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146
후생신보 기사입력  2015/04/1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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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주례를 하다

 

지난 주말에는 제 인생에서 잊어버리지 못할 큰일을 하나 해 냈습니다. 해 냈다는 표현이 맞는데 왜냐하면 이처럼 짧은 시간 동안 이만큼 떨리던 시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결혼 주례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많은 결혼식을 가 보았고, 결혼 축하를 위해 색소폰 연주나 노래를 해 주었지만 주례는 저와 아주 먼 나라의 이야기였습니다. 머리가 좀 희끗희끗하고, 나이가 지긋하며, 인생에서 존경받을 만한 위치에 오른 어르신들이 인생의 경륜과 지혜를 담아 새로운 출발을 하는데 중요한 말씀을 주시는 시간이기 때문이지요.

 

사건의 발단은 아주 싱겁게 시작되었습니다. 전공의 4년차로 전문의 시험을 합격한 친구 중 한 명이 제게 와서 결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주례를 부탁한 것입니다. 당연히 거절을 했지요. 40대에 주례가 뭔 말이냐구요. 그런데 지금 그 친구는 시간이 급박하고, 아내 될 사람도 바쁘다고 했는데 둘이 같이 온 것입니다. 얼떨결에 딱한 사정을 해결해 준다는 일념으로 그러마하고 답을 했지만 그 다음부터 걱정이었습니다.

 

이제 막 50대에 접어든 성형외과 선배교수에게 슬쩍 결혼 주례 해 본 적 있어요?” 물었더니 아니. 의뢰를 받은 적은 있는데 거절했어. 내 생각엔 자식 중 한 명 정도는 결혼을 시켜본 사람이라야 기본 자격이 되는 것 같아서.” 갑자기 가슴이 덜컥 했습니다. 그래서 딸에게 전화를 했지요. “혹시 너는 언제 결혼할 생각이니?” 그러자 아빠. 대학은 가고 나서요.” 역시 큰 딸 결혼을 일찍 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고 그럼 딸이 결혼을 할 때 아빠로서 어떤 얘기를 해 줄 것인가 고민을 했습니다.

 

정말 매 순간 생각하고 생각해 보니 두 개의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하나는 남편한테 잘 해 줘라.” 그리고 다른 하나는 시부모님께 우리를 대신해서 딸이 되어 드려라.” 그 다음은 생각이 잘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논어나 맹자도 모르고, 인문 쪽으로는 아는 게 없었습니다. 그저 학생 때 교회에서 들은 성경이야기가 전부였지요.

 

그러다가 그냥 제가 지난 20년 동안 결혼에 대해 생각한 이야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막상 편한 친구에게 결혼 얘기를 쏟아내듯 한 개씩 끄집어내니 얘기가 조금씩 많아집니다. 어느 새 1시간으로도 모자를 정도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것을 7분으로 요약하는 일입니다.

아무튼 저는 7분의 결혼 주례를 무사히 잘 끝냈습니다. 제 주례를 유심히 보았던 선후배 교수들과 전공의들도 무난했다고 합니다. 무슨 얘기를 했냐구요?

 

옆에 있는 사람을 보세요. 천사가 보이나요 악마가 보이나요? 배우자는 내가 만드는 것입니다. 저도 아내가 천사가 되고 악마가 되는데 다 제가 만든 겁니다. 결혼은 정말 힘듭니다. 만델라가 27년을 감옥에서 고문받고 중노동하고 버텼지만 풀려난 후 결혼 생활 6개월을 못 버티고 이혼을 했을 정도니까요. 제 아버지는 결혼이 인생의 참된 희노애락을 맛보라고 허락이 됐으며, 그 보다 더 큰 뜻으로 하나님을 발견하라고 만들어진 것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천지창조와 함께 아담과 하와의 결혼이 시작되었거든요. 결국 우리의 만남은 하늘에서 맺어진 것이며, 어떤 위기가 와도 이것을 기억하면 이길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 해 주고 싶은 말은 뜨겁게 사랑하라, 사랑은 많은 허물을 덮느니라 라는 성경말씀을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결혼을 다시 생각했지요. 정말 결혼은 하늘에서 맺어준 것입니다. 정말 앞으로 저는 제 아내를 천사로 만들고 싶습니다. 물론 오늘 또 다퉜습니다만... 다툼이 미움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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