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차 대한혈액학회 추계학술대회 혈우병연구회 심포지엄 ①2025년 11월 7일(금) 롯데호텔 서울1. 혈우병, 이렇게 진단합니다: 초기평가에 필요한 체크리스트 김성은 교수(경북의대)
2. 신생아기부터 시작하는 혈우병 관리 이재희 교수(충북의대)
3. 검사는 정상인데 왜 자꾸 피가 날까요? - 원인을 알 수 없는 출혈경향(Bleeding Disorder of Unknown Cause) 이주연 교수(아주의대)
1. 혈우병, 이렇게 진단합니다: 초기평가에 필요한 체크리스트 - 김성은 교수
혈우병은 정확한 첫 진단이 이후의 치료 방향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출혈성 질환이다. 흔히 ‘심하게 피가 나는 병’ 정도로 단순하게 생각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예상보다 훨씬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신생아 제대 출혈부터 사춘기 남아의 과다출혈, 예방접종 후 비정상적 혈종, 심지어는 무증상으로 지내다가 갑자기 두개내 출혈로 발견되기도 한다. 임상 현장에서 혈우병을 어떻게 의심하고, 어떤 순서로 평가하며, 어떤 검사와 상담이 필요한지를 표준화된 접근에 준하여 체크리스트로 정리해보려 한다.
혈우병은 어떤 질환인가? 혈우병은 선천적인 응고인자 결핍으로 발생하며, 혈우병 A (FVIII 결핍)와 혈우병 B (FIX 결핍)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국내 혈우병 환자는 2024년 기준 약 2,684명이며, 이 중 68%가 혈우병 A, 18%가 혈우병 B로 보고되어 있다. 혈우병 A와 혈우병 B의 유전 양상은 X-염색체 열성이다. 즉, 보인자인 어머니가 가진 결함 유전자를 아들이 물려받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약 30%는 가족력이 없는 de novo mutation이다. 드물게 여성에게도 발현할 수 있는데, X 염색체 불활성화(skewed inactivation)나 Turner 증후군이 그 예이다. 혈우병 진단의 특징은 생각보다 감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다른 응고 장애처럼 점상출혈이나 자반은 거의 없기 때문에, 출혈이 생겨도 멍이 잘 드는 체질로 가볍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언제 혈우병을 의심할까? 혈우병 진단의 핵심은 출혈의 패턴이다. 특히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는 반드시 혈우병을 고려해야 한다. 체크리스트로 정리하여 알아보자.
(1) 병력에서 의심해야 할 포인트 ○ 외상이 없는데도 반복되는 근육 또는 관절 출혈 ○ 가벼운 부딪힘인데도 비정상적으로 큰 멍 ○ 수술 후 지속출혈 (아데노이드 절제술, 포경수술 등) ○ 잇몸 출혈, 잦은 코피, 발치 후 지혈 지연 ○ 비뇨기계 출혈, 위장관 출혈 ○ 신생아 시기 제대 출혈 ○ 예방접종 부위의 비정상적 혈종 발생 ○ 약물 복용력 (아스피린, 항응고제, 한약, 건강기능식품 등) ○ 과다월경 특히 영아에서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서 무릎이나 팔에 반복적으로 큰 멍이 생기는 경우, 혹은 예방접종 부위에 오래가는 혈종이 나타나면 혈우병 의심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
(2) 가족력(Family history) ○ 남성 친척 중 출혈 질환 또는 출혈 병력 ○ 모계 출혈 병력 확인 ○ 여성 보인자 가능성 평가 (친척 중 과다월경, 멍이 잘 드는 증상)
(3) 신체검진(Physical exam)에서 확인해야 할 점 ○ 출혈로 인한 빈혈/창백 또는 저혈압 등 전신 상태 평가 ○ 크고 깊은 멍, 열감 ○ 관절 부종, 변형 및 운동 제한 ○ 심부 근육 출혈이 의심되는 복부· 서혜부 통증 점상출혈이나 자반 등은 혈우병에서 일반적으로 보이지 않는 소견이므로 다른 질환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관절 출혈은 무릎, 발목, 팔꿈치에서 흔하며, 반복되면 활막 비후, 연골 손상, 만성 관절병증으로 이어지므로 조기 진단과 예방요법은 관절 보호에 절대적이다. 혈우병 환자에게 특히 위험한 출혈 부위가 있는데, 특정 부위에서 출혈이 생기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다음과 같으며 신속한 평가와 처치가 필수적이다. ○근육 출혈 Iliopasoas, Buttock, Calf, Quadriceps, Forearm flexor muscle에 발생할 수 있으며, 구획증후군 (compartment syndrome) 등 신경 압박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장요근 (Iliopsoas muscle) 내 출혈은 응급상황이 될 수 있다. 이 부위는 깊은 공간이므로 혈종이 커질 수 있는 넓은 잠재 공간을 가지고, 겉으로 잘 보이지 않지만 내부 출혈량이 많고 대퇴신경 (femoral nerve)을 압박하여 허벅지 감각 저하, 무릎 신전 약화, 반사 소실이 나타날 수 있다. 치료가 지연되면 신경 손상은 불가역적일 수 있어, 혈우병 환자에서 복부·서혜부·고관절 통증은 매우 중요한 임상 증상이다. 복부 또는 골반 질환으로 오인되기 쉬워 진단에 어려움이 있으며, 혈종 크기와 신경 압박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CT/MRI 영상검사가 gold standard이다. ○ 두개내 출혈 신생아·영아에서는 발작으로 처음 발견되기도 하며, 무증상 경과 후 갑자기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CT/MRI를 통한 신속한 평가가 필수적이다.
