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생신보】 “새롭게 개정된 범불안장애 치료지침서는 실제 임상에서 충분한 임상과 연구 경험을 갖춘 국내 불안장애 전문가들의 의견 합의를 통해 약물을 포함해 가장 효과적인 치료 전략을 세우게 한 것이다. 전문가로서의 의견과 실제 임상에서 경험한 약물 등 가장 선호하고 효과가 있는 치료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특히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를 포함한 포괄적인 치료지침을 제공하고 ▲증상 개선과 삶의 질 향상을 우선적으로 지향하며 치료 환경이 바뀌어도 일관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단, 범불안장애 치료지침서가 임상의사의 자율적인 판단을 구속하지 않는다”
대한불안의학회 공황범불안장애연구회 서호석 회장(서호석연세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2009년 이후 15년 만에 개정된 ‘한국형 범불안장애 치료지침서 개정판’의 의의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서호석 회장은 범불안장애 치료지침서 개발위원장을 맡아 ‘한국형 범불안장애 치료지침서’의 개정을 주도했다.
서 회장은 먼저 범불안장애에 대해 인식 부족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범불안장애에 대해 국민들의 인식도 부족하지만 의사들, 심지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도 범불안장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우울증인지 아니면 범불안장애인지 혼동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범불안장애의 특징은 사소한 것들, 건강, 재정, 가정교육 등 누구나 다 생각할 수 있고 겪는 걱정 등에 대해 과도하게 걱정하는 것이다. 이런 걱정이 환자들에게 고통을 주게 되며 특징적인 증상으로 근육 긴장이 나타나다. 또한 항상 초조하고 불안한 느낌, 벼랑 끝에 서 있는 느낌 등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런 불안들이 오래 되면 지치고 주저앉게 되어 무기력감, 의욕 저하 등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바로 우울증의 증세이며 전문의를 찾아 진단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범불안장애는 바라봐야 보인다’는 서 회장은 “의사들도 범불안장애를 우울증으로 진단하는 경우도 있는데 치료하다 보면 우울증 증상은 좋아지지만 불안 증상은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다”며 “범불안장애는 수면 아래 가려져 있다가 우울증이 사라지면 나타난다. 따라서 범불안장애는 가려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범불안장애 평생 유병률이 5~6%로 1차 의료기관, 특히 내과, 가정의학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등에 범불안장애 환자가 많다”며 “이들 환자들은 물리치료 등을 받으면 당시에는 증상이 개선되지만 재발이 잘 된다. 따라서 전문가에 의한 진단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범불안장애 전문가가 약 100 여명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범불안장애는 조기 진단, 발견, 조기 치료가 중요한데 처음에는 우울증이 동반되지 않더라고 범불안장애가 2년 이상 지속되면 환자 50% 정도에서 우울증으로 발전된다.
서 회장은 “알코올 의존 환자들을 전향적으로 연구한 결과, 이들 중에는 불안장애 환자가 우울증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범불안장애 환자들이 알코올 남용 또는 알코올 사용 장애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조기 진단, 발견,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15년 만에 개정된 범불안장애 치료지침서는 “충분한 임상과 연구 경험을 갖춘 국내 불안장애 전문가로 127명의 전문가를 선정해 설문지 작성을 의뢰했고 이들 중 취지에 동의하고 설문지에 성실하게 답한 총 65명의 최종 검토위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범불안장애 치료지침서 초판 또한 서 회장이 개발위원장으로 발표했는데, 당시에는 우리나라에 범불안장애에 대한 인지행동치료 및 정신치료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과 전문 연구가 적어 약물치료 지침에 국한되었던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치료지침은 10년만에 개정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늦어졌다. 그동안의 최신 지견, 지침서의 변화 내용을 검토하였고 또한 범불안장애 환자의 치료에서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 등의 정신치료와의 병용 치료의 중요성이 점증하고 국내 임상 경험 및 연구가 축적되었다고 판단되어 개정하게 되었다”며 “DSM-5라는 진단 체계로 진단이 명료해졌지만 여러 약물의 치료 효과 및 안전성이 입증되고 나아가 인지행동치료를 비롯해 마인드풀니스(마음챙김) 치료 등을 포함한 인지행동치료에 대한 치료 전략이 이번 개정판에 보강되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서 회장은 이른바 ‘심평의학’으로 불리는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상황과 관련, “이번 개정판의 목적은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를 포함한 포괄적인 치료지침을 제공하는 것이지 범불안장애 치료 지침서가 임상의사의 자율적인 판단을 구속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즉 이 지침서가 모든 임상 상황을 완벽하게 다룰 수 없으며 임상에서 환자에게 맞는 치료 전략을 세우도록 돕는 것일 뿐이지 ‘강제성이 없이 의사에 따라 자율적 판단을 참조한다’는 것이다.
범불안장애 치료 전문가로서의 대국민 메시지에 대해서는 “범불안장애라는 질환은 듣기에도 생소하고 어떤 질환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으나 실제로 실생활에서 걱정이라는 것을 하면서 살아가지만 본인이나 혹은 주위 사람이 보기에도 너무 사소한 것에 걱정이 많고 너무 과도하게 걱정해 일상 생활에 영향을 끼치고 많이 불안하고 초조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되므로 ‘너무 과도한 걱정도 질병이다’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며 이런 경우 범불안장애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문의의 진단을 받고 적절한 평가를 받아야 하며 약물치료, 마인드풀니스 등 인지행동치료를 비롯한 여러 도움을 받아 개선된 삶을 살아갈 기회를 가지기를 기대했다.
