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호 교수의 알기쉬운 부정맥 이야기 (34)
후생신보 기사입력  2017/02/2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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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실빈맥(7)

 

염전성 심실빈맥

단어도 낯설고 설명도 쉽지 않은 심실빈맥의 일종이다. 한마디로 이야기한다면 다형성 심실빈맥의 일종인데 발생하는 상황이 특수하다. 다형성이므로 심실빈맥 당시 QRS파의 모양이 하나가 아니고 여럿이다. 

 

실제 염전성 심실빈맥의 경우 빈맥 시 QRS파의 모양이 계속 달라지는데 마치 한 점을 중심으로 꼬이는 듯 매우 특징적인 모양을 나타낸다. 의학용어로는 ‘Torsade de pointes’인데 처음 불어로 기술된 용어가 현재에도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의사들도 이를 정확히 어떻게 발음해야 하나 쩔쩔맨다.

 

필자가 미국 인디애나대학 크래너트 심장연구소에 연수하던 중 컨퍼런스에서 이 증례를 토론한 적이 있었는데 지도교수이던 Dr. Zipes가 프랑스계 미국인 의사에게 정확히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가를 물었던 기억이 난다.  

염전성 심실빈맥으로 부르는 경우는 거의 없고 ‘토사드’로 자주 부른다. 기술할 때에는 TdP란 약어를 사용한다.

 

발생원인은 두 가지가 있다. 심근세포의 이온 이동통로의 유전자 변이로 태어날 때부터 갖게 되는 선천성 원인이 하나이다. ‘선천성 긴 QT 증후군’인데 매우 드물다. 그보다 훨씬 더 흔한 것은, 선천성에 대비하여 ‘후천성 긴 QT 증후군’(acquired long QT syndrome)이라고 부른다. 

 

임상적으로는 주로 큰 수술이후에 발생하는 혈중 전해질 이상(특히 Mg++, K+ 저하 등)과 서맥으로 인하여 2차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적절한 치료로 호전이 가능하다.  

전해질 이상으로 염전성 심실빈맥이 발생했는데 이를 일반적인 심실빈맥으로 생각해 아미오다론 같은 항부정맥약제를 투여하면 서맥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염전성 심실빈맥은 더욱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의료인은 이 부정맥의 병태생리와 심전도 양상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벌써 오래 전의 이야기이다. 

아침에 출근해 전날 심장 수술 받은 환자를 보러가 보니 밤새 SICU에서 난리가 났단다. 환자가 심실빈맥이 자주 생겨 십여번 전기충격을 하느라 흉부외과 전공의가 날밤을 새웠다고 했다. 말만 들어도 TdP을 짐작했는데 아니다 다를까 전형적인 TdP이다. 역시 심한 hypokalemia, hypomagnesemia로 생긴 것이다. 지금은 이런 일이 생기지 않지만 우리나라 심장수술 초기에는 이런 일이 간혹 생겼다. 흉부외과 의사는 수술만 잘 하면 되었고 부정맥에 대해서는 경험이 적었기에 발생한 일이다. 요새 흉부외과 의사들은 수술뿐 아니라 부정맥 심부전에 대한 전문지식도 훌륭해 이런 일은 생기지 않는다.  

  

따라서 치료는 항부정맥 약제가 아니고 모자란 전해질 보충 K+과 Mg++ 특히 Mg++의 보충이 필수적이다. 설사 혈액검사의 Mg++ 수치가 정상이라도 투여하는 것이 좋다. 서맥이 심하면 임시박동기를 사용하여 심박수를 올릴 필요가 있다. 임시박동기가 여의치 못하면 이소프로테레놀(isoproterenol) 같은 주사제를 사용하여 심박수를 높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 부정맥은 QT간격이 길어지며 발생하므로 임시박동기나 약물로 심박수를 올리게 되면 QT간격이 줄어들게 되어 효과를 나타낸다. 염전성 심실빈맥이 나타나면 꼭 QT간격을 세심히 관찰하고 QT간격이 길어져 있으면 방금 서술한 치료를 즉시 시행해야 한다.

 

전에 소개한 TdP 환자도 전해질 보충과 isoproterenol 주사로 빈맥발작의 횟수가 차츰 줄고 지속시간도 줄어 몇 시간 후에는 완전히 평온을 되찾았다. 

 

 

노태호 교수

(가톨릭의대 성바오로병원, 현 대한심장학회 회장)

 

대한심장학회 부정맥연구회 회장을 지냈고 대한심폐소생협회에서 소생술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저서로 ‘닥터노의 알기 쉬운 부정맥’, ‘노태호의 알기 쉬운 심전도’ 1, 2권, ‘영구심박동기 시술’이 있고 그 외에 ‘심장부정맥 진단과 치료’ 등 여러 공저가 있다.

매년 2월 ‘알기 쉬운 심전도’란 심전도워크숍을 19년째 지속하고 있으며 ‘닥터노의 심장과 부정맥이야기’란 블로그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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