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⑧

| 기사입력 2004/06/03 [16:46]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⑧

| 입력 : 2004/06/03 [16:46]

먼 길을 찾아온 친구 레티날


  지난 번에 '옵신'(opsin)에게는 밤에 팔짱을 끼고 노는 '레티날'(retinal)이란 친구가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옵신과 레티날이 붙어있는 것을 ‘로돕신’(rhodopsin)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레티날은 도대체 누구이며 어디서 어떻게 온 것일까요.
 
 고대 이집트인과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시력에 도움을 주고자 간의 추출물을 이용하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러나 1920년대가 되어서야 그 성분이 비타민 a임을 알았습니다. 비타민 a에는 레티날, 레티놀(retinol), 레티노산(retinoic acid)이라는 세쌍둥이가 있는데 사실 엄밀히 말하면 한명이기도 합니다.
 
 분명히 세 명이지만 언제든지 서로 몸을 바꿀 수 있으며, 또한 이들 중 한 명만 있어도 세 명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여러 쌍둥이들을 가진 비타민 k와 비슷합니다. 시각심리학자였다가 생화학자가 된 조지 왈드(george wald)가 바로 이 레티날이란 친구를 찾아내었는데 그는 레티날이 옵신과 결합하여 시력을 유발하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는 것을 최초로 발견하였습니다.
 
 아하! 레티날이 누군가 했더니 비타민 a이군요. 그렇다면 어디서 온 것일까요.
 
 비타민은 우리 몸에서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만 하는 필수 영양소에 속합니다.
 
 모두 13종류이며 a, b (b1, b2, b3, b5, b6, b12), c, d, e, h, k, m이 있습니다. 그 중 비타민 a는 베타카로틴(beta-carotene)으로 섭취됩니다.
 
 카로틴은 식물의 녹색 잎에 존재하며 광합성에 관여하는 물질입니다.
'음... 광합성에 관여한다...'
 
 카로틴에는 알파, 베타, 감마카로틴과 리코펜(lycopene)이 있는데, 베타카로틴 하면 대표적으로 붉은 당근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참고로 알파 카로틴은 녹조류 청각에 많고, 감마 카로틴은 과실과 꽃잎에 있으며, 리코펜은 토마토의 빨간 성분입니다.
 
 가을이 되면 붉그스름한 단풍을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식물의 녹색 잎사귀에 감추어져 있던 카로틴의 고유한 색깔이 들어나기 때문입니다.
 
 베타카로틴은 레티놀 두개가 붙어있는 것으로 그림에서처럼 몸을 곧게 핀 all-trans 형태이며, 장에서 끊겨서 림프관을 통해 에스테르로 변한 후 간에 저장됩니다. 섭취되면 쉽게 비타민 a가 되기 때문에 카로틴을 프로비타민 a라고 합니다.
 
 이쯤 되면 카로틴이 대충 누구인지 감이 잡히시죠? 마치 붉은 망토를 걸쳐 입고 식물의 생명유지에 필요한 광합성을 돕는 중요한 인물 같지 않습니까?
 
 옵신은 망막의 시세포 속에서, 카로틴은 녹색 잎사귀에서 빛과 마주보고 있는 ‘빛의 친구들’이 아닐까 하고 상상해보았습니다.
 
  간에 저장된 레티놀이 어떻게 망막까지 갈 수 있을까요. 그림에서 보면 레티날의 구조가 마치 느려터진 애벌레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네요.
 
 어떻게 해서든 간에서부터 혈액을 타고 망막색소상피를 통과하여 시세포까지 들어가서 옵신과 만나야 하는데요. 지금부터가 문제입니다.
 
 레티놀은 사람의 몸속에서 남아돌거나 모자랄 경우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하나하나를 따져보면 몸집이 0.6kd 밖에 되지 않습니다.
 
‘1억 분의 1’의 ‘1억 분의 1’의 ‘10만 분의 1’ 그램이거든요. 또한 지용성의 이 친구는 지질로 구성된 세포막들을 통과할 때 세포막에 온 몸이 녹아버릴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여기에는 정교한 레티놀 이송작전이 필요합니다. 조금 지루하겠지만 한 번 볼까요?
    
  혈중 레티놀 농도를 항상 체크하고 있던 간은 드디어 혈중 농도가 조금 떨어졌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all-trans 레티놀을 35배나 큰 트럭(srbp, serum retinol binding protein) 속에 하나씩 넣어 이동시킵니다.
 
 이동 중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빠져나가 버리는 위험을 막기 위해 다시 100배나 큰 화물차와(tt, transthyretin) 단단하게 연결합니다.
 
 이 화물차는 사실 갑상선호르몬을 뇌로 나르고 있던 중입니다. 혈액을 따라 망막 바로 아래의 혈관층인 맥락막에 도달하게 되면 트럭은 화물차와의 연결을 해제하고 혈관을 빠져나온 후 첫 지질막 검문소인 망막색소상피의 세포막을 통과하여 세포 안에 도착하게 됩니다.
 
 세포 안으로 들어온 레티놀은 세포의 열에 손상을 받지 않기 위해 그림에서처럼 구부린 자세의 11-cis 레티놀로 변신합니다. 그 후 세포막에 노출되지 않도록 망막색소상피가 준비한 집(crbp, cytosolic retinol binding protein)에서 대기합니다.
 
 이때 시세포가 일이 없으면 가장 독성이 없는 에스테르(retinyl palmitate)로 변신하여 저장됩니다. 일이 생기면 11-cis 레티날로 다시 변신한 후(드디어 오늘의 주인공 레티날이 등장했군요), 작은 셔틀버스(cralbp, 11-cis retinal binding protein)를 타고 세포막 검문소를 빠져나갑니다.
 
 이제 마지막 검문소인 시세포막을 통과하기에 앞서 200배나 큰 다른 셔틀버스를 탑니다. 왜 이렇게 큰 셔틀버스가 필요한 지는 잘 모르지만 아마도 시세포의 끝 방, 즉 옵신이 있는 바로 그 곳으로 정확히 들어가기 위해서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두 친구들이 만났네요. 물론 레티날이 먼 길을 오는 동안 더 고생을 했겠지만 말입니다.
 
 성경의 다윗과 요나단처럼 ‘내 생명과 같은 친구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 친구들은 서로 다른 곳 출신이지만 같은 큰 꿈을 꾸었고, 어려움을 이겨냈으며, 드디어 만났고, 서로 힘을 합쳐 누구보다 열심히 좋은 꿈을 위해 일하고 있지 않습니까? 여러분들도 이런 친구가 적어도 한명씩은 있지요?
 
 조만간 그 친구를 한번 만나봅시다. 레티날처럼 먼 길을 어렵게 가더라도 말입니다. 혹시 그 친구가 기운이 없다면 최민식 처럼 노래를 불러주고, 또 어깨동무도 한 번 해주시고요.



Tag
#망막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망막이야기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