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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차 대한혈액학회 추계학술대회 혈우병연구회 심포지엄 ③

2025년 11월 7일(금) 롯데호텔 서울

후생신보 admin@whosaeng.com | 기사입력 2026/01/12 [09:46]

제66차 대한혈액학회 추계학술대회 혈우병연구회 심포지엄 ③

2025년 11월 7일(금) 롯데호텔 서울

후생신보 | 입력 : 2026/01/12 [09:46]

1. 혈우병, 이렇게 진단합니다: 초기평가에 필요한 체크리스트

김성은 교수(경북의대)

 

2. 신생아기부터 시작하는 혈우병 관리

이재희 교수(충북의대)

 

3. 검사는 정상인데 왜 자꾸 피가 날까요? 

- 원인을 알 수 없는 출혈경향(Bleeding Disorder of Unknown Cause)

이주연 교수(아주의대)

 


 

3. 검사는 정상인데 왜 자꾸 피가 날까요? 

- 원인을 알 수 없는 출혈경향(Bleeding Disorder of Unknown Cause) - 이주연 교수

 

▲ 이주연 교수(아주의대)

출혈이 다른 사람보다 잦거나 오래 지속될 때 우리는 흔히 혈우병이나 폰빌레브란트병 같은 선천성 출혈질환을 떠올린다. 실제로 코피가 자주 나거나 멍이 쉽게 들고 상처에서 피가 잘 멎지 않는 문제는 소아와 성인 모두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문제는 여러 가지 검사를 시행해도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때 환자분들과 보호자분들은 “검사는 멀쩡한데 왜 이런 일이 반복되나요?”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 해당하는 진단적 범주가 바로 BDUC(Bleeding Disorder of Unknown Cause, 원인 불명 출혈질환)이다.

 

BDUC는 국제혈전지혈학회(ISTH)가 2024년 공식적으로 정리한 개념으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출혈이 있음에도 PT, aPTT와 같은 기본 응고검사, 혈소판 수 및 기능검사, 폰빌레브란트병 검사 등 모든 표준화된 평가에서 이상을 찾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또한 간질환·신장질환·약물 등 후천적 원인도 배제되어야 한다. 중요한 점은 BDUC가 드문 질환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영국에서는 출혈 클리닉을 찾는 환자의 60–70%가 BDUC 범주에 속하며, 성별·연령을 막론하고 다양한 환자군에서 보고된다. 일부 연구에서는 여성 비율이 더 높고, 가족력 또한 30–40%에서 관찰된다고 알려져 있어 단순한 우연이라 치부하기 어렵다.

 

BDUC 환자들이 경험하는 출혈 양상은 폰빌레브란트병이나 혈소판 기능장애와 매우 유사하다. 이 때문에 검사가 정상이라는 설명을 들었음에도 환자 스스로는 출혈 위험을 일상적으로 체감하고, 병원에서도 “정상이라는데 왜 이럴까?” 라는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BDUC와 관련된 진단 기준이나 표준화된 치료 프로토콜이 아직 충분히 자리 잡지 않아, 의료진 사이에서도 접근 방식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결국 환자와 보호자에게는 ‘출혈이 잦은데 원인은 설명할 수 없다’는 불편한 상황이 지속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BDUC를 어떻게 진단할 수 있을까? 

검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출혈력(bleeding history)이다. 출혈의 빈도, 지속시간, 문제의 심각도, 시술 후 출혈 여부 등을 구조화하여 평가하는 도구가 바로 BAT(Bleeding Assessment Tool)이다. 소아와 성인을 구분하여 사용하는 버전이 존재하는데, 특히 어린이의 경우 출혈 경험 자체가 적고 기회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PBQ(Pediatric Bleeding Questionnaire)가 보다 민감한 스크리닝 도구로 사용된다. 반면 성인은 치과치료·수술·산과적 사건 등 경험 가능한 출혈 상황이 다양해 성인 BAT가 적절한다. 어떤 연령대든 출혈력은 진단의 핵심이며, 검사 결과가 정상이라도 출혈력에서 이상이 드러나면 반드시 추가 평가를 고려해야 한다.

