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IDH-돌연변이 신경교종, ‘정상 판정’ 뇌조직에서 시작
종양 덩어리 아닌 대뇌피질 전구세포에서 기원…뇌종양별 출발점 달라
윤병기 기자 | 입력 : 2026/01/09 [08:56]
【후생신보】 난치성 뇌종양인 IDH-돌연변이 신경교종이 영상에서 보이는 종양 덩어리가 아니라, 병리적으로 ‘정상’으로 판정된 뇌조직에서 이미 시작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강석구 교수 연구팀은 KAIST 의과학대학원 이정호 교수, 박정원 박사 연구팀과 함께 IDH-돌연변이 신경교종의 기원을 규명한 연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IDH-돌연변이 신경교종은 비교적 젊은 성인에서 진단되며, 치료 후에도 시간이 지나 악성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장기간의 정밀한 관리가 요구되는 난치성 뇌종양이다. 현재 치료는 MRI에서 확인되는 종양을 최대한 절제한 뒤 방사선·항암치료로 재발을 억제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종양이 실제로 어디에서 시작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이 없었다.
연구팀은 광범위 종양 절제술을 통해 확보한 종양 조직뿐 아니라, 수술 과정에서 함께 얻은 종양 주변의 대뇌피질 조직 중 병리검사에서 비종양(정상)으로 판정된 조직까지 포함해 비교 분석했다. 심층 유전자 서열 분석과 조직 내 세포의 위치와 특성을 함께 분석하는 ‘지도형 분석’을 활용한 결과, 겉보기에는 정상인 뇌조직 안에서도 IDH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세포가 존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종양 주변의 정상 뇌조직에서 발견된 IDH 돌연변이 세포는 뇌의 지지세포로 분화하는 교세포전구세포(GPC)의 성격을 보였다. 이는 IDH-돌연변이 신경교종이 갑작스럽게 종양 덩어리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으로 보이는 조직 속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유전자 변화가 종양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유전적 변화를 동물모델에 적용해 실제 종양 형성 과정까지 재현함으로써, 사람 조직에서 확인한 초기 변화가 실제 종양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입증했다.
강석구 교수 연구팀은 앞서 2018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를 통해 교모세포종이 종양이 관찰되는 부위가 아닌, 뇌 깊숙한 뇌실하영역의 신경줄기세포에서 시작될 수 있음을 보고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IDH-돌연변이 신경교종이 대뇌피질의 교세포전구세포에서 기원함을 밝혀, 뇌종양의 종류에 따라 시작 세포와 위치가 다를 수 있음을 제시했다.
이정호 교수는 “뇌종양은 영상에서 보이는 종양 덩어리보다 훨씬 이전 단계에서 시작될 수 있으며, 종양 주변 정상 조직에도 초기 유전자 변이가 남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석구 교수는 “종양의 종류별로 시작 세포와 위치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향후 난치성 뇌종양의 조기 탐지, 수술 범위 설정, 수술 후 치료 전략을 보다 정교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브란스병원은 연구중심병원 한미혁신성과창출 R&D 사업을 통해 난치성 뇌종양의 초기 변이 세포를 탐지하고 제어하는 기술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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