진단을 위한 검사 접근 초기 진단의 핵심은 aPTT 연장 + mixing test 교정 여부이다. 1단계로 기본 선별검사를 거쳐 이상소견이 있을 경우, 2단계 확진검사를 진행한다. (1) 1차 검사 (screening test) (표 1) (2) 2차 검사 (confirmatory test) ○ FVIII, IX, XI, XII 활성도 ○ vWF panel (Ag, Rco, FVIII activity) → vWD 감별 ○ 억제인자 검사: 항인지질항체 (antiphospholipid Ab: lupus anticoagulant, anti-cardiolipin Ab IgG/M, anti-beta2 GPI Ab IgG/M), FVIII/IX inhibitor (Bethesda assay) 혈우병은 진단 후 응고인자 활성도에 따라 경증, 중등증, 중증으로 분류한다. 중증 혈우병은 응고인자 활성도가 1% 미만인 경우를 말한다.
영상 검사를 통한 관절 및 근육 평가 (1) 초음파 검사 (USG) 침상에서 즉시 시행 가능한 비침습적인 검사로, 급성 근육 및 관절 혈종을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다. 방사선 노출이 없어 반복 검사에 유용하며, 실시간 평가가 가능하다. (2) CT/MRI 조기 관절 손상, 활막 비후, 헤모시데린 침착을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다. 관절병증의 기저 상태 평가와 추적 관찰을 위한 표준 검사로, 근육 및 연부조직 병변의 상세한 평가가 가능하다. (3) 단순 방사선 촬영 진행된 관절병증의 골 변화를 확인하는데 유용하다. 연골 손실, 골미란, 관절 공간 협소화 등의 만성 변화를 평가하며, 주로 후기 단계에서 활용된다.
유전학적 검사 혈우병에서 유전학적 검사는 단순히 확진을 위한 보조검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데, 질환의 원인을 규명하고 환자 가족의 향후 관리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단계이기도 하다. F8, F9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면 중증도를 설명할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intron 22 inversion, large deletion, nonsense mutation, frameshift 처럼 inhibitor 발생 위험이 높은 변이를 미리 파악하여 치료 전략을 세우는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여성 가족 구성원의 보인자 여부를 확인해 향후 출산 계획과 유전 상담을 제공할 수 있으며, 변이가 모호할 때에는 가족검사를 통해 임상적 의미를 추가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유전학적 검사는 환자 개인의 치료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관리와 미래 계획까지 아우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진단 후 꼭 확인해야 할 사항 혈우병은 진단과 동시에 치료 시작이므로, 다음 사항을 평가해야 한다. (1) 기본 상태 평가 ○ 중증도 확인: -Severe <1% -Moderate 1–5% -Mild >5% ○ 관절 상태 초기평가 (HJHS; Hemophilia Joint Health Score, MRI/USG) ○ HBV, HCV, HIV 선별 검사
(2) 치료 계획 ○ 인자 보충요법/ 예방요법 필요성 평가 ○ inhibitor 발생 위험 모니터링 계획 수립.
(3) 교육 및 상담 ○ 출혈 시 자가관리와 응급 대처법 ○ 일상생활·운동 가이드 ○ 가족력 기반 유전 상담 및 보인자 검사 혈우병 진단 후 환자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앞으로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한지 이다. 따라서 초기 상담이 장기 예후에 영향을 끼친다.
(4) 다학제 팀 구축 소아혈액/종양과, 혈액/종양내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간호·사회복지·물리치료팀 등 다양한 관련 분과가 연계가 되어 정기 추적관찰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마무리 혈우병은 생각보다 흔하며, 특히 영·유아기에는 증상이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의료진이 체계적으로 질문하고, 의심해야 할 상황을 바로 떠올릴 수 있어야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정리한 체크리스트 기반 접근은 다음과 같은 장점을 갖는다. 중요한 출혈 신호를 놓치지 않으며, 진단 후 치료와 상담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고, 이후의 합병증, 특히 관절병증을 줄일 수 있다. 혈우병은 조기 진단과 체계적인 초기 평가만으로도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질환이다. 새로 진단되는 의심 환자를 만났을 때, 위에서 정리해본 체크리스트가 임상 현장에서 실용적인 길잡이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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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병 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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