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생신보】 “수술을 많이 할수록 손해가 되는 구조에서 외과의 지속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꼭 필요한 상황입니다”
대한외과학회(회장 이우용, 이사장 이강영)가 6일 그랜드힐튼호텔에서 2025 대한외과학회 국제학술대회 및 제77차 추계학술대회 (ACKSS 2025)기자간담회를 통해 외과 인력 붕괴와 필수의료 위기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학회는 “외과는 필수의료의 중심에 있음에도 존폐의 기로에 놓여 있다”며 “지금과 같은 구조가 지속된다면 가까운 미래에 외과 의사는 사라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우용 회장은 “수술을 많이 할수록 손해를 보는 현실에서 젊은 의사들에게 외과를 선택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외과는 이미 붕괴의 문턱에 서 있다”고 토로했다.
외과 전공의 절반 ‘미복귀’… “이제는 존폐의 문제”
학회에 따르면 2024년 의과 수련 중이던 외과 전공의 472명 가운데 복귀자는 229명에 불과하다. 특히 1년차 전공의 172명은 단 하루의 수련도 받지 못한 채 대부분이 외과 진로를 포기했다. 2026년에는 전공의 정원도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돼, 외과 전문의 공급은 사실상 붕괴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강영 이사장은 “2024년 이후 외과 전공의 지원률이 급락하면서 향후 5년 안에 외과 전문의 배출이 절반 이하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문제는 단순한 인력난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의 붕괴 문제”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진료과목별 의사 수 현황’(2024년 7월 기준)에 따르면 외과 전문의 평균 연령은 53.1세로, 10년 전보다 3.6세 높아졌다. 이는 모든 전문과 중 최고 수준이다. 특히 40대 이하 전문의 비중은 2014년 대비 6.2% 감소해, 외과 인력의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수술은 할수록 손해”… 저수가 구조가 외과 붕괴 불렀다
외과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는 ‘저수가 구조’가 지목됐다. 한지아 국회의원이 공개한 ‘2022 회계연도 의료비용 편익분석’에 따르면 처치 및 수술료의 원가보전율은 민간병원 95%, 공공병원 65% 수준인 반면, 외과는 평균 84%에 그쳤다.
이우용 회장은 “이 수치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외과 의사들의 생존 문제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수술을 많이 할수록 병원이 손해를 보는 구조에서 외과의 지속 가능성을 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상급종합병원 구조 개편 등으로 중증수술 비중이 늘어나면 손실 규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런 현실에서 젊은 의사들이 외과를 선택하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6월부터 시행 중인 ‘외과계 병원 응급 복부수술 지원 시범사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학회는 “근본적인 저수가 문제 해결 없이 외과 붕괴는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하며, 원가보전이 가능한 구조로의 조속한 개선을 촉구했다.
‘역량 중심 수련제’ 6년차… “전문성 담보할 시간 충분한가”
학회는 외과 인력 감소와 더불어 수련제도의 근본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대한외과학회는 2019년 ‘역량 중심 수련’ 체계를 도입하며 수련 기간을 기존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했다. 수련 목표는 고난이도 수술 중심에서 벗어나 사회적 수요에 맞는 다양한 외과 전문의를 양성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3년제 시행 6년이 지난 지금, 외과학회는 “양적·질적 목표 모두 달성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현재 3년제 수련을 거친 외과 전문의의 67%가 상급종합병원, 29%가 병·의원에 근무하고 있으며, 입원전담전문의는 전국에 60명 수준에 그친다. 이는 사회적 수요에 맞춘 인력 분포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강영 이사장은 “수련시간이 단축되면서 실제로 수술을 배우고 경험할 기회가 줄었다”며 “환자를 보지 않고 의술을 배울 수 없고, 수술에 참여하지 않고 수술을 배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수련환경 개선과 역량 확보, 두 축 모두 필요”
외과학회는 수련환경 개선 노력에 대해서는 “전공의의 일·생활 균형과 모성 보호를 강화하려는 사회적 변화는 당연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도한 근무시간 제한 속에서 충분한 역량을 갖춘 외과 전문의를 양성할 수 있을지는 심각한 고민거리”라고 했다.
이우용 회장은 “외과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환자 생명과 직결된 고도의 의술이 요구되는 분야”라며 “수련시간 단축이 곧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현재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함께 ‘외과 전공의 3년제 수련제도 성과 평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수련제도의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역량 중심 수련의 실질적 성과를 높일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외과 재건, 지금이 마지막 기회”
이강영 이사장은 “외과의 위기는 곧 필수의료의 위기이며, 국민의 생명권과 직결된 문제”라고 말했다.
이우용 회장도 “외과의사들이 지속적으로 배출되지 않는다면 미래 세대는 필요한 수술을 제때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외과를 다시 재건하기 위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결단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대한외과학회는 “외과를 단순한 진료과목이 아닌 국민 생명 유지의 필수 인프라로 인식해야 한다”며 “정부, 의료계, 사회가 함께 나서 외과 붕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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