 

출혈력을 어떻게 평가하는 지 참고할 수 있도록 소아 PBQ의 간이 점수표를 아래에 첨부한다. (표 1)

 

2번 이상의 발치에서 출혈 문제가 없었다면 -1점, 2번 이상의 수술에서 출혈 문제가 없었어도 -1점이다. 수혈받아야 할 정도의 출혈이 있었다면 어떤 항목이든 4점이다. 총점 3점 이상이면 출혈 경향을 의심할 수 있어 전문의 진료 권고하지만 이미 진단받아서 치료중인 출혈 경향이라면 추가 진료가 필요하지는 않다. (참고용 스크리닝 도구이며 단독 진단에는 사용되지 않는다.)

 

BDUC의 진단은 반복적인 검사와 세심한 병력 청취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기본 검사(CBC, PT, aPTT, 피브리노겐 등)가 정상이어도 경증 응고인자 결핍이 숨어 있을 수 있어, 필요 시 VIII·IX 등 주요 응고인자 활성도를 반복 측정한다. 

 

폰빌레브란트 인자는 스트레스·운동·호르몬·염증 등에 따라 크게 변화하는 특성이 있어 VWF 수치가 80 이하라면 반드시 재검사하는 것이 국제적으로 권고된다. 

혈소판 기능을 보는 LTA(광탁도 응집검사)는 기계·방법·검체 상태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한 번의 검사만으로 장애를 규명하기 어렵다. 따라서 의심될 경우 반복 검사, 또는 다른 방식의 기능 평가(flow cytometry, mepacrine 검사 등)를 병행한다.

 

그럼에도 모든 검사가 정상으로 나오면 BDUC로 판단하게 되는데, 이는 하나의 질병이라기보다는 다인자성·이질적 원인을 가진 질환군이라고 보는 편이 더 맞다. 일부는 생리적 출혈 반응의 정상 변이범위 상단에 있을 수 있고, 일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분자 단위의 미세한 기능장애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이유로 현재는 BDUC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는 것보다는, 환자가 겪을 수 있는 출혈 위험을 예측하고 상황별 관리 방침을 표준화하려는 노력이 더 큰 의미를 갖는다.

 

BDUC는 원인 치료가 어려운 만큼 출혈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의 대비와 출혈 시 적절한 처치가 가장 중요하다. 

일상적인 점막출혈(코피, 멍, 월경과다 등)에는 트라넥삼산(Tranexamic acid, TxA)이 높은 효과를 보이며, 절개나 발치·내시경·편도수술 등 출혈 위험이 높은 시술에서는 트라넥산삼과 DDAVP(desmopressin)의 병용이 국제적으로 표준에 가까운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술 30–60분 전에 투여하면 출혈을 의미 있게 줄일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가 보고된 바 있다. DDAVP가 금기인 환자(고령, 심혈관질환 등)에서는 트라넥산삼 단독 또는 혈소판 수혈을 고려할 수 있다.

 

성인 여성의 경우 BDUC가 향후 산후출혈 위험과도 관련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BDUC 여성의 산후출혈 비율은 31–63%에 이르러 폰빌레브란트병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출산 전 예방적 트라넥산삼 투여, 산후 7–10일간 유지 요법, 필요 시 DDAVP 단회 투여 등이 도움이 된다. 이러한 관리 전략은 출혈 위험이 있는 여성 환자들에게 산과적 안전망을 마련해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BDUC는 여전히 많은 부분이 연구 중인 분야이다. 최근에는 유전체·후생유전체·단백체 분석을 통해 미세한 기능장애를 찾아내려는 시도가 활발하며, 혈소판 기능을 보다 정밀하게 평가하는 새로운 검사법도 개발되고 있다. 더 나아가 환자의 출혈력, 검사 수치, 유전적 요인을 통합하여 장래 출혈 위험을 예측하는 모델을 만드는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향후 환자 개개인에게 맞춤형 혈액학적 관리를 제공할 기반이 될 것이다.

 

결국 BDUC는 원인을 모르는 출혈질환이 아니라, 현대의학이 밝히지 못한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출혈 경향의 한 형태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중요한 것은 환자가 겪는 출혈 증상 자체이며, 이를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필요한 상황에 맞춰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다. 검사 결과가 정상이라고 해서 출혈 문제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PBQ나 BAT를 활용해 출혈력을 확인하고, 출혈이 잦은 분들은 전문의 상담을 통해 시술 전 대비나 약물 사용 전략을 세우는 것이 향후 더 큰 안전에 기여할 수 있다.

 

출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환자와 보호자께 이 글이 작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언제든 궁금한 점이 있다면 가까운 혈액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시기 바란다. 출혈을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리해 안전하게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BDUC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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