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144
후생신보 기사입력  2015/03/1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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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공의 아픔과 기쁨

 

토요일 밤 11시에 응급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40대 남자 용접공인데요, 눈이 아파서 왔답니다.”

응급실 후배 인턴 선생의 보고에 오늘은 좀 일찍 잘 수 있나보다.’ 했다가 그렇지 뭐.’ 했지요.

알겠어. 바로 내려갈 테니 환자를 안과 외래로 안내해줘.” 하며 다시 옷을 주섬주섬 입었습니다. 조금 전에 외래 일을 끝내고 올라왔던 터라 조금만 일찍 오셨으면 한 번에 해결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외래에 도착하니 응급실 간호사가 휠체어로 용접공을 모시고 왔습니다. 눈은 부어있었고, 눈물로 범벅되어 있었으며, 눈을 뜨지 못했습니다. 마법의 마취 안약을 넣어주니 그제서야 눈을 뜹니다.

 

오늘 중학생 조카의 만들기 숙제를 도와주려고 철제 보호마스크를 잠깐 벗은 적은 있는데 아프네요. 예전에도 보호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눈이 아팠던 적이 있고, 응급실에 온 적도 있어요. 응급실에 안 오려고 꾹 참고 참았는데, 너무 아파서 도저히 못참겠어요.”

 

예상대로 세극등현미경 검사에서 형광염색을 해 보니 각막(검은자)에 있는 미세한 염증들이 초록색으로 염색되었습니다. 이 용접각막염(welding arc photokeratitis)은 용접을 할 때 나오는 자외선들이 각막에 흡수되어 화상을 입혔기 때문입니다.

 

각막염 부위에 균이 침범하지 않도록 항생제 안연고를 넣고 눈을 움직일 때마다 눈이 아프기 때문에 눈을 잘 움직이지 못하도록 안대를 단단하게 붙여주었습니다.

마취 안약을 계속 넣으면 오히려 염증이 더 나빠지는데다가 마취 안약을 넣어도 길어야 10분도 못 버티기 때문에 이렇게 처치한 후 오늘은 참고 잠을 청해야 돼요. 내일 일요일이니까 아프시면 아침에 응급실로 오세요.”

다음 날 검사에서 염증도 많이 좋아졌고, 통증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1주일 정도 안약을 쓰시고, 계속 아프거나 시력이 돌아오지 않으면 다시 오세요.”

 

그런데 정말 1주일 후에 다시 오셨습니다.

아프진 않은데 시력이 좀 떨어진 것 같아요.”

망막을 보았더니, 사물의 초점이 맺히는 망막의 중심점(황반) 색이 조금 바란 것처럼 보였습니다.

“1분 이상 보호마스크를 쓰지 않으신 거죠?”

2분 쯤 된 것 같아요. 조카에게 제 보호마스크를 쓰라고 하고, 원하는 곳에 용접을 해 주었어요.”

“1분 이상 용접광에 노출이 되면 각막염이 생기지만 자외선이 눈 속으로도 들어가서 망막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어요. 또 용접열도 망막을 손상시킬 수 있구요.(용접광망막병증, welding arc photoretinopathy)”

시력이 돌아올까요?”

돌아오는 경우가 많으니까 기다려 봅시다. 그런데 혹시 삼촌이 고생한 걸 조카가 알아요?”

아이. 모르죠. 그걸 왜 말해요. 걱정하게...”

 

한 달 후 검사에서 다행히 시력이 돌아왔습니다. 제가 다 기뻤습니다.

조카가 알게 됐어요. 집사람이 얘기했나 봐요. 조카가 전화로 미안해 하길래 걱정하지 말고 또 부탁해라했지요. 다음엔 보호마스크 잘 쓰고 하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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