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141
후생신보 기사입력  2015/02/0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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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처망막병증 (Purtscher's retinopathy)

 

자전거를 타다가 자동차와 부딪히는 사고로 25세 남자가 응급실에 왔습니다. 뇌진탕으로 잠시 의식을 잃었으나 깨어났다고 했습니다. 오른쪽 얼굴 부위에 찰과상이 생겼으나 다행히 검사에서 뇌출혈은 없었으며, 가슴에 충격을 입었으나 특별히 골절된 곳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2일 쯤 지나자 오른쪽 눈이 침침하다고 해서 눈 검사를 해 달라며 연락이 왔습니다.

 

왼쪽은 시력이 1.0으로 정상인데, 오른쪽 눈은 시력표의 가장 큰 글씨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이 떨어져 있었고, 빛을 비추었더니 오른쪽 동공이 왼쪽에 비해 반응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눈 속을 보니 오른쪽 눈 망막에 솜털 같은 흰 얼룩이 시신경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고, 그 바깥에 작고 빨간 출혈 반점들도 보였습니다. 특이한 점은 혈관은 비교적 잘 유지되었다는 점입니다. 눈이나 눈 주위를 특별히 다친 것도 아니었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이 병은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인 19108월에 오스트리아 안과의사였던 푸르처(Othmar Purtscher, 1852-1927)가 나무에서 떨어져서 뇌진탕이 생겼던 환자의 망막에 변화가 생긴 것을 발견하면서 알려졌습니다. 2년 후 비슷한 환자가 있음을 다시 확인한 후 푸르처는 그 모양을 그림으로 그려서 보고를 했습니다(1912*). 푸르처는 이 질환에만 이름이 붙어있지만 사실 안과 영역에서는 많은 기여를 한 학자입니다.

 

적색시(erythropsia)도 푸르처가 발견한 것인데, 이것은 사물이 불그스름하게 변색되어 보이는 현상으로 백내장 수술 후 또는 강한 조명을 받은 후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 외에 구리가 침착되는 질환(Wilson's disease)에서 눈 속 수정체(lens)의 앞쪽에 구리가 방사 형태의 오렌지색으로 침착되어 해바라기 백내장이 생긴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을 보면 푸르처는 환자가 호소하는 불편함에 대해 세심하게 관찰을 했던 의사임이 분명합니다.

 

푸르처 망막병증은 머리에 심한 외상을 입었을 때와 뿐 아니라 흉곽이 심하게 눌리는 외상이 있었을 때에도 생깁니다. 또한 여러 혈액 질환이나 골절이나 내부 장기 질병이 있을 때에도 비슷한 망막의 변화가 생기며, 어려운 분만을 겪은 후에도 생깁니다.

 

이런 흰 반점은 충격으로 색전이 생기거나 백혈구들이 뭉쳐서 망막모세혈관을 막거나 모세혈관을 구성하는 내피세포가 손상을 받아서 생긴다고 알려졌습니다. 시신경 주위의 혈관손상이 있는 경우이므로 시신경 손상으로 이어져서 시력이 정상적으로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행히도 스테로이드 고용량 주사 후 조금 호전되었고, 6개월이 지난 검사에서 시력이 0.3 정도로 회복되었습니다. 이런 시력이 자전거를 포기하게 만들지 못했고, 후에 이 친구는 자전거 동호회의 리더가 되었습니다. 물론 안전한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도록 동호회를 운영해 나간다고 합니다.

 

 

 

 

* Purtscher O: Angiopathia retinae traumatica. Lymphorrhagien des Augengrundes. Graefes Arch Clin Exp Ophthalmol 82:347?37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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