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류마티스학회 기자간담회에서 전재범 회장(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
【후생신보】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것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의학교육과 미래의료를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의대정원 증원 이슈로 은퇴하는 교수와 새로 들어오는 전임의(펠로우)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고 고등법원도 의대생, 전공의, 교수들이 제기한 의대정원 증원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는 등 의료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의과대학 교수들이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것은 의학교육과 미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것이며 전문과목과 학회가 타격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대한류마티스학회 제44차 학술대회 및 제18회 국제심포지엄에서 만난 대부분의 교수들은 이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 취재 결과, 의대 교수들은 정부가 의대교수들의 마음을 몰라주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지방 대학병원 A교수는 “의대증원 문제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걱정”이라며 “이제는 대학 교수들도 번 아웃 직전에 도달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먼저 정부가 의료계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A 교수는 “의대정원 증원 관련 의과대학 교수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에 대해 정부는 의사들이 환자를 버렸다며 악마화 시키고 있다”며 “그러나 의대 교수들이 이처럼 반발하는 것은 의학교육과 미래의료의 붕괴를 막지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계획대로 의대정원이 증원되면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던 필수의료의 최소한도 무너질 것”이라며 “이번 사태로 인해 필수의료과에 대한 지원은 더욱 떨어지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러한 의대 교수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올바른 의사인력 수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C 대학병원 D 교수는 “의대정원 증원 문제로 전공의 사직과 의대생의 휴학 등의 영향으로 병원에 남아 있는 의료진들은 이미 한계에 직면했다”며 “이제는 정말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대학병원 의료진들의 이탈이 급증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D 교수는 “현재 남아 있는 의료진들은 체력적으로도 힘이 들지만 그보다는 정신적으로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주위 교수들 사이에서는 언제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날 것인가를 눈치를 살피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은 내가 속한 의료기관이 어떻게 될 것인지 먼저 생각했지만 이제는 내 자신이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어느 한 부분이 무너지면 그 영향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함께 정부의 의대증원으로 각 전문과와 학회의 인력 수급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 이전에 이미 일부과에서는 지원자가 없어 포기를 한 상태였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류마티스내과 등에서도 분과 지원자가 급감해 이제는 포기를 해야 한다는 탄식도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신석 전 이사장(전남대병원)은 “"일부 학회는 이미 10여년전에 포기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류마티스학회는 올해 지원자가 5명에 불과하는 등 심각한 위기”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중증 및 희귀난치질환에 대해서는 차등수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차훈석 류마티스학회 신임 이사장(삼성서울병원)은 “의대증원 문제에 대해서는 대한의학회의 공식 입장에 따른다”고 전제하고 “이로 인한 의료계 혼란이 학회의 현재와 미래 인력 수급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올해 류마티스 분과 펠로우 지원자는 5명 뿐”이라며 “의대증원 사태로 많은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차 이사장은 “의대증원 문제는 개별학회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선을 넘어 섰다”며 “더 많이 홍보를 해 많은 인력이 지원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들의 복귀에도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G 교수는 “정부가 의대증원 문제를 의료계의 의견을 수용해 백지화 하더라도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는 것은 이번 사태도 직접적인 영향이 있지만 정부가 의사를 악마화시켜 의사와 환자 간 신뢰가 무너지게 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실제 전공의들도 이런 생각에 동의를 하고 있었다.
H 대학병원에서 수련 중 사직서를 내 한 전공의는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지금 백지화 하더라도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공의들이 복귀하더라도 각 과별, 필수과와 비필수과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비필수과보다는 필수과 전공의들의 복귀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전공의들의 현재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대한류마티스학회 제44차 학술대회 및 제18차 국제학술대회(KCR 2024)에서는 국내외 임상의사 및 기초의학자 약 700 여명이 참석해 지식과 임상경험을 교류했다.
또한 국제학술대회의 면모를 완벽하게 갖춰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초록의 2/3가 국외에서 접수가 되었으며 대부분의 강의와 구연발표 등도 모두 영어로 진행됐다.
이번 학술대회 해외 초청연자는 미국‧영국‧일본‧오스트리아‧캐나다 등 8개국에서 14명을 초청했다. 다니엘 알리타하(오스트리아 비엔나의과대학 교수) 유럽 류마티스학회장이 키노트 강연자로 나서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의 새로운 경향인 정밀의학과 환자 참여 관련한 전략적 측면에 대해 발표했으며 다케우치 츠토무(사이타마의과대학 교수) 아시아태평양류마티스학회장, 가와카미 아츠시 일본 류마티스학회장 등 세계 류마트스학 오피니언 리더가 참석해 최신 지견을 교환했다.
특히 동아시아 류마티스학회에서 성장한 연구자들의 재회와 교류의 시간도 마련됐다. 아시아태평양 류마티스학회 멤버간 발표에는 2019년 서울에서 개최된 동아시아류마티스학회의 차세대 연구자 미팅에 초청된 젊은 연구자들이 한국, 일본, 중국 학계의 핵심 인재로 성장해 류마티스관절염의 정밀의학과 염증성 근염의 코호트 및 진단을 주제로 발표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성윤경 학술이사(한양대병원)는 “완전한 오프라인 학술대회를 준비했는데 의대증원 사태로 병원 당직을 서는 등 참석이 어려운 회원들이 많아 온라인도 동시에 진행하는 하이브리드로 변경해 개최했다”며 “초록 접수도 국내는 30% 줄고, 국외는 200% 늘었다. 특히 의대생, 전공의 등을 위한 프로그램도 준비했는데 참석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대한류마티스학회 신임 이사장에는 삼성서울병원 차훈석 교수가(임기 2026년 5월), 신임 회장에는 중앙대병원 송정수 교수가 지난 20일 취임(임기 2025년 5월)했다.
|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