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분만 의료기관 급감 와중 고위험 산모는 늘어산부인과학회, 진료수가 현실화, 분만의료 인프라 강화 등 패키지 정책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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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생신보】지난 10여 년간 분만 가능한 의료기관이 절반 가까이 준 것으로 나타났다. 분만이 가능한 의료기관이 단 한 곳도 없는 시군구도 30%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부인과 필수의료가 붕괴된 2026년,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신생아 출생률이 0.78명 정도로 세계 최하위인 가운데 산부인과 현실도 처참한 수준인 것.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대한산부인과학회(이사장 이재관, 고려대 구로병원, 가운데)는 지난 9일 기자간담회<사진>를 열고 붕괴된 산부인과 필수의료를 되살리기 위한 ‘산부인과 필수의료 체계 강화를 위한 종합 정책 제안’을 내놓았다.
이날 학회가 내놓은 종합 정책 제안은 크게 4가지다. ▲분만의료 인프라 강화 ▲진료수가 현실화 및 DRG 제도 개선 ▲부인암 공공정책수가 신설 ▲자궁경부암 HPV 검진 도입 등이다.
10년 새 분만 가능 의료기관 10곳 중 4곳 사라져
학회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 동안 분만 가능 의료기관은 약 700곳에서 40% 정도 감소한 400곳 수준으로 줄었다. 또, 전국 250개 시·군·구 가운데 분만기관이 한 곳도 없는 지역은 30%를 넘었다. 분만기관이 한 곳만 남은 지역까지 합치면 전체의 절반 이상이 ‘분만 위기 지역’이다. 아이를 낳기 위해 지역 경계를 넘나드는 분만 뺑뺑이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인 것.
저출산으로 전체 분만 건수는 줄었는데 위험도는 오히려 높아졌다. 산모 평균 연령 상승과 만성질환 증가로 고위험 임신·분만이 오히려 는 것이다. 학회는 “분만 건수는 감소하는데, 한 건 한 건이 더 어렵고 위험해지는 구조적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학회 측에 따르면 분만 수가 인상이 무색하게 분만 중단과 분만실 폐쇄가 지속되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산부인과 양성수술과 부인암 치료 역시 DRG(포괄수가제)와 저수가로 고난도 수술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며, 부인종양 전문의 고령화와 전공의 지원 저조까지 겹쳐 필수 부인암 진료 체계 유지에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학회가 산부인과를 살리기 위한 패키지 정책을 정부 측에 제안한 배경이다.
이재관 이사장은 “산부인과 필수의료는 임신·분만에서 양성수술, 부인암, 자궁경부암 검진까지 여성의 생애 전반에 걸친 연속선”이라며 “분만 인프라·수가·부인암·검진 체계를 패키지로 동시에 손보는 접근이 시급하다”고 평가했다.
분만 인프라 강화 : 인건비 직접 지원 통해
먼저 학회는 분만을 실제로 수행하는 인력의 '급여와 시간'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 인프라 강화의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분만을 시행하는 산부인과 전문의와 분만취약지 간호사·조산사의 고용비용을 국가가 일정 부분 직접 보전하는 제도 도입을 제안한 것이다.
이상훈 사무총장(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은 정부 지원을 통해 마지막 분만 거점을 사수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만기관이 없거나 1곳뿐인 분만취약지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운영비를 포함해 재정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고위험 산모·신생아를 전담하는 산과·소아청소년과 전문의에게는 별도 인센티브와 야간·휴일·응급 분만 가산 수가를 부여해 위험과 책임에 걸맞은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DRG 세분화 및 수가 개선 : 위험도·응급도 따라 차등 보상
진료수가와 DRG 개선도 산부인과를 정상화하기 위한 중요한 축이다. 학회는 현재 산과 DRG가 예정 제왕절개와 응급 제왕절개, 태반조기박리·전치태반 같은 응급 상황, 유도분만 실패 후 전환 등 위험도와 응급도가 전혀 다른 상황을 사실상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가 내놓은 개선안은 DRG를 위험도·응급도 기준으로 세분화했다. 또, 고령산모·다태임신·고혈압·당뇨·이전 제왕절개 등 고위험 요인에 따른 가산 체계도 마련했다. 여기에 야간·휴일·응급 분만에 대한 별도 가산을 더해 ‘언제 어디서나 안전하게 분만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센티브 구조를 만들자는 주장이다. 자궁동맥 색전술, 산과 응급키트, 혈액제제, 마취 관련 재료비 등 필수 의료재료비를 포괄수가에서 분리해 별도로 보상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고난도 수술에 질 연계 가산 도입
양성수술과 부인암 진료를 위한 공공정책수가 신설도 주목된다. 학회는 복강경수술 등 고난도 양성수술에 대해 인증제와 질(quality) 연계 가산을 도입, 수술 난이도와 결과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DRG 구조를 손질할 것을 제안했다.
난소암 종양감축술, 광범위 자궁절제술 같은 부인암 수술에 대해서는 기존 행위수가에 정책 가산을 더하는 '부인암 공공정책수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다학제 진료와 응급·야간 수술을 활성화하고, 최적감축술 시행률과 난소암 생존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HPV 검진 도입 : 조기 발견과 퇴치 시점 앞당기기
자궁경부암 검진 체계의 전환을 발표한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주웅 교수는 자궁경부암이 고위험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과 밀접하게 연관된 만큼, 세포 변화를 보는 기존 Pap 세포검사만으로는 조기 발견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웅 교수는 자궁경부암 국가 검진에 HPV DNA 검사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기존 Pap 검사와 병행하고, HPV 음성 여성의 검진 간격을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WHO의 90-70-90 목표를 포함한 국제 동향에 맞춰 10년 내 자궁경부암 발생률을 50% 이상 줄이고 퇴치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늦었지만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
이재관 이사장은 “분만과 부인암 진료는 한 번 붕괴되면 10~20년 안에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늦었지만 지금이 사실상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정부 지원을 거듭 촉구했다.
이어 “이번 제안은 의료계의 이해를 넘어 저출산, 여성건강, 암 예방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함께 풀기 위한 최소한의 출발선”이라며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정부와 국회, 관련 학회와 긴밀히 협력해 구체적인 제도 설계와 시범사업으로 이어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 이사장은 덧붙였다.
그는 나아가 이번 패키지 정책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분만 공백 지역 해소 및 분만취약지 의료기관 지속 가능성 제고 ▲분만 담당 의료진 이탈 억제 및 신규 인력 유입 확대 ▲고위험 임신·분만 및 부인암 치료 성과 개선 ▲자궁경부암 조기 발견률 향상과 사망률 감소 ▲안정적 분만·여성건강 서비스 제공을 통한 저출산 대응 및 국민 신뢰 회복 등 산부인과의 제대로 된 회생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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