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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136

후생신보 | 기사입력 2014/11/27 [10:17]

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136

후생신보 | 입력 : 2014/11/27 [10:17]
홍채가 없어지다.
 
잘생긴 군인 아저씨가 군의관과 함께 응급실로 왔습니다. 유격 훈련 중 한 눈이 갑자기 보이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앞에 있던 군인이 갑자기 고개를 젖혔을 때 그 군인의 뒤통수에 눈을 부딪혔다는군요. 외상 후 바로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조금 이야기를 더 들어볼까요?
 
그 군인은 심한 근시가 있어서 군대 가기 6개월 전에 라식수술을 받으려고 했답니다. 그런데 검사를 해 보니 각막이 너무 얇아서 라식/라섹 모두 받기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근시가 심할수록 각막을 많이 깎아내야 하는데, 각막이 얇으니 깎고 남아있는 부분이 너무 얇습니다. 그렇게 되면 눈 속의 압력 때문에 얇은 각막 부분이 고깔모양이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를 수 있습니다. 각막이 둥글어야 빛을 눈 속으로 모을 수 있는데, 고갈모양이나 풍선처럼 바뀌면 빛이 모아지지 않게 됩니다. 시력은 소실될 수 있습니다.

그 군인은 당시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담당 선생님은 꼭 안경을 벗어야겠다면 안내렌즈삽입술이 좋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안내렌즈란 특별히 제작된 아주 작은 렌즈를 말합니다. 두 종류가 있는데 홍채에 걸어주는 알티산렌즈와 홍채와 수정체 사이에 넣어주는 ICL입니다. 이 군인은 알티산렌즈삽입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다음 날 아침 평소처럼 이불 옆에 두었던 안경을 찾으려고 더듬거리다가 눈을 떴는데, 글쎄, 천장의 그림이 또렷이 보이더랍니다. 새로운 세상이 찾아온 것이지요. 눈 수술 부위에 더 이상 큰 변화가 생기지 않을 6개월 이 지나자 씩씩하게 훈련소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훈련 중 사고가 난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눈 속을 검사해 보니 눈 속에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물론 눈 속에는 피가 차 있었지요. 그런데 알티산렌즈(Artisan lens)를 걸었던 홍채(iris)도 없고, 그 뒤에 있는 수정체(lens)도 없어졌습니다. 희한하게도 수술자국 외에 터진 곳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유추를 해 보면 앞사람의 뒤통수에 눈을 맞는 순간 눈알에 압력이 가해져서 심하게 눌렸을 것이고. 이 때 알티산 렌즈의 위치가 돌아가면서 홍채를 잡아챘을 것이고, 수정체는 터졌을 것입니다. 눌렸던 안구가 원래대로 놀아가려는 중에 수술 부위가 벌어지면서 홍채와 수정체가 모두 다 튀어나가 버린 것은 안 봐도 상상이 갑니다.
 
그날 저녁 눈 속에 있는 피를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했습니다. 벌어진 곳은 봉합을 했습니다. 다행히 망막은 문제가 없었습니다. 수술 부위가 아물고 시력을 검사해 보니 두꺼운 안경을 끼고 보면 시력이 꽤 잘 나왔습니다. 그러나 안경은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쓸 수 없었지요. 눈 속에 수정체가 없어서 맨 눈으로는 볼 수 없었고, 홍채가 없어서 너무 눈이 부셨습니다. 단순히 시력을 찾게 해 줄 목적이라면 인공수정체를 눈 속에 넣어주면 됩니다. 그런데 눈부심까지 해결해 주려니 인공 홍채가 그려져 있는 특수 인공수정체를 사용해야 하지요.
   
네덜란드 옵텍(Ophtec)이라는 회사로 특수 홍채인공수정체를 주문했습니다. 다행히 수술이 잘 되었고, 그 군인은 안경을 쓰지 않고 시력도 잘 나왔으며, 눈부심도 해결되었습니다. 지금도 1년에 한 번씩 검사를 하려고 옵니다. 벌써 10년이 넘었는데, 다행히도 녹내장과 같은 합병증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빛에 따라 작아졌다가 커졌다가 해 주는 내 홍채가 아니라 크기가 고정되어 있는 인공 홍채이다 보니 아무래도 불편한 점은 있습니다. 그러나 이 건강한 청년은 아무 내색하지 않고 밝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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