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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호 교수의 알기쉬운 부정맥 이야기 (6)

후생신보 | 기사입력 2015/09/01 [10:28]

노태호 교수의 알기쉬운 부정맥 이야기 (6)

후생신보 | 입력 : 2015/09/01 [10:28]

심장부정맥이 생기면 몸에 어떤 일이 생기는가?

 

심장의 주된 기능은 온몸으로 혈액을 보내는 혈액순환 펌프로서의 기능이다. 분당 5 L의 혈액을 내보내니(바로 심박출량 cardiac output이다) 시간당 300 L, 하루에 6,000~7,000 L의 혈액을 온몸으로 품어낸다. 6,000 내지 7,000리터면 대형 트럭의 용량이다. 주먹만한 심장에서 하루 박출하는 혈액의 량이 대형 트럭의 용량이라 생각하면 그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일까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부정맥이 생기면 이 혈액 펌프기능이 감소하게 되며 그 결과 산소와 영양이 충분한 혈액의 공급이 모자라게 된다. 영향을 받는 장기에 따라 다양한 임상양상을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임상양상은 부정맥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또 개인에 따라 차이가 몹시 크다. 경한 경우에는 아무런 이상을 일으키지 않고 증상조차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장은 심방의 수축과 심실의 수축이 연이어 발생하는 미묘한 시간 차이가 있다. 그런데 심실에서 발생하는 부정맥, 심실빈맥(ventricular tachycardia)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심실조기수축(VPC)이 자주 생겨도 이러한 심방-심실의 조화로운 수축이 깨져 심박출량의 감소를 초래할 수도 있다. 심한 경우에는 주요 장기에 손상을 입힐 수 있고 사망에 이르는 수도 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대사증후군 같은 성인병과 흡연, 과도한 스트레스는 심장과 온몸의 혈관을 손상시킨다. 그 결과 심장근육을 비정상적으로 두텁게 만들고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을 좁게 하거나 막아 허혈성 심질환을 발생시키며 이렇게 상처받은 심실의 심장세포는 수축력을 잃을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부정맥도 만들게 된다. 이 경우 발생하는 심실성 부정맥은 간혹 심인성 급사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심장의 박동이 빠른 심장부정맥, 빈맥의 증상

 

빈맥은 심장의 박동이 정상보다 빠른 경우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심장의 박동은 1분에 60회에서 100회 사이로 박동한다. '일반적'이라고 말한 이유는, 정상적으로도 분당 60회 미만의 심박동을 보이는 수도 있고 또 분당 100회 이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수면 중이거나 명상을 하거나 조용히 음악을 듣는다면 심장의 박동수는 60회 미만일 수 있지만 정상이다. 반대로 조용한 밤에 갑자기 전화벨소리가 들리면 심장의 박동수가 100을 훨씬 넘을 수 있고 뜀박질을 해도 당연히 분당 심박수는 100회 이상이지만 모두 정상이다.

 

따라서 빈맥을 심장박동수 100회 이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런 상황이 아닌 때 빠른 심장의 박동수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빈맥'에 해당하는데, 어떤 증상을 느끼게 될까?

 

가장 흔한 증상은 '심장이 혹은 가슴이 두근두근 한다'이다.

상황에 맞지 않게 즉 전혀 두근거릴 상황이 아닐 때 두근거리면 빈맥의 가능성이 높다. 두근대는 양상은 부정맥의 종류에 따라 다른데, 느닷없이 두근대기 시작해 수분 혹은 수십 분 지속되다 갑자기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고 언제 발생했는지 모르며 수일간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또 빈맥은 지속되어도 처음에는 두근대는 증상을 느끼다 시간이 가며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빈혈이나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있는 경우는 빈맥이 아니면서도 심장 박동수가 올라가 가슴이 두근거리게 된다.

 

다음으로 들 수 있는 증상은 어지러움이다.

