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선거는 끝났다
후생신보 기사입력  2015/05/0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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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한수 前 대한전공의협의회 정책이사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지난 3월 20일 제39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가 치뤄졌다. 총 4만4414명의 유권자 중에 1만3780명이 투표에 참여하였으며 이 중 23.84%인 3,285표를 얻은 추무진 후보가 당선되었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당선되었던 현 집행부에 한 차례 더 기회를 준 셈이다. 원격진료 허용, 한의사들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등 의료 시스템의 근간을 망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문제들이 산재해있는 현 상황에서 12만 의사들의 미래를 이끌어갈 수 있는 훌륭한 집행부가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는 마무리되었지만 그 뒷맛은 그리 깨끗하지만은 않다. 선거과정에서 각종 문제점들이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는 과거 선거 때에도 비슷한 문제점들이 거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가 끝남과 동시에 모두 유야무야 사라지고 말았다. 보다 나은 선거를 위해서는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문제들이 있다.

첫 번째는 대표성의 문제이다. 12만 의사들 중 유권자는 절반이 채 되지 않는 4만 4천여 명에 그쳤다. 특히 이번 선거는 회비납부를 기준으로 했을 때 과거에 비하여 유권자 기준을 완화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권자 수는 그다지 늘지 않았다. 대체로 회비 납부를 하는 사람들은 연속성을 가지고 계속 납부를 하지만, 회비납부를 하지 않는 사람은 계속해서 외면을 한다는 특성을 고려하면 유권자 기준을 회비납부 최근 3년에서 2년으로 낮춘 것은 큰 실효성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투표율은 31.03%로 매우 저조하였다.

필자의 주변에서는 의협 회장선거가 치러지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많았으며, 전공의 시절 회비납부를 하여 투표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수련병원 의국으로 투표용지가 배송되어 투표를 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낮은 투표율과 함께 후보 간의 각축(1위와 2위 간 66표 차이)으로 인해 결국 추무진 후보는 3천여 표만을 획득하고 12만 의사들의 대표가 된 셈이다. 적법한 민주 선거를 통해 당선되었다는 사실은 당연하지만, 대표란 그 집단의 대표성(representation)을 가진 인물을 뜻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특히 헤쳐 나가야 할 문제들이 많은 현 상황에서 집행부가 일종의 ‘표본의 대표성’ 문제에 당면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두 번째 문제는 무관심 선거 속에서 난무하는 불법 선거운동이다. 지난 의협회장 보궐 선거에서도 개인정보 불법 수집 문제로 시끌벅적 했었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도 특정 후보의 불법적인 지지문자 발송 남발로 논란이 되었다. 더욱이 그러한 문제를 일으킨 후보들은 늘 당선이 되거나 혹은 낙선하더라도 꽤 높은 득표를 받는 일이 반복되었다.

유권자들이 선거에 무관심하다보니, 불법 선거운동을 통해서라도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득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선거관리위원회의 대응은 이러한 불법 선거운동을 더더욱 부추기는 꼴이다. 불법 선거운동을 했을 때 선거관리위원회의 방침은 대개 한 차례의 경고에 그친다. 경고도 누적되면 후보자격이 박탈될 수 있지만 짧은 선거기간 동안 그러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한 차례 경고를 받더라도 불법 선거운동을 해서 득표율을 높이고 싶은 유혹은 커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선거관리위원회의 경고 처분은 휴대폰 문자와 같은 적극적인 방식으로 유권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아,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누가 불법선거운동을 했는지 조차 모른다.

이러한 문제점들로 인해 의협회장 선거가 무관심과 불법선거운동 속에서 치러져 왔다. 깨끗하게 선거운동을 한 후보가 되래 피해를 볼 수도 있는 부조리까지 존재한다. 낮은 대표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투표율 제고가 급선무다.

회비를 납부하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투표권을 주는 것은 회원의 의무와 권리가 병존하는 차원에서 합리적인 방식일 수 있다. 하지만 투표권을 가진 사람들조차 투표를 하지 않는 현상은 개선해야 한다. 물론 의협회장 선거에 대한 무관심을 개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과거 의협 회장선거에서 투쟁과 희망을 이야기하며 회장으로 당선되었음에도 정작 결과물은 내지 못했던 경우를 경험한 바 있어, 일종의 피로감으로 인한 무관심도 상당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의협이 해결해야만 한다.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선거 전에 우편 주소 확인을 다시 하면서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고, 투표자들에게 경품이라도 걸어서 투표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대표가 된 인물에 대해 대표성을 부여하고 싶어하지 않는 법이다.

불법선거운동 역시 선거관리위원회의 중대한 결심이 필요하다. 불법선거운동의 정도를 명백히 구분하여, 선거결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만한 사안이라고 판단하면 단 한번이라도 바로 후보 자격을 박탈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불법선거운동으로 경고를 받은 후보에게는 그 기록을 선거운동 기간 내내 모든 방식을 통해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일정 기간 의협 내 공직에서 근무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후보 기탁금을 돌려주지 않는 등 강력한 조치도 고려해야한다.

선거는 끝났다. 하지만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새로이 임기를 시작하는 집행부에게 응원을 보낸다. 그리고 다음 의협 회장선거는 12만 의사들의 축제의 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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