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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호 교수의 알기쉬운 부정맥 이야기 (2)

후생신보 | 기사입력 2015/06/16 [15:37]

노태호 교수의 알기쉬운 부정맥 이야기 (2)

후생신보 | 입력 : 2015/06/16 [15:37]

 스스로 알아서 박동하는 우리의 심장 

 

▲ 노태호 교수

(가톨릭의대 성바오로병원) 

대한심장학회 부정맥연구회 회장, 대한심장학회 이사, 감사를 지냈고 대한심폐소생협회에서 소생술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저서로 알기 쉬운 심전도 1, 2권, 영구심박동기 시술, 심장부정맥 진단과 치료(공저) 등이 있다. 매년 2월 ‘알기 쉬운 심전도’란 심전도워크숍을 19년째 지속하고 있으며 ‘닥터노의 심장과 부정맥이야기’란 블로그를 운영중이다.

우리는 우리 몸을 사용해 하고 싶은 일을 한다.
손을 들어 연필을 집어 들고 글씨를 쓰며 머리와 눈을 움직여 뒤를 돌아다 볼 수도 있다. 이렇게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근육을 수의근(隨意筋)이라 한다. 그러나 똑같은 근육이지만 우리는 심장을 우리의 뜻대로 움직일 수 없다. 심장을 빨리 뛰게 하거나 늦게 뛰게 하거나 하는 일은 의지와 상관없다. 내 몸의 일부임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대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를 불수의근이라고 한다.
 
그러면 심장은 어떻게 빨리 뛰기도 하고 늦게 뛰기도 할까?
우리가 달리기라도 하면 틀림없이 심장박동수가 올라가며 몹시 두근댄다. 또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심리적으로 흥분하거나 간장하면 손에 땀이 나며 심장이 두근댄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만일 심장도 우리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수의근이라면 의식을 잃거나 수면 중에는 심장이 박동하지 못할 것이다. 심장은 가장 기본적이며 필수적인 생명유지 장치이다. 따라서 사람의 의식과 상관없이 스스로 박동하여 혈액을 온몸으로 보내 혈액순환을 가능하게 하여 생명을 유지한다. 이게 가능한 것은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 덕분이다.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사람의 육체는 외부 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응해 생존을 유지하도록 적응해 왔다. 의식과 상관없이 자율신경계는 몸을 외부환경에 따라 신속히 또 적절하게 변화하도록 한다. 외부의 적을 만나 싸우게 되거나 사냥을 위해 빨리 뛰어야 하는 상황에 접하게 되면 (fight or flight) 내가 지시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심장은 빨리 강력히 수축하며 눈의 동공이 늘어나 적이나 사냥감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하며 내장으로 가는 혈액은 줄이고 대신 팔 다리의 근육으로 가는 혈액을 늘려 빨리 뛸 수 있게 해준다.

 

반대로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게 되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심장박동이 낮아지고 위와 장으로 가는 혈액은 늘어 음식을 먹고 소화를 돕도록 해주며 편안한 마음으로 쉴 수 있게 해준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구성되는 자율신경계는 심장에 작용해 심장을 빨리 뛰게도 늦게 뛰게도 한다. 대단한 일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심장 내의 작은 발전소, 동결절

 

심방이든 심실이든 심장근육이 수축하려면 전기신호가 필요하다. 즉, 어디선가 전기를 만들어 공급해 주어야 심장박동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이렇게 심장에 전기를 만들어 공급하는 작은 발전소가 우심방 내에 있다. 우심방에서도 오른편 위쪽에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세포가 모여 있는데 이를 동방결절 혹은 동결절(洞結節, SA node)이라고 부른다. 동결절에서 만든 전기는 심방으로 흐르며 이와 함께 심방이 기계적으로 수축하여 심방에 들어온 혈액을 심실로 보낸다. 교감신경이 흥분하면 심장이 빨리 박동하며, 부교감신경이 흥분하면 늦게 박동하는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비밀이 숨겨져 있다.

 

즉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같이 동결절에 분포되어 있어, 운동하거나 흥분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이때에는 동결절이 전기를 더 자주 만들어 내게 되어 심박동수가 증가하게 된다. 반대로 잠을 자거나 명상을 할 때에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며 동결절이 전기를 더 천천히 만들어 내게 되어 심박수가 낮아지는 것이다. 이 반응, 특히 교감신경에 대한 반응은 매우 신속하게 일어난다.