심장의 박동수가 지나치게 올라가면 미처 혈액이 심장에 덜 들어온 상태에서 심장의 수축이 일어나며 오히려 유효 심박출량은 감소된다. 이렇게 되면 특히 심장과 중력의 반대 방향에 있는 뇌에 혈류가 감소되어 일시적으로 어지러움이 생길 수도 있다. 심장의 박동수가 지나치게 낮아도 심박출량이 감소하며 어지러움 증상이 올수 있다.

 

그리고 숨이 찬 증상이 발생하는 수도 있는데, 유효 심박출량이 감소하며 폐에 혈액이 저류되는 폐울혈이 발생할 수도 있고 이런 경우도 호흡곤란 증상이 생긴다.

 

아주 심한 경우에 의식을 잃고 쓰러질 수도 있다. 이는 심박출량이 극도로 감소하여 뇌로 가는 혈액이 지나치게 감소되면 의식소실이 올 수 있다.

 

반면에 어지간한 빈맥으로도 전혀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둔한 사람도 있다.

심실빈맥은 상심실성빈맥보다 동일한 심박동수에서도 더 혈압이 떨어지며 여러 불리한 신체소견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본인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이를 지켜보는 의사가 더 가슴이 두근대는 경우도 있다. 심실빈맥은 심장마비 부정맥인 심실세동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곧잘 있기 때문이다. 

 

빈맥의 증상은 발생하는 부위에 따라 차이가 있다. 

심실빈맥은 상실성빈맥(supraventricular tachycardia)에 비해 증상이 심하다. 심실성 부정맥은 심방-심실의 조화로운 수축 순서에 이상이 생기므로 그 조화가 유지되는 상실성 빈맥에 비해 심박출량 저하가 현저하며 증상도 더 심하다. 꼭 빈맥이 아니라도 심방조기수축(APC)가 심실조기수축(VPC)에 비해 증상이 경하다.  

 

증상이 심하면 병도 중하다?

 

노태호 교수

(가톨릭의대 성바오로병원) 

대한심장학회 부정맥연구회 회장, 대한심장학회 이사, 감사를 지냈고 대한심폐소생협회에서 소생술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저서로 알기 쉬운 심전도 1, 2권, 영구심박동기 시술, 심장부정맥 진단과 치료(공저) 등이 있다. 매년 2월 ‘알기 쉬운 심전도’란 심전도워크숍을 19년째 지속하고 있으며 ‘닥터노의 심장과 부정맥이야기’란 블로그를 운영중이다.

증상은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 표현이다. 병이 심하면 증상도 대개는 심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로 들리지만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충수돌기염(맹장염)이 생기면 우측 하복부가 몹시 아파 때굴때굴 구를 정도이다. 그러나 한 동네인 대장에 암이 생기면 한참 자라 출혈을 하거나 장을 틀어막기 전에는 별 증상이 없다.

 

심장부정맥도 비슷하다. 뒤에 공부하겠지만 심실조기수축이란 부정맥이 있다. 심실에서 비정상적으로 예정된 시각보다 일찍 전기를 만들어내는 아주 흔한 부정맥으로 거의 대부분 괜찮다. 그런데 이 부정맥 환자들 중 일부는 증상이 너무 심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수도 있다. 반면에 정작 부정맥 중 가장 중하고 당장 생명을 직접 위협하는 부정맥인 심실세동은 거의 주관적 증상이 없다. 발생하면 그냥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게 되니 증상을 느끼고 표현할 여유조차 없다.

 

서맥 부정맥은 심장박동이 매우 느리거나 잠시 박동이 정지하는 부정맥으로 어지럽고 기력이 떨어지고 활동하면 숨이 찬 증상이 나타나는데 정작 고령의 당사자는 이를 노화에 따르는 자연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부정맥은 증상과 병의 중증도가 일치하지 않고 더구나 동일 부정맥이라도 그 부정맥이 생기는 개인과 상황에 따라 증상에 차이가 있으므로 경험이 충분한 부정맥전문의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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