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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성형외과의 다양한 영역들

후생신보 | 기사입력 2016/03/07 [09:26]

(5) 성형외과의 다양한 영역들

후생신보 | 입력 : 2016/03/07 [09:26]
▲ 박성우 전공의(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성형외과 의사 중에 노벨상 수상자가 있을까? 정답은 ‘있다.’ 주인공은 하버드 의과대학 주임 성형외과 교수였으며 세계 최초로 신장 이식을 성공했던 조셉 머레이Joseph Murray 박사다. 그는 1990년 ‘장기 이식 ’에 기여한 업적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박사는 1954년 세계 최초로 쌍둥이 간에 신장 이식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장기 이식의 장을 열었다. 이후로도 1962년 세계 최초로 사체 신장 이식을 성공하였고 장기 이식에 관련된 수술법과 면역 억제제 발견 등의 많은 업적을 이루었다. 이제는 신장 이식이 보편화되었지만 수술을 처음 시행하고 발전시킨 이가 성형외과 의사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의사 중에도 드물다. 성형외과는 재건을 하는 데 있어 이식하는 수술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어쩌면 플랩을 이용하여 결손 부위에 새롭게 살을 덧대는 사고가 자연스럽게 몸 속 장기도 이식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로 이어졌는지도 모른다.

 

피부 이식의 종류

 

성형외과 레지던트가 되면 초집도로서 ‘피부 이식편 ’을 채취하는 법을 배운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전동식 기계를 이용하여 허벅지나 엉덩이, 등처럼 평평한 곳에서 얇게 포를 뜨듯 피부를 벗겨내는 방법이 있다. 두께는 필요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지만 0.3밀리미터 정도로 채취하면 종잇장처럼 얇고 투명하게 비친다. 이렇게 채취한 피부를 필요한 부위에 얹으면 피부가 이식된다. 이 방법은 플랩보다 훨씬 간편한 수술로 간단한 상처에서 화상까지 매우 유용하고 널리 쓰이는 방법 중 하나이고 가장 기초적인 단계의 피부 이식수술이다.
나아가 두꺼운 피부 전체와 근육, 뼈 등을 포함하는 플랩 수술이 있다. 이 수술은 앞에서 말했듯 독립적인 혈액순환이 가능한, 수술로 만들어낸 일종의 장기와도 같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신장 이식이나 간이식, 심장 이식은 모두 각각의 장기에서 나오는 혈관을 새롭게 연결해주어야 한다.

 

플랩 역시 ‘유리 피판술’ 이라 하여 플랩 혈관을 우선 끊고 이식하고자 하는 부위의 혈관에 장기를 이식하듯 연결하여 완성하는 수술이 있다. 이식 수술에서는 혈관을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19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알렉시 카렐 박사는 ‘ 혈관 문합하는 방법 ’을 개발했다. 당시만 해도 혈관을 서로 연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보편적이지 않았다. 중요한 혈관끼리 연결하는 기술인 ‘ 혈관문합술 ’은 핵심 기술이나 다름 없다. 본원은 세계적인 간이식 센터가 되었지만 초창기에는 간의 혈관을 문합하는 경우 성형외과 서젼들이 했다고 한다. 지금은 일반외과 서젼들이 모두 수행하지만 장기이식에 관한 성형외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기록이다.

 

수술용 현미경의 발달과 미세수술을 위한 기구들이 발전하면서 현재는 직경이 0.8밀리미터도 채 되지 않는 혈관이나 림프관도 서젼의 손으로 문합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 분야는 성형외과뿐만 아니라 이식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에도 함께 포용되어 있다.

 

이식 수술 성공에 있어 가장 큰 장벽은 사람 몸의 면역 체계이다. 수혈을 할 때 혈액형에 맞추어 하듯, 장기이식 역시 면역체계를 넘어서야 한다. 정상적인 사람에게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식하면 우리 몸은 이를 외부물질로 인식해 균이 침입하면 방어하듯 면역 체계가 발동하고 면역세포들이 이식된 장기를 공격해서 제거한다. 면역 억제제가 장기이식에 있어서 또 다른 핵심 기술인 것이다. 최초의 신장 이식을 시행받았던 환자는 일란성 쌍둥이었기에 이런 고민은 없었다. 하지만 친족, 나아가 면역체계가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식받기 위해서는 받는 사람의 면역을 억제해서 생착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피부 이식이나 플랩 수술은 자신의 조직을 써서 이식하는 ‘자가조직이식술 Autograft’이기 때문에 면역억제가 따로 필요 없다. 장기이식의 새로운 장을 열었지만 정작 다른 사람의 조직을 이식하는 수술은 그동안 큰 발전이 없었다.

 

“여기 내 뱃살 좀 가지고 가라.” 뚱뚱한 사람의 살을 떼어 마른 사람에게 이식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는 방법은 농담일 뿐이다. 첫째는 우리 몸에서 이미 여분의 살, 주로 배나 엉덩이, 허벅지 등에서 플랩을 채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피부는 다른 장기와 달리 면역 거부 반응이 가장 심한 조직이어서 이를 넘어서기 위한 면역 억제제의 발전이 필요했다.