 

한밤중 적막 속에 갑자기 전화벨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심장이 두근두근하며, 닫히는 엘리베이터를 잡으려고 몇 미터라도 달리게 되면 심장의 박동이 갑자기 빨라지는데 이런 현상이 바로 갑작스런 교감신경 흥분에 반응해 동결절이 신속히 전기를 빨리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반면에 부교감신경에 대한 반응은 더디다. 누구와 다투고 나면 잠이 잘 오지 않고 가슴이 여전히 두근대는 현상은, 교감신경 흥분이 갈아 앉고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그게 쉽게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고수들은 교감신경이 쉽게 흥분하지 않고 필요시 흥분하더라도 곧 갈아 앉히고 부교감신경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명상의 역할도 바로 여기에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만일 이 작은 발전소가 고장이 나면, 전기를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하게 되며 그 결과 심장의 박동수가 매우 낮아지거나 잠시 심장박동의 정지가 나타나게 된다. 그 결과 두뇌에 충분한 혈액이 도달하지 못해 뇌빈혈로 인한 여러 증상이 생기는데 이를 동기능부전증후군이라고 한다. 이에 대하여는 뒤에서 자세하게 설명할 것이다.

 

심방에서 심실로 흐르는 전기

 

심장의 작은 발전소인 동결절에서 만든 전기가 심방으로 흐른 이후에는 최종 목적지인 심실로 내려가야 한다. 심방과 심실이 바로 붙어있기는 하지만 전기적으로는 완전히 절연되어 있다. 심방과 심실 사이에 전기가 흘러가는 통로는 하나밖에 없다. 바로 방실결절(房室結節, AV node)이다. 이렇게 전기적으로 절연된 심방과 심실 사이에 전기교통로가 하나 더 있게 되면 이를 부전도로(accessory pathway)라고 하는데 태어날 때에 이를 가지고 태어나면  심실조기흥분증후군(ventricular pre-excitation syndrome) 혹은 이를 처음 발견한 이의 이름을 딴 Wolff Parkinson White 증후군이다. 뒤에 상세한 설명이 따를 것이다.

 

방실결절의 위치를 임상실습중인 의과대학생에게 물어보면 절반 정도는 양심방 양심실사이의 가운데 있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방실결절의 정확한 위치는 우심방의 심방중격 쪽 하방이다. 



방실결절을 통해 심실로 들어온 전기는 His 속을 통해 이제 오른편과 왼편의 양 심실로 나누어 진행하게 되는데 특수한 전기통로를 이용한다. 방실결절에서 둘로 가지를 쳐 우심실로 가는 전기통로는 우각(RBB)으로, 좌심실로 가는 전기통로는 좌각(LBB)으로 부른다.

 

아무래도 좌심실이 우심실에 비해 크고 중요성이 커서 좌심실로 가는 좌각은 둘로 나누어진다. 좌전속(left anterior fascicle)과 좌후속(left posterior fascicle)이다. 우각과 좌각이란 굵은 특수 전기통로는 더 잘게 가지를 쳐서 심실의 구석구석에 전기를 공급하게 되는데 이를 퍼킨제속(Purkinje fiber)이라고 한다. 이렇게 심방에서 심실로 전기가 흘러가는 전기통로를 총칭해 방실전도계라고 한다.

 

방실전도계가 병에 걸려 전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면 이를 방실전도장애라고 한다. 어느 위치에 어느 정도의 장애가 발생하는가에 따라 증상이 생길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방실결절에 전기가 흐르지 못하는 현상을 방실차단(AV block)이라 하는데 이때에는 심장의 박동이 늦어지게 된다.

 

동기능부전증후군과 함께 심장박동이 늦은 서맥을 일으키는 양대 원인에 속한다. 우각이나 좌각에 전기가 흐르지 못하면 우각차단(RBBB) 혹은 좌각차단(LBBB)이라고 하는데 이 경우에는 방실차단과 달리 심장박동수가 떨어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가령 우각차단이 발생하는 경우, 우각으로는 전기가 흐르지 못하나 나머지 좌각으로는 전기가 흘러 심실에 전기공급은 가능하므로 심박수가 떨어지지는 않는 것이다. 그러나 특히 좌각차단이 발생한다는 것은 심장에 다른 이상이 함께 있을 가능성이 크며 방실차단으로 진행해 심장의 박동이 늦어지는 일이 추후에라도 생길 수 있으므로 관심을 갖고 관찰해야 한다. 좀 복잡하지만 나중에 상세한 설명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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