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실빈맥(4)
■ ICD를 시술한 증례 80대 신사, 아직도 여러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시는 분이다. 그전에 다른 병원에서 ICD를 시술받으셨고 follow up을 받기 위해 작년 찾아오셨다. 심근경색증을 앓은 기왕력이 있지만 건장한 분이다. ICD를 체크하고 지병인 심장병을 돌봐 드리며 별 탈 없이 지내셨다. 그런데 며칠 전 갑자기 두근대며 어지러워 응급실을 방문했고 즉시 체크한 심전도가 아래의 심전도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빈맥이다. rate 140 정도이고 QRS의 모양은 단일, 폭이 넓은 monomorphic wide QRS tachycardia이다. 당연히 VT를 생각해야 한다. 좀 자세히 보면 lead I과 lead aVF에서 QRS가 뒤집혀 axis가 no man's land를 향하고 있다. P와 QRS의 관계를 알 수 있으면 SVT와 VT의 감별시 가능하지만 쉽지는 않다. 흥미 있게도 V2에서 AFL 때 나타나는 톱니 모양의 baseline이 보이지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II III aVF에서는 분명하지 않다. V1을 자세히 보면 4번째 9번째 QRS 바로 앞에 살짝 위로 튀어나온 P 비슷한 모양이 보여 AV dissociation을 의심하게 한다. 이런 여러 근거를 기준으로 VT로 진단하고 synchronized DC cardioversion을 시행했다. <그림 1>
전기 충격 후 금방 sinus rhythm을 회복했다. rate 62회의 정상 QRS를 보이는 sinus rhythm. limb lead에서 low voltage이나 axis 정상이고 chest lead에서는 RBBB 모양, V1에서 V4까지 비정상 Q를 보인다. ST도 약간 올라가 있지만 현저하지는 않다. 이분이 old MI가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 변화로 인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ST가 upward convex로 살짝 올라가 있으니 다시 MI가 생겼을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곧 검사한 cardiac enzyme은 정상이니 이번에 MI가 새로이 생긴 것은 아니다. <그림 2>
전공의는 궁금했다. 이런 일이 생기면 역할을 해야 할 ICD가 왜 조용히 있었냐고. 당연한 의문이다. ICD는 심실빈맥이나 심실세동이 생기면 이를 알아채고 전기 충격을 내보내 정상 리듬을 회복하게 해야 한다. 이게 ICD의 의무이다. 그런데 이번에 ICD는 직무유기를 했다. 왜일까? 기계 고장? 아니다. ICD는 사람이 시킨 대로 한다. ICD에게 심장박동 수가 170회를 넘기면 심실세동으로 생각하고 전기 충격을 주라고 사전에 프로그램을 해 놓았었다. 그러나 이 환자에서 VT 일 때에도 심실 박동수는 140회 밖에 되지 않으니 ICD는 이 부정맥이 VT라고 판단은 했지만 전기 충격을 주지는 않은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할까? 만일 이 정도 rate의 VT에도 전기 충격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ICD에게 지시하면 된다. 앞으로 130회 이상의 빈맥이 생기면 전기 충격을 주라고. 그런데 그러면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심실빈맥이 아닌 다른 심실상성빈맥이 생겨도 필요 없는 전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의학용어로 inappropriate shock이다. 따라서 전기 충격을 주는 한계 rate을 무작정 내리는 것도 방법이 아니다. 다른 한 방법. ATP antitachycardia pacing 이란 것이 있다. 이는 다음 기회에. ▣
(연재되는 내용은 노태호 교수의 최근 저서 ‘닥터노의 알기 쉬운 부정맥’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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