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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응고인자제제 투여 용량 손질해야

인하대병원 소청과 박정아 교수, “혈우병 환우의 건강하고 활동적인 삶 위해 중요”

문영중 기자 | 기사입력 2023/07/12 [12:00]

혈액응고인자제제 투여 용량 손질해야

인하대병원 소청과 박정아 교수, “혈우병 환우의 건강하고 활동적인 삶 위해 중요”

문영중 기자 | 입력 : 2023/07/12 [12:00]

【후생신보】몇 년 전 ‘다문화 고부열전’이란 TV 프로그램에서 ‘혈우병 아이를 둔 고부의 전쟁과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베트남 며느리와 한국 시어머니에 대한 내용을 본 적이 있다. 혈우병을 갖고 태어난 아이가 아장아장 걸어갈 때,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혹시라도 아이가 넘어질까 눈을 떼지 못한다. 그래도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걸어간다.

 

이후 두 사람은 며느리의 고향인 베트남을 방문하였는데, 그 곳엔 며느리의 오빠가 누워 있다. 한국의 조카처럼 혈우병을 앓고 있는 그는 한눈에 보아도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고 심지어 걸을 수조차 없었다. 그의 나이는 겨우 31세였다.

 

우리나라는 정부와 환우 단체, 그리고 의료인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혈우병 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잘 정립되어 있는 편이다. 다양한 혈우병 치료약제들이 국내에 출시되고 용이하게 처방 및 투약이 가능하며, 대부분의 비용을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다. 또한 신약에 대한 임상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상적 예방 요법(유지 요법)을 어린 나이에 시작할 수 있었던 소위 ‘요즘’ 혈우병 아이들은 관절병증 등의 합병증 없이,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여러 좋아하는 운동도 하면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성인이 되어 운동선수, 기자, 의사, 변호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자유롭게 원하는 활동을 하는 환우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많은 환우들에게 있어 혈우병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과 달리 감소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부 환우들은 예방 요법(유지 요법) 가이드라인에 따라 약이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출혈로 인한 관절 손상 및 합병증 등을 겪고 있다.

 

2017년 Serio lannazzo 등이 보고한 중증 A형 혈우병 환자에서의 약동학 기반 예방 요법과 표준 예방 요법의 비용-효과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급여 기준 상 최대 용량과 동일한 30IU/kg의 용량을 처방받은 환자 중 10.6%에서 약물 용량이 많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환자마다 약물의 약동학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며, 예방 요법(유지 요법) 가이드라인에 따라 단위 체중 당 동일하게 투여되는 약물 용량이 어떤 환자들에게는 필요 용량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혈우병성 관절병증이 있는 환자에서는 일상적인 활동이나 운동을 하는데 있어서, 관절병증이 없는 환자들보다 더 높은 혈액응고인자 활성도를 필요로 한다.

 

WFH 가이드라인에서도 2012년에는 예방 요법(유지 요법)의 목적을 응고인자 활성도를 1% 보다 높게 유지함으로써 출혈 및 관절 손상 예방을 통해 정상적인 근골격계 기능을 보존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출혈 위험도가 높은 신체 활동을 지양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2020년 개정된 최근 가이드라인에서는 예방 요법(유지 요법)의 목적을 “혈우병 환자가 비환자군과 비슷한 수준의 신체활동과 사회활동을 수행하며 건강하고 활동적인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치료”로 정의하였고 목표 체내 응고인자 활성도는 개인의 필요에 따라 설정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혈우병을 진료하는 의료인의 목표 역시, WFH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모든 혈우병 환우들이 출혈에 대한 걱정 없이 비환자군과 동일한 신체 활동을 영위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넘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첫 번째는 환우 개개인의 약동학적 특성에 맞게 충분한 약물 용량을 투여 받을 수 있도록 현재의 급여 허용 용량 기준을 약물에 허가된 용량만큼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개인별 약동학적 특성의 차이 및 환자의 관절병증 유무 등과 관련하여, 단위 체중 당 동일한 약물 용량 적용 시, 혈액응고인자의 용량이 부족한 환자들이 있다. 관절병증이 없는 혈우병 환우의 경우에는 혈액응고인자의 활성도가 1% 이상, 혈우병성 관절병증이 있는 환우의 경우에는 혈액응고인자 활성도를 3%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혈중 혈액응고인자 활성도가 낮을 경우 일상적인 활동만으로도 반복적인 관절 출혈 및 빈번한 출혈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 Serio lannazzo 기준을 적용하면 2021년 한국혈우재단에서 조사된 A/B형 중증 혈우병 환우 1,511명 중 약 160명은 약물 용량이 부족한 것으로 예측되며 이러한 환우들을 위해 급여 용량 증대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신체 활동에 맞게 체내 응고인자 농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여러 연구나 학회에서 Physical activity를 주제로 많은 이야기가 오가곤 한다. 나는 진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적절한 운동을 할 것을 권유하고 운동 전에는 반드시 응고인자 제제를 투여하라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신체 활동은 정신 건강에 좋을 뿐 아니라, 각종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며, 환우들의 장기적인 삶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개발 중인 다양한 non-Factor 제제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겠다. 이들 약물은 반감기가 길고 투여가 간편한 것이 장점이다. 정맥주사가 어려워 출혈 시 보충요법을 하였던 환우들도 예방 요법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이런 약물들은 환우에게 부족한 응고인자를 직접 보충해 주는 기존의 혈액응고제제와 달리, 혈중 약물 농도 및 응고인자 유사 활성을 제한된 수준에서 일정하게 유지하는 방식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출혈이 발생하였을 때는 혈액응고인자제제 투여가 필요하고, 비교적 활동량이 많은 환우들은 필요로 하는 혈액응고인자 활성도가 높기 때문에 Non-factor 제제 이외에 추가적인 혈액응고인자제제의 투여가 필요할 수 있다.

 

혈우병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혈우병 환우가 혈우병이 없는 사람들과 같은 일상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일상의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고 아프거나 불편한 곳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 적극적인 예방(유지) 요법이 너무나 중요하고, 적절한 혈액응고인자 활성도를 유지하여 관절 출혈의 위험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혈우병 치료법과 약물들의 도움으로, 앞으로 우리 환우들이 삶의 질이 더욱 유의하게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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