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윤리와 Medical Professionalism
후생신보 기사입력  2016/04/2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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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남의대 내과학교실 이충기 교수     ©후생신보

의사는 전문적인 의료 행위를 통하여 환자들의 질병을 치유하고 건강한 삶을 누리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목표로 한다. 예로부터 의사직을 성직(聖職)으로, 의료행위를 인술(仁術)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면, 사회는 의사들에게 단순히 전문적인 의료기술적 행위를 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세에 들어 의료가 전문직 직군화 되면서 의사들은 사회적 지위를 가지게 되고, 상당한 정도의 자율권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의학은 일반 대중에 영향을 크게 끼치지 못하였고 소수 집권층만을 위해 의술이 행해졌다. 19세기 이후 과학의 급속한 발전과 산업혁명으로 인한 급격한 사회 환경의 변화는 중세에 전문직화 된 의사들에게도 많은 변화를 요구하게 되었다. 그 결과 의사들은 의사협회를 조직하고 자발적인 윤리강령을 선언하게 되었고 독점권을 의미하는 의사면허증을 획득하게 되었다. 결국 의료에 대한 전문직의 지위 인정은 곧 의료와 사회 간의 계약을 기반으로 형성하게 되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계약은 지속될 것이다.

 

의료직업전문성(professionalism)이란 단어는 professionals, profession, profess 등의 단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 Profess는 무엇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다, 고백하다의 뜻이다. 전문직(profession)은 일반적으로 직업이라는 occupation 단어와는 다른 의미로 구분하여 사용하는데, 어떤 특별한 속성이 갖춰진 직업을 뜻한다. 한편 이러한 전문직이 갖고 있는 특성을 professionalism이라고 하고 이는 직업전문성 등의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즉 전문직은 체계적인 구조를 통한 자율규제와, 전공에 특화된 지식을 다루는 고등교육과정의 교육을 통해 수련을 받고, 이윤추구보다는 윤리강령을 우선으로 하는 직업을 의미한다.

 

한편 전문가(professionals)는 이런 전문직을 가지고 있는 구성원을 말하는데, 현대에서 전문직이라 하면 성직자, 법조인, 의사 등의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전문가들은 윤리강령에 의해 관리되어야 하며, 능숙함, 진실성, 도덕성, 이타심, 그리고 자신의 분야와 관련된 공익의 증진에 헌신해야 한다. 이러한 헌신은 전문직과 사회가 사회적 계약을 형성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이며, 헌신에 대한 보답으로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지식 기반에 대한 독점권과 수행에 있어 상당한 자율권을 가질 수 있는 권리와 자율규제의 특권을 얻는다. 따라서 전문가인 의사들은 자신들의 정체성과 전문직으로서의 전문직업성을 확립해야 하는데 그 핵심은 도덕성과 의사와 환자 및 사회와의 관계에 있다. 의료직업전문성(medical professionalism)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쉽게 표현하면, ‘의사로서, 환자 및 사회와의 상호작용 안에서 우리는 스스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라고 할 수 있다.

 

의사들이 갖추어야 할 자질은 ‘치료자’와 ‘전문가’라는 두 가지 관점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치료자’ 측면에서 의사는 시대에 관계없이 모든 사회에서 동일한 특성을 가진다. 한편 ‘전문가’ 측면에서는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 특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직업전문성은 시대를 뛰어 넘는 핵심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각 시대의 사회적 가치와 규범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의료직업전문성은 의사로서의 전문직이 가지는 가치의 핵심 요소를 유지하면서 시대 흐름에 따라 적절한 행위를 규정하는 전문성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Medical Professionalism의 원칙과 헌장(2002년)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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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의사들의 medical professionalism은 사회와 맺은 의학적 계약에 기초를 둔다. 그러므로 medical professionalism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의사보다는 환자의 이익이 우선시 되고, 전문가로서의 역량과 정직성을 갖추고 유지하며, 건강 문제에 대한 전문가적 조언을 사회에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략...)

본 헌장은 medical professionalism에 대한 3가지 기본 원칙들과 10가지 책무들(professional responsibilities)로 구성되어 있다.

 

<기본 원칙들>

환자 안녕 우선의 원칙 (Principle of primacy of patient’s welfare)

2. 환자 자율의 원칙 (Principle of patient’s autonomy)

3. 사회 정의의 원칙 (Principle of social justice)

<Medical Professionalism에 따르는 책무들>

의료전문가로서의 역량에 대한 위임 (Commitment to professional competence)

2. 환자에게 정직할 것에 대한 위임 (Commitment to honesty with patient)

3. 환자의 비밀보장에 대한 위임 (Commitment to patient’s confidentiality)

4. 환자와 적절한 관계를 유지할 것에 대한 위임 (Commitment to maintaining appropriate relationship with patient)

5. 치료의 질을 향상시킬 것에 대한 위임 (Commitment to improving quality of care)

6.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킬 위임 (Commitment to improving access to care)

7. 한정된 자원의 공정한 분배에 대한 위임 (Commitment to a just distribution of finite

resources)

8. 과학 지식에 대한 위임 (Commitment to scientific knowledge)

9. 이해관계의 갈등을 관리하여 신뢰를 유지하도록 하는 위임 (Commitment to maintaining trust by managing conflicts of interest)

10. 전문직업의 책무에 대한 위임 (Commitment to professional responsibilities)

 

앞서 살펴본 의료윤리에서의 중요한 원칙들인 자율성존중의 원칙, 선행의 원칙, 악행금지의 원칙, 그리고 정의의 원칙들은 2002년에 제시된 의료직업전문성의 기본원칙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동의(informed consent)로 구체화하고 있는 자율성존중의 원칙, 의사들이 자신의 이익보다 환자의 이익을 우선하는 선행의 원칙, 절대적일 수는 없으나 균형추 역할을 하는 악행금지의 원칙, 그리고 공정한 의료 자원의 분배를 위해 구조와 체계를 갖추어야 하는 정의의 원칙, 이 4 가지 원칙들은 의사들이 꼭 기억하고 늘 숙지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다시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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