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응답하라, 성형외과
후생신보 기사입력  2015/12/0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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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의 의과대학과 1년의 인턴수련을 거쳐 서울아산병원에서 성형외과 전공의 수련을 받는 사이 '파워블로거'로 또 신간 '인턴노트'의 저자로서 글쓰는 성형외과 의사로도 입지를 다지고 있는 박성우 전공의는 의사이자, 갓 출사하는 젊은이의 시각으로 당신이 모르는 성형외과와 국내 최대 규모 수련병원에서 펼쳐지는 레지던트 수련기를 소개한다

 

 

▲ 박성우 전공의(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우리 인생이나 운명에서 외모가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86% 중요하다

남성이 취직을 할 때 외모 때문에 자주 실패한다면 성형수술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65% 할 수 있다

여성이 결혼을 위해 성형수술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66% 할 수 있다

 

강남의 번화가 지하철역에는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얼굴들이 행인들을 지켜본다. 보는 이를 직시하는 시선, 자신감 있는 표정과 몸짓, 자극적인 문구까지. 이미 우리 일상에서 익숙한 성형외과 광고다. 비밀스러웠던 성형 수술에 대한 고백은 더 이상 연예인들을 괴롭히지 않는다. 당당하게 성형수술에 대해 얘기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휴식기를 가진 배우의 얼굴에 일어나 변화에 대해 우리들은 더 이상 놀라지 않는다. 남성 모델 역시 성형외과 광고에 빈번하게 등장하며, 2015년도 성형외과 개원가에는 2000년생 중학생들이 수술상담을 받으러 온다고 했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 성형수술은 무슨 의미를 지닐까. 2015년 갤럽에서 한국의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60% 이상의 응답자가 사회적 필요에 따라 성형수술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국에서 '성형'이란 단어는 복합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듯 싶다. 언론의 한 편에는 한류, 의료수출 그리고 번듯한 성형외과의 모습이 긍정적인 이미지를 자아낸다. 다른 한 편에는 과대광고, 허위광고 그리고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의 이야기가 불편한 사회 이면을 반영한다. 성형수술로 외모가 '업그레이드'된 연예인에 감탄하면서 동시에 헐뜯는 대중의 모습도 심심찮다. 2006년 개봉한 ‘미녀는 괴로워’는 당시 성형 광풍이 불던 유행에서 탄생했다. 정확히 그 즈음, 2005년 내가 의과대학을 입학하던 때 성형수술은 연일 사회적 이슈였고 종합병원에서 소위 피안성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던 중이었다.

 

그 후로 10년의 세월이 흘러 성형외과 수련을 마쳤다. 종합병원에서 수행하는 성형외과의 진료와 일반 개원가의 성형외과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 비록 종합병원에 속해있었지만 대다수는 아마도 강남의 거친 개원가에서 살아남아야했기에 성형외과 레지던트로서 우리는 경계에 서있었다. 학술대회나 사석에서 만난 개원가의 선배들은 모두가 시장상황이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지 않다고 하며 전공의들을 걱정했다. 찢어진 상처를 꼬매고 욕창 드레싱을 하며 암 환자 재건을 했던 레지던트에게는 요원한 이야기였다. 대학의 성형외과는 그 나름대로 고충이 있었다. 유방재건수술이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었고 사람들의 인식변화는 대학의 진료실 풍경에도 변화를 가지고 왔다. 종합병원과 개원가의 그 경계에서 그리고 '성형외과 전문의'를 앞둔 경계에서 다시금 우리 과를 비판적으로 살펴본다는 것은 필수적인 작업이자 특권이라 생각한다.

 

성형외과 의사면 사람들 성형수술 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난 4년간 수련하면서 숱하게 받은 질문 중에 하나다. 수많은 의사들 중에 자신의 진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원론적인 질문을 받는 의사는 성형외과 밖에 없을 것이다. 정석적인 대답일지 모르겠다만, 자신의 자존감을 위한 성형수술은 좋지만 과도한 성형중독은 좋지 않다는 것이 나의 대답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피상적인 사고에서 도출한 결론은 아니다.

 

4년의 수련기간 동안 마주쳤던 수많은 내 환자들이 나 스스로 우리 과를 바로 보는데 크나큰 도움을 주었다. 선천성 안면기형 때문에 괴로웠던 아이들이 수술 이후 밝은 모습으로 외래에서 만났을 때, 유방암 제거수술 이후 10년 동안 수영장을 못가던 아주머니가 재건수술 이후 여름휴가 잘 다녀왔다는 말을 들을 때 성형외과의 본모습에 뿌듯했다.

 

미용수술 역시 마찬가지였다. 주걱턱으로 심한 콤플렉스가 있던 나보다 어린 환자가 양악 수술 이후 활짝 웃으며 회사 면접 잘 봤다고 했을 때 역시 성형외과의 위력에 대해 실감했다. 그 반대로 성형중독으로 여러 개원가 병원을 거쳐 마지막으로 종합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보았다. 성형외과 교과서인 넬리건 책에는 미용수술을 찾는 환자 중에는 7~15%가 신체추형장애 (Body dysmorphic disorder)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며, '언제 아니라고 해야하는가 (When to say 'No')'라는 꼭지가 미용 챕터 첫 장에 나온다. 성형중독 환자들을 상담하는 교수님 뒤에서 왜 무분별한 성형수술이 위험한지에 대해 절실히 깨닫기도 했다.

 

수련 기간 내내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들이 무분별하게 성형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안타까웠고 때로는 분노했다. 환자들이 뇌수술을 받을 때면 신경외과 전문의를 찾아가고 심장수술을 받으면 흉부외과 전문의를 찾지만, 성형수술을 받을 때 왜 성형외과 전문의를 찾지 않는가. 아무리 간단한 수술일지라도 그리고 불균등한 의료수가로 인해 소위 '의원 - 진료과목 피부과, 성형외과' 등의 병원이 성행할지라도 성형수술은 성형외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단순히 자격의 문제가 아니라 지난 4년간의 수련동안 마주했던 말도 안 되는 부작용과 대응법, 고난도의 수술에 참여하며 얻은 경험적 지식이 응축되어 레지던트를 보냈기 때문이다.

 

2015년 한국 갤럽 조사에 따르면 성형수술에 대한 사회 인식은 2004년에 비해 큰 변화는 없어 보인다. 1994년과 2004년의 10년 사이에 큰 인식변화가 있었던 것과 달리 어느덧 우리 사회도 성형수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안정된 것은 아닐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이제는 매체로 손쉽게 접하는 성형수술에 대한 정보, 그리고 성형수술에 대한 보다 자연스러운 관용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성형외과에 대한 술자로서의 인식과 대중들의 인식에는 큰 간극이 있고 어이없는 편견도 존재한다. 현재의 경계선상에서 그 성형외과의 모습에 대해 응답한다. 응답하라, 성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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