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호 교수의 알기쉬운 부정맥 이야기 (25)
후생신보 기사입력  2016/06/3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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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실조기수축(12)


심실조기수축 치료는 상황에 따라 다양하다.

닥터노의 트위터(@drarrhythmia)에 한 마취과 의사선생님이 질문을 보냈다. "마취하다보면 PVC를 자주 보게 되는데 책을 찾아 봐도 manage에 대한 설명을 찾기 어렵습니다." 
 
'심실조기수축을 어떻게 치료할까?' 어려운 질문이다. 매일 심실조기수축 환자를 만나는 부정맥전문의도 한마디로 답하기 어렵다. 이유는 심실조기수축(VPC)이 생기는 원인과 환경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심장내과 외래에서 간혹 가슴이 두근댄다는 증상으로 내원한 심장이 멀쩡한 이의 심실조기수축과 심장중환자실에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입원해 치료하는 환자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심실조기수축은, 표면상 심전도 진단은 동일할지 모르나 내용은 전혀 다르고 치료방침을 결정하는 데에도 차이가 크다.
 
우선 구조적 심질환이 있는가가 중요하다. 만일 허혈성 심질환이나 심부전이 있는 환자라면 긴장해야 한다. 제일 걱정되는 것은 SCA(sudden cardiac arrest 급성심정지)의 위험성이다. 그러나 이렇게 위험성이 있는 환자에서라도 심실조기수축이 몇 개 보인다고 항부정맥 약제를 사용하는 것에는 전문가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 심실조기수축이 얼마나 자주 나오는가, 연이어 나오지는 않는가, 심초음파에서 심구혈율이 얼마나 되는가, 후전위(late potential)나 T파 변동성(T wave alternance) 같은 이상이 보이는 가 등이 판단의 기준이다. 그러나 그 중 어느 것도 명백히 경계가 설정되어 있지는 않으니 그야말로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해야 하며 의사의 경험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장기간 치료할 것이면 베타차단제 소타롤 아미오다론 등을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다. 급성기 치료로 주사제가 필요하다면 리도카인과 아미오다론이 좋다.
 
구조적 심질환이 없는 즉 정상 심장을 가진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심실조기수축에 대한 치료는 몇 가지를 고려해 결정한다. 증상이 없으면 치료하지 않고 환자를 안심시킨다가 답이다. 그러나 증상이 아주 심하면 치료한다. 우선 선택할 약물로는 베타차단제가 좋다. 그런데 베타차단제는 몇 가지 부작용이 있다. 심박수가 떨어지거나 기운이 없이 노곤해지고 심장수축력을 약간이나마 떨어뜨린다. 게다가 천식에서 쓰기 어렵고 당뇨병에서 금기는 아니나 꺼려진다. 베타차단제를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항부정맥약제를 사용해도 좋다. 증상 말고 좌심실기능의 문제가 발생하면 좀 더 적극적으로 치료하는데 이에 대하여는  '심실조기수축의 치료 - 전극도자절제술의 적용'에 상세히 기술하였다. 
 

노태호 교수

(가톨릭의대 성바오로병원) 

대한심장학회 부정맥연구회 회장, 대한심장학회 이사, 감사를 지냈고 대한심폐소생협회에서 소생술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저서로 알기 쉬운 심전도 1, 2권, 영구심박동기 시술, 심장부정맥 진단과 치료(공저) 등이 있다. 매년 2월 ‘알기 쉬운 심전도’란 심전도워크숍을 19년째 지속하고 있으며 ‘닥터노의 심장과 부정맥이야기’란 블로그를 운영중이다.

이상의 설명이면 충분할까?
그렇지 않다. 정상 심장을 가진 이에서 다른 일로 수술을 진행하는 도중, 혹은 수술 후에  심실조기수축이 갑자기 많이 발생한다면 또 간혹 연이어 나오기도 한다면 어떻게 할까? 의사는 당장의 비정상 상황을 회복시키고 싶어 한다. 따라서 지금 눈에 보이는 심실조기수축을 없애고 싶어 하며 우선 손쉬운 대로 주사제인 리도카인이나 아미오다론을 뽑아든다. 다른 항부정맥 주사제도 있지만 가장 넓게 사용되는 약물이 이 두 가지이다. 그러나 정상 심장을 가진 사람 혹은 구조적 심장이상이 있는 사람이라도 심실조기수축이 갑자기 출현하거나 빈도가 증가한다면 항부정맥 주사제를 뽑아들기에 앞서 환자에게 무슨 변화가 생기지 않았는가를 상세히 살펴야 한다. 혹시라도 기도에 문제가 생겨 저산소증이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수술전후 금식과정이나 출혈로 인해 전해질 균형의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수술 전 후 수액투여가 과다하게 되어 심부전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오히려 수액량이 적거나 출혈로 저혈량(hypovolemia)과 혈압감소가 있는 것은 아닌지, 혹시 수술과 관련 폐동맥 색전증이 생긴 건 아닌지 등 등 등... 아주 다양한 환자의 환경변화를 살피고 이를 교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원인이 있는데 이를 눈치 채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심실조기수축만 약물로 억제하는 것은 사려 깊은 의사는 피해야 할 행동이다. 물론 상황이 급해 심실빈맥이라도 나타난다면 당연히 항부정맥 주사제를 투여하지만 그러면서 동시에 발생원인을 찾아 교정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심실조기수축의 치료는 하나가 아니다. 다만 원칙은 심실조기수축을 없애는 것이 치료가 아니라 ‘심실조기수축을 보이는 환자’를 치료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연재되는 내용은 노태호 교수의 최근 저서 ‘닥터노의 알기쉬운 부정맥’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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