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전공의 특별법. 그리고 근로자.
후생신보 기사입력  2016/01/1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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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한수 前 대한전공의협의회 정책이사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2015년의 끝자락에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약칭 전공의 특별법 )’ 통과 소식이 들려왔다. 1주일에 80시간으로 근무를 제한하며(교육적 목적 시 최대 88시간 까지 가능) 36시간 이상 연속근무를 금지한다. 특히 현재와는 다소 다른 수련평가위원회를 두는 내용이 포함되어있다. 이는 공포 후 1년이 지나고 나서 시행되며, 일부는 2년의 기간을 거친 후 시행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미 본 신문을 포함한 수많은 의료 전문지에 자세하게 보도되었으니 생략하도록 하자. 특별법 통과에 힘을 썼던 대한전공의협의회를 비롯한 수많은 의료계 관계자 분들에게 축하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전공의 특별법 통과 이후 대한병원협회에서는 이 법률의 시행으로 인해 진료공백이 우려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쟁점 사항 중 하나였던 전공의 육성과 수련환경 평가의 정부 지원을 법률안에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라는 차원으로 모호하게 명시하였고, 이 때문에 아쉬움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한병원협회의 이러한 주장은 시의적절하지 않았다. 비록 보건복지위 담당으로 법안이 통과되었지만, 엄연히 전공의들의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한 노동법 적인 성격이 강한 법안이기 때문이다.

 

“자유라는 단어가 절대 다수 의견의 자연스러운 결과물인 어떤 법안을 막는 수단으로 이용된다면 그 의미가 왜곡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법안이 이성적이고 공정한 개인이 보았을 때 우리 국민 정서와 법률적 전통에서 이해된 기본 원칙들을 훼손할 것으로 믿어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뉴욕 주의 제과점 법령이 이러한 기본 원칙을 훼손하지 않을 것임을 증명하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건강의 측면에서 적절한 조처라고 생각할 것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법 사상가이자 대법관이었던 홈스의 말이다. 1895년 뉴욕 주 의회가 제과점 노동자들의 작업시간을 주당 60시간으로 제한하는 법령을 통과시키자, 연방대법원에서는 이 법령이 계약 자유의 원리를 침해한다고 판결하였다. 자유권을 위해 인간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저 판결(일명 로크너 판결)은 추후 드레드 스콧 판결(미국 남북전쟁 이전, 흑인 노예의 시민권이나 재산권을 인정하지 않았던 판결) 등과 함께 미국 역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판결로 남아있다. 그리고 대법관 홈스는 이에 대해 위와 같은 명언을 남긴 바 있다.

 

노동법은 기본적으로 ‘근로자는 사용자에 비해 실질적으로 경제적 사회적 약자’라는 인간관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노동법만의 특성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 공간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는 사실 사업주 마음대로다. 하지만 노동법에서는 이런 사업주의 자유권을 억지로 제한한다. 사업주는 노동법에 의해 노동자들에게 일정 기준의 시설과 근로 환경을 제공해야만 한다. 매년 뉴스를 장식하는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도 마찬가지다. 따지고 보면 최저임금을 법으로 정하는 것은 사업주와 근로자 간의 계약 자유의 원칙에 다소 반하지만,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 상대적 약자인 근로자들의 인권을 위한 법률인 셈이다.

 

전공의 특별법도 이처럼 전공의들의 인권적 측면에서 바라보아야한다. 2013년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의 인권 실태 및 개선방안’이란 주제로 현 전공의특별법 내용이 국회 인권포럼에서 논의되었던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인권포럼에 와서 “이 모든 것이 저수가 때문이다”라고 주장한다면 그 진위여부를 떠나서 무척 황당무계할 것이다. 시의적절하지 않은 주장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2013년 인권포럼 당시에 실제로 그런 말을 한 포럼 참석자가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 주장은 무시당했지만 말이다.

 

대한병원협회의 주장도 비슷한 맥락이다. 물론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에 정부 지원을 확대해주기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전공의 특별법 통과에 대한 논평으로 내기에는 매우 부적절한 내용이었다. 인권의 문제에 돈의 문제를 끌어온 셈이니까. 대한병원협회는 그동안 전공의들의 수련환경 평가를 담당해온 중요한 단체다. 그런 단체에서 전공의 특별법의 통과를 환영하며 전공의들과 함께 의사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애쓰겠다고 발표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맴돈다.

 

대한민국 의료 문제들은 꼬일 대로 꼬여있다. 해결되어가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아서 더 답답하다. 그 와중에 전공의 특별법 통과 소식은 가뭄의 단비처럼 반갑기 그지없다. 해당 법률안 제1조 내용처럼 이 법률을 통해 전공의의 권리를 보호하고 환자안전과 우수한 의료인력 양성에 이바지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이 글에 인용된 법적 사례들은 ‘김영란,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창비, 2015)’ , ‘김엘림 윤애림 공저, 노사관계법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출판부, 2013)’에서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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