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기술력 자랑하는 재생의료, 규제에 발목 잡혀매년 1~2만 명 해외로 원정 치료 떠나…제도 개선 등 활성화 방안 마련 절실
【후생신보】난치병 치료 등 다양한 기대 효과에도 불구하고 재생의료가 규제에 발목이 잡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활성화 대책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내용은 데일리메디가 최근 주최한 ‘재생의료 활성화 방안 모색 정책 재좌담회’에서 제기됐다. 이날 행사는 삼성서울병원 이우용 암병원장을 좌장으로 ▲재생의료진흥재단 윤택림 이사장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 조인호 단장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권유욱 교수가 패널로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재생의료 정책 실무 책임자인 ▲보건복지부 김영학 재생의료정책과장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김기향 첨단바이오기술R&D단장이 정책을 기반으로 재생의료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재생의료는 손상된 인체의 세포, 조직, 장기를 대체하거나 재생시켜 정상 기능을 복원하거나 새로 만들어내는 의료기술을 말한다. 초기에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치료용 세포와 조직을 제작하는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다양한 약물과 소재 및 의료기기 등을 이용해 손상된 인체 부위 재생을 촉진하는 기술까지 확대됐다.
이날 참석자들은 국내 재생의료 경쟁력 높고 향후 국가 신성장동력으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의생명연구원 권유욱 교수는 “재생의료는 희귀‧난치성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매력적인 기술”이라며 “국내에서도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만큼 재생의료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환자 삶의 질이 높아지고 의료비 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 조인호 단장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실시한 설문조사를 공유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국민 91.9%는 재생의료가 유망성이 있다고 인식했다. 재생의료 산업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 산업계는 79.6%, 의료계는 87.1%로 평가했다.
특히 한국과 선도국 간 첨단재생의료산업격차를 세포‧유전자 치료제는 3∼4년, 조직공학제제‧첨단바이오융복합제제는 5∼10년을 1순위로 답했다.
조인호 단장은 “기관마다 수치가 상이하지만 일관되게 가파른 성장세를 예측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재생의료가 신성장 동력의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는 게 재생의료의 국내 현실이다. 다수 참석자들은 활성화를 막는 주 요인으로 ‘규제’를 언급했다.
현재 국내 재생의료는 다른 치료제가 없는 질환이나 희소·난치 질환에만 연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의사 재량으로 필요한 환자에게 시술하는 길이 막혀 있고 연구 대상자인 환자에게 치료비를 받을 수도 없는 구조다.
반면 재생의료 관련 선진국의 행보는 우리와 달랐다.
일본은 2014년부터 관련법을 정비해 재생의료 시설로 인정받으면 시술에 별다른 규제가 없다. 대만도 지난 2018년 9월 재생의료법을 통과시켜 일본처럼 재상의료 시술을 할 수 있다. 미국은 2016년부터 재생의료 서비스가 확대됐다.
이러다 보니 매년 국내서 1~2만 명이 줄기세포, 유전자치료 등 재생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일본 등 해외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다.
윤택림 이사장은 “우리나라 재생의료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규제가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고용곤 원장은 “재생의료 성장을 위해서는 수익을 기반으로 투자를 이뤄져야 하지만 규제가 이를 막고 있다”며 “수익과 연구가 단절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재생의료가 불법이다 보니 수준이 낮은 해외 병원에서 치료받는 경우도 많다”며 “이는 결국 환자들의 건강이 위협받는 꼴”이라고 고 원장은 덧붙였다.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듯,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국회의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기윤 의원(국민의힘)은 지난 8월 재생의료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보다 많은 환자가 세포·유전자치료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그동안 중증‧희귀‧난치 질환자에만 국한되던 재생의료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도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는 킴리아 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에 조혈모세포 이식 기관도 포함하는 내용의 첨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킴리아 치료를 시행하기 위한 의료기관은 세포관리업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고, 세포관리업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을 충족하는 시설을 갖춰야만 한다.
때문에 고가의 시설유지비가 필요한 GMP시설을 갖춘 수도권 대형병원들만이 킴리아 치료를 시행할 수 있어 지방에 있는 환자들이 서울까지 와야하는 고통과 불편이 야기돼 왔다.
정부에서도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복지부 김영학 재생의료정책과장은 “업무를 맡은 후 재생의료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을 체감했다”며 “국산화가 미진할 경우 국민 의료비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국정과제에도 최초로 첨단 재생의료가 포함되는 등 유망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투자는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흥원 김기향 첨단바이오기술R&D단장은 “규제로 인해 성장에 제약이 있음을 알고 있다”며 “정부도 재생의료 연구개발 투자의 지속적인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후생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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