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145
후생신보 기사입력  2015/03/2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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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과 망막출혈

 

북한산국립공원은 우리나라 15번째 국립공원으로 1983년에 지정되었습니다. 면적은 79Km2이며, 우이령을 중심으로 남쪽의 북한산과 북쪽의 도봉산 지역으로 구분됩니다. 연평균 방문객이 500만에 이르고 있어서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는 국립공원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병원 정형외과 신병준교수님은 아마도 북한산을 가장 빠르게 종주하는 의사일 것입니다.

 

북한산은 백운봉(836m), 인수봉(810m), 만경대(800m) 세 봉우리가 마치 뿔처럼 날카롭게 솟아있어서 삼각산이라고 불려졌습니다. 1915년 조선 총독부의 고적조사위원이었던 이마니시 류(今西龍)가 한강 이북의 서울지역을 가리키는 행정구역명인 북한산을 잘못 이해한 후 삼각산을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저깅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라며 병자호란 때 항전을 주장하던 김상헌(1570-1652)이 청나라로 잡혀가면서 읊었던 삼각산이란 이름은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서울 강북구는 2003년 10월 백운봉 등 3개 봉우리가 있는 지역이 삼각산이란 이름으로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10호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삼각산 이름 찾기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아름다운 북한산을 거의 매주 다녔습니다. 그런데 그 동안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 주에는 갑자기 눈이 침침해졌습니다.”

 

응급실에 오신 53대 아저씨가 뭔가를 이야기 했습니다. 망막 사진을 찍어보니 망막에 출혈반점들이 생겼습니다.   

 

“당뇨병이 있나요? 고혈압은요?”
“아무 것도 없습니다.”

 

망막출혈이 생길 수 있는 다른 내인성 질환들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고도망막병증(high altitude retinopathy)이란 병이 해당 될까요? 이 병은 높은 곳을 등산할 때 망막의 혈관이 확장되고, 출혈도 생기는 병입니다. 간혹 황반이라는 망막의 중심점까지 붓게 되면 시력이 떨어지지만 그 외에는 시력이 별로 많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고도란 2500mm 이상의 높은 산을 말하며, 4900m를 올라가면 대개 망막출혈이 생깁니다.


사실 고도에서는 급성고산병, 빛각막염, 고도폐부종, 심지어는 뇌부종까지 생길 수 있습니다. 호흡이 빨라지고, 적혈구 생성이 멈춰지고, 폐에 혈관이 늘어나고,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 증가, 소변을 만드는 호르몬 분비가 떨어집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고산병은 대개 하루면 저절로 회복되며, 나빠도 4일 내에는 좋아집니다. 일반적인 증상에는 두통, 피로, 구역, 구토, 식욕부진, 어지러움 증이 발생되며, 야맹증이 생기고, 잠도 잘 못잡니다. 그런데 이 분은 눈이 침침하다고 합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뇌부종 때문에 시신경이 영향을 받았을까요?

 

망막검사를 해 보니 망막에 출혈반점들이 퍼져있었습니다. 다른 원인이 없는 것으로 보아 고산병망막병증이라고 생각됩니다. 2500m를 올라가지는 않았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빠른 속도로 올라간다면 이러한 몸의 변화가 생기면서 망막출혈이 생겼을 것입니다. 물론 흔한 경우는 아닙니다만.

 

“아마도 등산 때문인 것 같아요. 따로 치료는 필요하지 않구요... 2개월 이내에 출혈은 흡수될 것입니다. 그 때 한 번 또 확인해 봅시다.”
“이제 등산을 하면 안 되나요?”
환자의 표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저는 당황해서 이렇게 대답을 했지요.
“아니에요. 등산을 하셔도 되요. 대신 눈 상태가 좋아진 후 하셔야 합니다.”
그러자 환자의 표정은 밝아졌습니다.

 

“사실 이번에 좀 무리를 했어요. 3개월 후 히말라야 트레킹이 있어서요. 이제 조심을 해야겠어요.”

 

1년 후 히말라야 트래킹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는데, 망막출혈도 몇 군데 생겨서 시야를 조금 방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환자는 ‘이 보다 더 행복한 수는 없다는 듯 환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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