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호 교수의 알기쉬운 부정맥 이야기 (33)
후생신보 기사입력  2017/02/2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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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실빈맥(6)

 

실신의 한 원인 - 심실빈맥

60대 신사가 정신을 잃고 놀라 외래로 내원했다. 강단에 서 있다 갑자기 핑하며 어지러워 강단을 붙잡고 버티려 했으나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고 한다. 깨어난 후 가슴 통증이 심해 주변 병원을 찾았고 거기에서 검사한 결과 늑골 골절이 발견되었다. 전에도 간혹 어찔한 적이 있었다고 하나 그 당시 가슴 통증이나 두근거림 증상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과거력에서도 별 이상이 없다. 고혈압, 당뇨병 모두 없다.

 

여러 가능성이 있어 검사를 진행하던 중 홀터에서 이런 이상이 발견되었다. 단형 심실빈맥, 정확히는 비지속성 단형 심실빈맥(non-sustained monomorphic VT)이다. VT 당시 심실 박동수가 180-190 정도니 빠른 편이다. 일반적으로 심박동 수가 올라가면 심박출량이 증가하지만, 이렇게 심실 박동이 빨라지면 설사 심실빈맥이 아니라도 심박출량이 감소할 수 있다.

너무 빨리 심장이 뛰면 심장에서 밀어낸 혈액이 심장으로 다시 들어오는 시간(이완기)이 짧아져 오히려 심박출량이 떨어진다. 정상 빈맥리듬인 동빈맥(sinus tachycardia)에서도 그런 일이 생기는데, 심방-심실의 순차적인 수축(AV synchrony)이 깨진 심실빈맥이 생기면 그런 현상이 훨씬 더 심해진다. 심박출량이 떨어지면 혈압이 덩달아 떨어지고 정도가 심하면 뇌로 가는 혈액량이 떨어져 뇌허혈이 생겨 의식을 잃고 쓰러지게 된다. 아래 홀터 심전도에서 발견된 심실빈맥은 4초 정도 지속되었는데 환자 본인은 별로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의식을 잃을 당시에는 아마도 심실빈맥이 이보다 훨씬 더 지속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심초음파나 운동 부하 검사에서는 특별한 이상을 보이지 않는다. 12유도 심전도에서 심실빈맥은 아니지만 동일한 모양의 심실 조기수축이 보인다. 정상 axisLBBB 모양을 보이니 RVOT에서 발생하는 특발성 심실빈맥이다. 대개 예후가 좋지만 항상은 아니다. 더구나 이 분처럼 심실빈맥의 심박수가 매우 빠른 경우에는 설사 심실빈맥이 심실세동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의식을 잃으며 이차 손상의 위험이 크다. 이 분도 쓰러지면 늑골골절을 겪었지만 만일 이런 일이 운전 중에 발생한다면 더 큰일이 생길 수 있다.

 

치료는?

우선 약물치료를 선택한다. 베타차단제를 사용했다. 베타차단제를 복용하고 다시 검사한 홀터에서 빈맥의 발생 빈도와 지속 시간은 훨씬 줄었다. 환자는 역시 전혀 증상이 없을 정도로 편하다고 한다. 그러나 빈맥시 심박수는 여전히 빠르다. 다음으로 항부정맥약물인 리트모놈을 복용했다. 아직 홀터 추적 검사를 하지는 않았는데 빈맥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면 일단은 약을 지속할 예정이다. 그러나 그럴 것 같지 않다. 여전히 나온다면 다음은 전극도자절제술이다. 전극도자절제술은 이런 빈맥에서 효과가 좋다. 완치도 가능할 수 있다. 전극도자절제술 시의 걱정은 빈맥시 혈압하강의 정도이다. 빈맥이 자주 발생하고 환자가 견딜 정도로 안정적이면 목표를 잡아 전극도자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지만 만일 빈맥이 생기지 않거나 생겨도 빈맥 당시에 혈압이 심하게 떨어지는 혈역학적 불안정성(hemodynamic instablility)을 보인다면 시술을 지속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이 오게 되면 의사는 갑갑해진다. 마지막으로 선택할 치료는?

 

노태호 교수

(가톨릭의대 성바오로병원, 현 대한심장학회 회장)

 

대한심장학회 부정맥연구회 회장을 지냈고 대한심폐소생협회에서 소생술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저서로 ‘닥터노의 알기 쉬운 부정맥’, ‘노태호의 알기 쉬운 심전도’ 1, 2권, ‘영구심박동기 시술’이 있고 그 외에 ‘심장부정맥 진단과 치료’ 등 여러 공저가 있다.

매년 2월 ‘알기 쉬운 심전도’란 심전도워크숍을 19년째 지속하고 있으며 ‘닥터노의 심장과 부정맥이야기’란 블로그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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