또한 그는 의료진들에 대한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서 회장은 “의료진들에게는 범불안장애라는 진단에 자칫 인식이 부족하고 또한 우울증과 질환 특성상 겹치는 부분이 많아 우울증으로만 진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과도한 걱정과 근육 긴장, 초조, 불안이 주요 핵심 증상이라고 여기고 차근히 잘 살펴봐서 만약에 범불안장애가 의심이 된다면 우울증과 구분해서 생각해야 되고 범불안장애에 대하여 적절한 치료적 접근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특히 “1차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환자의 5% 이상이 범불안장애 환자로서 우울증과 함께 가장 많은 질환이다. 그러므로 실제로 1차 의료기관에는 범불안장애 환자들이 많이 내원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면밀히 평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롭게 개정된 ‘한국형 범불안장애 치료지침서’는 약물치료뿐 아니라 인지행동 등 정신치료에 대한 전략을 보강해 국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실제 임상에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개정판은 ▲새로운 약물치료와 다양한 정신치료법에 대한 내용을 포함했으며 ▲개별 약물 및 치료에 대한 권고 수준을 제시하기 전에 전반적인 치료 전략을 우선 검토할 수 있도록 했으며 ▲치료지침서가 모든 가능한 임상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 없고 ▲치료지침서가 임상 행위의 적절성과 위법성의 판단 척도가 될 수 없다는 특성과 제한점이 있다.
2024 한국형 범불안장애 치료지침서 개정판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범불안장애 초기 약물치료 전략으로는 최우선적으로 ‘항우울제+항불안제 병용’을 선택하도록 하고 ‘항우울제 단독치료’도 1차 선택으로 포함되었다. 1차 선택 약물로는 SSRI 제제와 SNRI 제제가 선택되었다.
장기 유지치료 전략으로는 ‘항우울제 단독치료’가 최우선적으로 선택되었으며 항우울제로는 escitalopram이 최우선적으로 선택되었다.
clonazepam, alprazolam, lorazepam 등의 benzodiazepine계 항불안제의 경우 최소 및 최대 허용 용량에서 과거에 비해 50% 가량 용량이 감소한 경향을 보고하였다. 이는 benzodiazepine계 항불안제를 초기에만 사용하고 유지기에는 감량하며 항불안제의 의존 및 내성 문제에 대한 임상적 고려가 실제 반영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범불안장애의 정신치료 요법 중에서는 개인 인지행동치료, 집단 인지행동치료, 마인드풀니스기반인지치료(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MBCT),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ACT), 응용 이완법(Applied relaxation)이 적합한 것으로 합의되어 전통적인 인지행동치료 방식 외에도 다양한 정신치료적 방법이 선호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인지행동치료의 개입 시기는 초기 치료 시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합의를 이루어 범불안장애 치료에서 인지행동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결과를 보였다.
치료반응이 부족해 약물치료를 조정할 경우, 다른 계열 항우울제로 교체하거나 다른 계열 항우울제를 추가하고, 또는 benzodiazepine계 약제 및 buspirone 등의 항불안제,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을 추가하는 것이 1차 선택으로 합의되었다.
이와 함께 우울증, 다른 불안장애 및 알코올 등 물질사용장애와의 공존 질환 존재 시 치료 전략으로는 ‘약물치료+정신치료’를 최우선 치료로 하고 1차 선택으로 ‘약물치료+정신치료+기타 생물학적치료’와 ‘약물 단독치료’ 및 ‘약물치료+기타 생물학적 치료’‘를 선택하도록 했다. 항우울제는 escitalopram이 최우선적으로 선택되었고 1차 선택으로 desvenlafaxine, sertraline, venlafaxine, mirtazapine 등이 권고되었다.
한편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 및 지나친 경쟁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급증하며 이로 인해 공황장애를 비롯한 각종 불안장애의 발생률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공황장애와 범불안장애 환자는 신체 증상이 흔하게 동반되어 내과나 가정의학과 심지어 한의원에서 진료받는 경우가 많아 전문적인 정신과적 치료를 받지 못해 만성화하는 경향이 있다.
대한불안의학회 공황범불안장애연구회는 임상에서 고통받는 공황장애와 범불안장애 환자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공황장애와 범불안장애에 관심 있는 국내 연구자들 간에 인적 네트워크 형성과 공동 연구를 도모하고 아직 이들 분야에 대한 연구가 미약한 아시아권에서 국제학술 활동의 주도권까지 확보해 나갈 목적으로 2008년 5월 30일 설립되었다.
현재 전국 주요 대학병원 및 교육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30여명의 전문가들이 연구회 회원으로 참여해 활발하게 활동 중에 있다.
연구회는 ▲한국형 공황장애 진료지침의 지속적 개발 및 개정 ▲한국형 범불안장애 진료지침의 지속적 개발 및 개정 ▲공황장애 및 범불안장애에 대한 최신 연구 성과 고찰 및 공동 연구 ▲대한불안의학회 불안장애 심층치료과정 교육 ▲공황장애 및 범불안장애에 대한 대국민 홍보 활동 강화 ▲ 공황장애 및 범불안장애에 대한 학회 차원 거점 전문의 병원 구축 ▲인지행동치료 및 마인드풀니스 치료 등 비약물적 치료법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 제공 등이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