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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 목록 삭제’만이 답? ‘솔로몬의 지혜’ 절실

환자들 치료 보장권 등 기본권 보호․건강보험재정 도움 되는 ‘묘책’ 찾아야

문영중 기자 | 기사입력 2022/02/24 [06:00]

‘급여 목록 삭제’만이 답? ‘솔로몬의 지혜’ 절실

환자들 치료 보장권 등 기본권 보호․건강보험재정 도움 되는 ‘묘책’ 찾아야

문영중 기자 | 입력 : 2022/02/24 [06:00]

【후생신보】지난달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사망 등 중대재해 발생시 경영책임자 등에 강도 높은 형사처벌이 내려질 것으로 보여 기업들은 좌불안석이다.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는 ‘악법’이니, ‘과잉처벌’이니 하는 의견이 적지 않고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제약업계에도 이와 비슷한 법이 있다. 불법 리베이트를 없애기 위해 리베이트 적발시 보험약가를 인하하는 ‘약가 연동제’, 리베이트 주고받은 제약사와 의사 모두를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 등이 그 것이다.

 

지난 2014년 7월 2일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시행됐는데 이 역시 ‘악법’이라는 지적이 없지 않았다. 리베이트 투아웃제는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처음 적발될 경우 금액에 따라 경고에서부터 1~12개월의 건강보험 급여정지 처분을 내리는 법이다.

 

두 번째 적발 시에는 1억 원 이상 부당 금액을 제공한 경우, 해당 제품의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보험 급여 목록 삭제 조치가 진행된다. 대한민국 건강보험 제도 하에서 ‘보험 급여 목록 삭제’는 퇴출을 의미한다. 기간은 중요치 않다.

 

이에 제약 관련 단체들은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명확한 의미와 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안이 시행될 경우 심각한 부작용과 피해가 우려된다는 의견을 다수 제출하기도 했다.

 

더욱이 약사법, 의료법 상 불법 리베이트 행위자를 형사 처벌하는 법규가 있고 공정거래법에도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과징금으로 부과하도록 하는 규정이 존재하는 만큼 불합리한 규제라는 입장을 제약업계는 수차례 밝혔다.

 

제품의 ‘숨통’을 끊는 요양 급여 정지가 기업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주장이 지속 제기된 이유였다.

 

하지만 우려에도 불구하고 리베이트 투아웃제는 출항했다. 이후 A 제약사가 불법 리베이트로 적발됐다. 투 아웃제에 걸린 것이다. 해당 의약품들의 급여는 당연히 정치 처분됐다. 여기에는 항암제도 포함돼 있었다.

 

우려했던 대로 문제가 발생했다. 항암제의 경우 보험 급여가 정지되면 해당 제품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암 환자들이 새로운 항암제에 대한 빠른 보험 급여 적용을 지속 요청하며 복지부 앞에서 농성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환자 단체의 반발이 당연히 뒤따랐다. “잘못은 제약사가 했는데 그 피해를 왜 우리가 봐야 하냐”며 반발한 것이다. 전문의약품도 그렇지만 중증환자나 만성질환 나아가 생명과 직결되는 항암제의 경우 다른 제품으로 바꾼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의료진 뿐 아니라 환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 바로 치료제 변경이다.

 

잘못된 의약품 유통 관행을 뿌리 뽑겠다며 꺼내든 칼(리베이트 투아웃제)이 애꿎은 환자들을 잡은 셈이었다.

 

잘못을 저지른 제약사에 대한 처벌은 당연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환자들의 치료 보장권, 생존권 등 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는 치명적 문제가 발견된 것이다.

 

의약품 급여 정지 처분은 환자의 안전을 위협함과 동시에 정부의 보험재정에도 결코 도움이 못된다.

 

리베이트 투아웃제는, 지난 2018년 9월 28일 국민건강보험법 개정과 함께 사라졌다. 약가인하에서 투아웃제, 이어 약가인하로의 회귀였다.

 

법은 바뀌었지만 리베이트 투아웃제 의약품 급여 정지 처분 여파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리베이트 투아웃제 시행(’14.7.2~’18.9.27) 당시 적발된 의약품들이 당시 법으로 처분되기 때문. 이 기간 적발된 다수 제약사의 많은 의약품들이 행정처분을 기다리고 있고 이로 인해, 환자들의 피해 또한 수면위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해법은 없을까? 의약품 급여 정지에서 약가인하로 법이 개정됐을 당시 복지위는 개정사유로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권 제한 ▲약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부작용 발생 우려 ▲항구적 약가 인하로 효과적인 제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들었다.

 

항구적 약가 인하 의미는 한번 깎인 약값은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가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가령 100원에서 약가인하로 80원이 됐다면 다시 이를 100원으로 되돌릴 방법은 없다.

 

많이 팔릴수록 약가를 낮추는 ‘사용량 약가 연동제’로 인해 약가는 오히려 더 떨어질 수 있다. 이는 건강보험재정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지난 2009년부터 실시되고 있다. 원가는 그대로 인데 약가는 지속 떨어지는 시스템이다. 제약사에 좋을 리 만무하다.

 

다른 대안은 과징금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등으로 인해 국민건강보험재정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어 더욱 주목되는 방법이다.

 

▲임상적으로 동일한 대체 약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대체약제의 처방 및 공급, 유통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경우 ▲요양급여 정지 대상 약제의 환자군이 약물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 ▲사실상 요양급여 정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경우 과징금으로 처분 가능하다.

 

지난해 12월 9일부터 급여정지 처분 대상인 리베이트 의약품이 환자 진료에 불편을 초래하는 등 공공복리에 지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과징금으로 갈음할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법이 다시 한번 손질됐다. 복지부의 과징금 처분 재량권이 확대된 것이다.

 

국민건강보험법의 리베이트 처분 목적에는 ‘국민 건강 보호’와 ‘의료비 감소’라고 기재되어 있다.

 

리베이트를 하다 적발된 제약사에 대한 엄벌 필요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보는 일 또한 있어서는 안된다. 급여 정지라는 리베이트 행정처분이 임박한 가운데 솔로몬의 지혜가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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