 

안면이식

 

하지만 아무런 발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영화 <페이스 오프 >는 선과 악을 맡은 주인공들이 서로 얼굴을 바꿔 이식한 뒤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당시만 해도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수술이 이제는 가능해지고 있다.

 

2005년 프랑스에서 개에게 얼굴을 물어뜯겨 양쪽 뺨과 턱까지 아래쪽 얼굴을 잃은 여성이 최초로 안면이식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이 사건은 세계적인 이슈여서 국내에도 뉴스를 통해 소개되었다. 그리고 2015년 11월 미국 뉴욕대학교 성형외과 로드리게스 박사 팀에 의해 두피에서 목에 이르는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범위의 안면이식이 성공했다. 이 수술은 CNN에 대대적으로 소개되었는데, 환자는 화상 흉터로 뒤덮인 얼굴 대신 완전히 새로운 얼굴을 이식받았다.

 

안면이식은 단순히 피부만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눈, 코, 입 등 표정을 만들어내는 근육과 신경, 교합이라고 하여 위턱과 아래턱까지 잘 맞아 떨어져야 하는 등 고려할 사항이 많다. 물론 다른 사람의 얼굴을 이식받는 데에는 윤리적인 이슈가 있다. 몸에 보이지 않는 간이나 신장은 괜찮을지 몰라도 사람의 얼굴이 바뀌는 안면이식은 환자나 대중 모두에게 심리적인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한국에서는 안면이식이 성공적으로 시도된 적이 없다. 성형외과 의사가 8명 이상 붙어 수술해도 20시간 넘게 걸리는 수술이라 하니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 외에도 팔과 다리를 잃은 환자들을 위해 통째로 이식하는 수술 역시 발전 중에 있다. 의수나 로봇팔을 이용하여 환자를 돕는 기술 역시 두드러지지만, 다른 사람의 팔을 이식해서 기능을 되찾는 수술도 멀지않다. 공상과학 소설에서 보듯 사람의 장기나 팔, 다리를 부품 교체하듯 로봇으로 만들거나 혹은 생체 재료로 다른 이의 장기를 이식하는 등의 상상이 조금씩 현실화되는 것이다.

 

지방이식

 

또 다른 이식은 강남이나 압구정 성형외과에서 많이 시행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지방이식이다. 자신의 뱃살이나 엉덩이, 허벅지에서 지방을 빼내 얼굴이나 가슴, 혹은 흉터 등에 주입하는 것이다. 지방흡입과 지방이식은 다르다.
지방흡입의 경우 대개 피하지방을 제거하는 과정을 뜻한다. 초음파나 진동파장을 이용해서 지방 세포를 분해하고 그것을 쭉 뽑아낸다. 허벅지나 엉덩이, 뱃살 등을 인위적으로 단시간 내에 제거하는 방법이다. 반면 지방이식은 지방을 채취해서 부족한 부위에 채워 넣어준다. 그래서 이 역시 채취한 지방이 잘 생착하여 살아남아야 한다.
생착되지 못한 지방은 괴사가 되어 딱딱하게 멍울처럼 만져진다. 현재 기술로는 이식한 지방이 100퍼센트로 살아 남을 수 있는 기술은 없다. 대개 이식한 부피의 60~70퍼센트 정도만 살아 남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마나 볼, 가슴 등에 지방이식을 할 때는 목표한 부피보다 더 빵빵한 느낌이 들게 이식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원하는 부피만큼 살아남아 효과를 낸다. 특히 채취하는 과정에서 지방 세포들이 파괴되지 않게 조심해야 돼서 지방흡입보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섬세하게 수술한다.

 

한편 지방이식은 다른 측면에서 발전을 이루고 있다. 한동안 떠들썩 했던 줄기세포는 배아에서부터 연구가 시작되었지만 현재는 성체인 사람에게서도 채취하는 방법이 있다. 특히 우리 몸의 지방 역시 줄기세포를 공급할 수 있는 훌륭한 자원이다. ‘지방유래 줄기세포 Adipose derived stemcell’ 라 불리는 성인 지방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는 배아에서 채취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생명 윤리적 측면에서 보다 자유로워 줄기세포 연구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

 

성형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성형외과 광고 중 지방유래 줄기세포를 이용한 시술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방유래 줄기세포가 상처 치유나 항노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전 세계성형외과 의사들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성형수술은 사회 이슈처럼 비춰질지 몰라도 성형외과학은 엄연히 의학의 학문적 갈래이다. 먼 미래의 성형외과는 어떤 모습일까 ? 더 이상 수술이 필요하지 않으리라는 상상도 한다. 줄기세포나 이식수술 등이 발전을 이루면 수술 없이 간단한 주사만으로도 주름이 펴지고 코가 높아지며 쌍꺼풀이 생기는 날이 올 것이다. 그중 일부는 이미 현실에서 시행되고 있다.

 

재건 분야 역시 피부이식이나 플랩 수술 없이 연고 바르듯 상처에 뿌리면 조직이 모두 재생되는 미래가 올지도 모른다. 도마뱀 꼬리가 잘리면 다시 자라나듯 사람에게 유전자 주사를 놓으면 노출된 상처도 순식간에 낫는 게 가능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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