팀이 있다면 대학병원보다 상대적으로 입원실이 붐비지 않는 2차 종합병원에서 이러한 기능을 맡을 수도 있겠고 또 종교적 배경을 가진 기관에서 설립한 독립 호스피스 시설도 이용이 가능하겠다. 또 현재 통증진료를 대부분 담당하고 있는 종양내과 전문의, 마취과 전문의, 가정의학과 전문의 등이 활동하고 있는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의 경우 호스피스 팀이 구성되어 각 과에 입원중인 말기 암 환자의 증상조절을 돕는 산재형의 호스피스와 이들의 퇴원 시 가정에 까지 방문하는 가정 호스피스 제도도 적극 활용할 수 있겠다.
3. 말기 암 환자의 임종 전 치료 병원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돌보던 중 임종에 이르는 환자들을 중환자실로 모시고가서 심폐 소생 술을 시행해야 하느냐 아니면 호스피스 임종 방에서 가족이 지킨 가운데 임종하도록 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는 의학적 판단 이전에 법적인 판단이 앞서게 되는 문제이다. 2002년 대한 의사협회에서 ‘무의미한 치료의 중단’에 관한 의료윤리지침이 발표된바 있었으나 ‘무의미한 치료의 중단’이 안락사와 혼동되는 바람에 적절한 논의조차 이루어 지지 못한 바 있다. 이웃 대만에서는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 후 합의를 이루어 2000년에 ‘natural death act’를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한국 호스피스의 정책 방향
1. 말기 암 환자 관리사업 말기 암 환자의 증상조절은 병원에 입원상태에서 해결하려면 많은 시설 투자가 필요하나 꼭 입원상태에서 해야 되는 것은 아니어서, 짧은 기간 입원하여 고통스러운 육체적 증상을 해결하면 가정으로 돌아가서 지내게 하는 것이 환자의 삶의 질도 높이고 병원의 입원적체도 해결하는 길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영국과 같은 말기 암 환자 관리 선진국의 예에서 보듯이 의사와 간호사가 직접 방문해서 가정에서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가정방문 보건의료사업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며, 입원은 증상조절이 안되거나 가족이 집에서 환자를 보호할 수 없게 되는 사정이 발생할 때만 단기적으로 할 수 있겠다. 이에 대해서는 제 2차 호스피스 시범사업이 진행되면 좋은 방안이 모색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2. 정부의 말기 암 환자 관리정책 1) 현재까지의 정책 정부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의 일환으로 본인부담 상한제, 외래 본인 부담율 인하등과 저소득층 암 환자 및 폐암환자 등에 대한 치료비 지원, 재가 암환자 관리 사업과 연계한 말기 암환자 관리사업 등을 추진하여 말기 암 환자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발표 하였으나 기실 이러한 정책들은 말기 암 환자 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아니지만 일부 말기 암 환자의 지원에 관련된 정책으로 분류할 수 있겠다. 또 호스피스 완화의료 기관의 운영비 지원을 했는데 있다고 그 액수는 2005년도에 총 2억 4천 만원 이었다. 또 같은 해에 호스피스 완화의료 제도화를 위한 ‘말기 암 환자 호스피스 사업 추진을 위한 태스크 포스 팀’을 구성하여 활동하고 있으나 그 내용과 범위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2) 2006년도의 사업 금년에는 말기 암 환자 호스피스 지원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하였는데, 각 호스피스의 시설설치, 기능보강, 장비구입 등에 필요한 재원의 일부 (800만원)를 지원하는 계획으로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 등의 인건비와 전문인력 완화의료 교육비, 의약품 구입비 등 운영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할 것으로 발표되었다. 대상기관은 의료기관 중 호스피스 서비스 제공을 위해 별도의 병동이나 독립된 시설을 갖춘 호스피스 기관으로서 가정 호스피스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기관이 되겠다.
재가 암 환자 관리사업은, 현재 추산되는 암 환자 31만명 중 약 25만명으로 예상하고 있는 바 그 중 의료급여 수급자 및 건강보험 가입자 중 하위 50%에 속한 환자로 치료 중인 암 환자와 말기 암환자 등이 대상인데 5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보건소에 의사, 간호사, 자원봉사자,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재가 암환자 관리 팀을 운영하여 지역여건이나 환자의 수요 및 상태 등을 고려하여 증상 및 통증관리, 간호서비스, 사회복지 서비스 등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하였다.
3) 향후 추진 과제 말기 암 환자 지원을 위한 완화의료기관을 육성, 지원하고 완화의료 기관 병상 확충 및 서비스 전달체계 구축 및 말기 암 환자 관리 전문인력 확충, , 말기 암 환자 관리를 위한 전문인력 양성 확대,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대 국민 홍보,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수가개발 및 적용추진, 적극적 재가 암 환자 관리 확대 등을 추진 하겠다고 발표 하였으며 이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는 재원확보와 무의미한 치료 중단에 대한 국민적 합의의 도출 그리고 호스피스 법의 제정 공포가 시급히 필요한 실정이다.
맺음말 국제 보건기구에서는 한 국가의 복지수준을 측정하는 지표로 국민 1인 당 모르핀의 사용량을 계산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는 여러 질환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사실 인가를 대변해 주는 사실이다. 한국은 이 지표에 있어 이웃 나라들에 비해서 상당히 떨어져 있는 현실에 있다.
또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은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이며, 이에서 벗어나는 것은 국민의 기본 권리중의 하나로 인식하고 국가가 이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암 관리 법안이 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책임져야 하는 보건복지부의 주도로 제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꼭 필요한 일이겠다. 다만 의료계도 이 문제가 우리가 돌보는 환자들의 평안과 행복에 관한 문제이고 제도적인 뒷받침 없이는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므로 수동적인 태도가 아니라 상황을 주도하는 입장에서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세를 보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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