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생명의 근원 심장의 상징인 하트(heart)는 따뜻한 사랑과 생명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사실 심장은 우리 몸에서 가장 치열한 장기이다. 천천히 생각해보자. 우리 몸의 그 많은 장기 중에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생명이 다하도록 수축과 이완이란 심한 운동을 되풀이 하는 장기가 심장 말고 또 어디 있나?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심장의 박동이지만 이 심장의 박동이 중지하는 순간이 바로 사망이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심장은 상징성이 있게도 바로 가슴의 한 가운데에 있다. 정확히는 가슴 중앙에서 약간 왼쪽에 자리 잡고 있다. 심낭이란 질긴 주머니 안에 들어가 양 옆으로는 폐, 후면에는 식도, 위로는 대동맥과 폐동맥 같은 굵은 혈관과 연결되어 있고 아래쪽으로는 횡격막 위에 얹혀 있다. 손상받기 쉬운 전면은 단단한 흉골과 늑골이 있어 심장을 보호한다.
일회 박동 시 들어온 혈액 중 내보내는 혈액량의 비율을 심구혈율(ejection fraction, EF)이라고 하는데 정상으론 55% 이상이다. EF가 얼마인가가 심장질환자의 예후예측에 가장 중요한 인자이다. 심장의 근육이 힘을 소진해 늘어지며 잔뜩 붓는 질환인 확장성 심근증에서 이 EF가 10-20% 까지도 떨어진다. 정상 심장은 1분에 4-8 L의 혈액을 심장 밖으로 내보낸다. 바로 심박출량(cardiac output)이다. 분당 5 L를 내보낸다면 시간당 300 L가 되고 하루에 6,000-7,000 L의 혈액을 품어내는 펌프이니 얼마나 고될까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고마운 우리의 심장이다.
오른편 심장과 왼편 심장 심장은 한 덩어리로 붙어있어 외부에서 쉽게 구별하기는 어렵지만, 구조나 기능상으로 오른편과 왼편 심장으로 분리되어 있다. 왼편 심장은 혈액을 온몸으로 내보내 순환시키는 주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오른편 심장은 온몸으로 나간 혈액을 도로 끌어들여 폐로 보내어 산소를 불어 넣게 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또 하나. 우심은 혈액을 폐까지만 보내면 된다. 좌심은 전신으로 보내야 한다. 전신으로 혈액을 보내야 하니 좌심은 수축할 때 더 큰 압력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게 바로 우리가 측정하는 동맥압 즉 혈압의 근원이다. 반면에 우심은 가까이 붙어 있는 폐까지만 혈액을 보내면 되기에 큰 압력이 필요 없다. 따라서 좌심실에 비해 우심실은 근육이 훨씬 덜 발달해 있다. 좌심과 우심은 붙어 있지만 상당히 다르다. 좌심은 고압시스템, 우심은 저압시스템이다.
심장은 오른편 심장(우심)과 왼편 심장(좌심)으로 나뉘며 오른편이든 왼편이든 판막을 중심으로 다시 윗부분과 아랫부분으로 나뉜다. 윗부분을 심방이라 부르고 아랫부분을 심실이라 부른다. 우심도 심방과 심실로, 좌심도 심방과 심실로 구분되니 결국 심장은 모두 합해 4개의 구획으로 구성된다. 왼편의 심방은 좌심방(LA), 왼편의 심실은 좌심실(LV), 오른편의 심방은 우심방(RA), 오른편의 심실은 우심실(RV)이다.
심방수축에 이어 약간의 시간을 두고 심실이 수축하게 되면 심실은 더 많은 혈액을 품어낼 수 있다. 효율의 극대화이다. 이를 방실동조(atrio-ventricular synchrony)라 한다. 만일 심방과 심실이 이런 시간 순서를 무시하고 제 나름대로 수축한다면 심실 입장에서는 매우 불리해진다. 어떤 때는 심방과 심실이 동시에 수축할 수도 있다. 그러면 심실수축의 힘으로 승모판과 삼첨판이 닫혀있는 상태에서 심방이 수축하니 심실로 내려가야 할 혈액이 내려가지 못하고 오히려 온 길로 되돌아가야 하는 일이 생긴다. 온 길이라면? 좌심 입장에서는 폐다. 페에 충혈이 생길 수 있다. 우심 입장에서는 상공정맥과 하공정맥이다. 상공정맥이 어떤 때 갑자기 압력이 올라가며 그로 인해 경정맥이 순간적으로 두드러져 보일 수 있는데 바로 진단학에서 배우던 대포파(cannon wave)이다. 언제 이런 일이 생길까? 심방과 심실이 따로 노는 바로 완전방실차단이다.
부정맥은 심방 심실 어디에서나 발생한다. 같은 빈맥이라도 심방에서 발생하면 심방빈맥, 심실에서 발생하면 심실빈맥이다. 발생하는 장소의 차이라고 해봐야 기껏 2-3cm 차이지만 임상적인 차이는 하늘과 땅이다. 부정맥 특히 빈맥부정맥의 종결자는 세동이다. 심방에서 발생하는 부정맥의 종결자인 심방세동은 결코 당장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다. 그러나 심실성 부정맥의 종결자인 심실세동은 발생하는 순간이 바로 심정지이다.
심장은 어머니 뱃속에서 생겨난 이래 단 한 순간도 박동을 멈추지 않는다. 1분에 60회 심장이 박동하면 한 시간이면 3천 6백회, 하루에는 4만 3천회, 한 달에는 13만회 박동한다. 심장이 박동을 멈추는 것이 곧 사망이다. 한 순간도 쉬지 못하는 심장은 얼마나 힘들까? 이렇게 심장이 박동하려면 막대한 산소와 영양이 필요하다. 여기에 사용되는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동맥혈관이 심장동맥이며 이를 관동맥(coronary artery)이라 부른다. 만일 관동맥이 막히면 그 혈관으로 혈액을 공급받는 심장의 근육이 괴사에 빠지는데 이것이 바로 심근경색증이다.
왼쪽의사진은 심장혈관 CT이다. 과거에는 심장혈관을 보려면 관동맥조영술을 통하지 않고는 어려웠다. 입원도 필요하고 허벅지나 손목의 동맥을 천자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외래에서 간편히 잠시 CT기계에 누워 있으면 이렇게 훌륭한 영상이 나온다. 의학의 발달이 눈부시지만 특히 영상의학의 발달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상상이 어려울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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