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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의료기술평가’의 민낯 - 1

2007년 도입 '신의료기술평가’, 식약처 허가 획득 후 또 다시 NECA 평가 받는 중복 규제

문영중 기자 | 기사입력 2023/07/03 [06:00]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의료기술평가’의 민낯 - 1

2007년 도입 '신의료기술평가’, 식약처 허가 획득 후 또 다시 NECA 평가 받는 중복 규제

문영중 기자 | 입력 : 2023/07/03 [06:00]

【후생신보】‘신의료기술평가’가 혁신 또는 첨단 의료기기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허들로 전략했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하 NECA)의 ‘신의료기술평가’는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의료기술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 2007년 도입된 제도다.

 

평가 대상은 ▲안전성․유효성이 평가되지 않은 의료기술로서 복지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의료기술 ▲이러한 의료기술 중 복지부장관이 잠재성의 평가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의료기술 그리고 ▲신의료기술로 평가받은 의료기술의 사용목적, 사용대상 및 시술방법 등을 변경한 경우로서 복지부장관이 평가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의료기술 등이다.

 

그런데 국민 건강 보호와 산업 발전을 위해 마련된 이처럼 훌륭한 평가 제도가 왜 중복 규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허가 이후 별반 차이가 없는? NECA의 신의료기술평가를 또 다시 통과해야만 시장에 관련 기기 등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NECA의 신의료기술평가가 15년 넘게 혁신적인 의술과 의료기기를 개발해 온 업계와 의료진들에게 족쇄로 작용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 대목이다.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산업 발전도 저해하고 있는 ‘신의료기술평가’의 역설이다.

 

이에 본지 <후생신보>는 신의료기술평가와 관련된 업계의 생생한 지적을 담은 기사를 세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연재 ▲‘신의료기술평가’는 중복 규제다 ▲허가받은 의료기기의 先 시장 진입 後 평가 고민해야 그리고 ▲신의료기술평가는 허가제 아니다 순이다.

 

2007 도입 '신의료기술평가'는 중복 규제다

 

식약처는 의료기기 안전에 관한 사무를 총괄하는 중앙행정기관이다. 때문에 식약처가 허가한 의료기기는 국가에서 그 안전성과 유효성을 보증한 의료기기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신의료기술의 경우 식약처 허가 후 다시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아야 시장 출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신의료기술평가는 의료기기 안전성․유효성 뿐 아니라 의료기기와 이를 활용한 수술․시술 행위까지 같이 검토하고 신청인의 제출 자료가 아닌, 기존의 연구 자료들을 포괄적으로 수집, 분석해 결론을 내리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의 체계적 문헌고찰을 거친다는 점이 식약처 의료기기 허가/인증 절차와 차이가 있다.

 

즉, 식약처 허가/인증과 신의료기술평가의 차별점은 신청인이 제출한 자료에 근거하는지 아니면 전세계 임상 논문을 대상으로 체계적 문헌고찰을 하는지 여부다.

 

관련 업계에서는 신의료기술평가를 중복 규제로 정의하고, 새로운 의료기술의 빠른 시장 진입을 차단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식약처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는 국가가 그 안전성․유효성을 보증한 의료기기로 볼 수 있다”며 “그런 이유로 식약처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는 의료 현장 사용이 바로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현행법상 새로운 의료기술이 요양급여 대상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결정신청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의로 비급여로 사용할 경우 추후 부당청구로 그 비용을 환수당할 위험이 크다.

 

신의료기술에 대한 요양급여 대상 여부 결정신청을 하려면 ▲신의료기술평가를 받거나 ▲평가유예를 받거나 또는 ▲혁신의료기술 인정을 받아야 한다(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0조 제1항 제1호).

 

평가유예 또는 혁신의료기술 인증은 요건이 까다롭고 또, 일정 기간이 지나면 결국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아야하므로 별 의미가 없다. 즉, 새로운 의료기기의 경우 반드시 신의료기술평가 후 인증을 받아야만 의료 현장 출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인증한 의료기기를 의료인들이 한 번 더 검토하는 신의료기술평가가, 중복 규제 성격이 크다는 지적을 피해 갈 수 없는 대목이다.

 

업계는 또, 신의료기술평가의 문제점으로 평가 기간을 꼽기도 했다. 제도상 최대 250일이 소요되고 실제로는 평균 226일이 걸리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나아가 임상 문헌 상 근거가 부족해 연구 단계 기술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아예 시장진입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점도 문제라고 평가했다.<표 참고>

 

신의료기술평가, NECA․일부 의료인 권력으로 전락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신의료기술평가는 식약처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거쳐야 할 게이트키퍼(Gatekeeper) 같은 역할을 하면서 신의료기술평가에 관여하는 NECA와 일부 의료인들의 권력 유지를 위한 도구로 변질됐다”라고 성토했다.

 

참고로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등 해외 주요국들의 신의료기술평가는 시장 출시 전 ‘필수조건’인 우리와 달리 선택 사항이다.

 

나아가 관련 업계는, 신의료기술평가에 활용되는 체계적 문헌고찰이라는 검토 방식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사항을 요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체계적 문헌고찰을 위해 NECA 측에서 요구하는 임상문헌이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CT)’ 이기 때문이다.

 

의료기기 사용이 전제되는 의료기술에 대한 평가에서 의약품과 달리 RCT로 수행된 논문을 우선 요구하는 것 말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한 관계자는 “신의료기술에 대해 RCT 논문을 비롯한 충분한 임상적 근거를 요구하는 것은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에게 미적분을 풀라는 말이나 다름없는 일”이라고 비꼬았다.

 

신의료기술평가 신청 기업이 자체적으로 임상적 근거를 마련하는 일도 결코 쉽지 않다. 임상을 위한 계획서 작성, IRB 승인, 식약처장 승인, 피험자 모집, 임상시험 수행, 임상결과 정리 및 통계 처리 등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수년이 지나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임상논문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1편으로 신의료기술평가 통과 결코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신의료기술평가에 발목 잡힌 큐렉소 미국선 ‘훨훨’

 

신의료기술평가 통과를 위해 다수 임상문헌을 요구하는 현재의 NECA 요구는 대형 다국적사나 가능한, 보통 기업들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라고 이 관계자는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성 또는 뛰어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중복 규제와 무리한 자료 요구라는 신의료기술평가 허들에 막혀 국내 시장 진입이 막히고 이에 따라 환자 치료 기회가 제한된 국내 사례 없지 않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루트로닉의 ‘기타안과용레이저수술기(제품명 : R:GEN, 신의료기술명 : 선택적 망막 치료술)’는 국내 기술로 ‘세계 최초’ 기술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신의료기술평가의 문턱을 넘지 못해 세계 최초 타이틀을 포기해야 했다.

 

큐렉소의 ‘네비게이션의료용입체정위기(제품명 : CUVIS-SPINE, 신의료기술명 : 수술 보조 로봇을 이용한 척추 수술)’는 국내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지 못해 국내 시장 출시가 불발됐다. 하지만 FDA 허가 후 미국에서는 널리 판매되고 있다.

 

업계 다수 관계자들은 “NECA의 ‘신의료기술평가’는 시장 진입 자체를 막는 수단으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건강보험 등재 여부 판단에 대한 참고자료로만 활용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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