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132
후생신보 기사입력  2014/10/2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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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사자는 왜 무릎을 꿇었을까?
 
왕국은 슬픔에 잠겼다. 뜻하지 않은 병으로 사자 왕을 떠나보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사자왕의 강력한 힘 아래에서 왕국은 평화를 지켜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왕국의 흥망은 이제 홀로 남은 아기사자의 손에 달렸다. 이 왕국에는 평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무리들도 있었다. 왕국에 위협이 되고 있는 그들에게 이제 때가 온 것이다.
 
아기사자를 지지하는 동물들이 모였다. 그들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물론 많은 동물들이 힘을 합쳐서 이 왕국을 위협하는 무리들과 맞서서 싸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투지가 사자 왕 없이는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혹시라도 전쟁 중에 아기사자가 두려움 때문에 제대로 명령을 내리지 못한다면... 동물들은 산산이 흩어지고 말지 모른다.
 
“왕국의 상징인 정자를 다시 세워야 합니다.”
“맞아요. 그 정자는 벌써 100년도 넘었어요. 낡았다고요.”
“낡은 정자를 부수고, 새 정자를 세운 후 아기사자의 왕위계승을 축하합시다.”
“그렇게 하면 아기사자는 힘이 생길지도 몰라요.”
“빨리 모든 동물들에게 알립시다.”
 
아기사자의 허락을 받은 동물들은 정자를 허물기 시작했다. 1주일 만에 정자는 사라지고 터만 남았다. 그런데 갑자기 아기사자는 정자를 지으라고 허락하지 않았다. 벌써 공사가 중지된 지 한 달이 지나갔다. 많은 동물들은 명령을 기다리다가 지쳐서 하나 둘 자리를 떠나갔다. 동물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기사자 얼굴이 밝지 않아요.”
“아기사자가 위협을 받아서 그럴까요?”
“누구에게요?”
“매번 으르렁 거리던 무리들 있잖아요?”
“왜요?”
“그 정자가 지어지면 동물들이 다시 힘을 합치기 때문이죠. 그러면 자신들이 활개를 칠 수 없으니...”
“벌써부터 약한 모습을 보이면 어떻게 해요.”
“그러게 말이에요. 걱정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동물 대표들이 아기사자를 만났대요.”
“아기사자가 뭐라고 했대요?”
“내일 아침 모든 동물들을 정자로 모이게 해 달라고 했답니다.”
“아. 마음의 결정을 했나보군요!”
 
다음 날 아침, 동이 틀 무렵, 많은 동물들이 넓은 정자 터에 모였다. 정자 터 옆에는 아름다운 꽃들과 커다란 나무들이 이슬을 머금고 있었다. 작은 냇물이 주변을 흐르고 있었고, 땅은 촉촉했다. 언덕 아래로 아름다운 왕국이 한 눈에 보였다. 태양이 동녘을 물들이고 있었다. 모든 동물은 아기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자를 세우라는 말을 기대했다. 그런데 말을 하는 대신 아기사자는 무릎을 꿇었다. 모두들 어리둥절했다.
 
한참 시간이 흘러도 아기사자가 일어나지 않자 옆에 있던 기린은 앞발을 옆으로 길게 벌려 고개를 땅에 가까이 대고 아기사자의 얼굴과 땅을 번갈아서 쳐다보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동물들도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태양이 서서히 정자 터를 비추었다. 그들은 무엇을 보게 되었을까? 아아. 놀랍게도 지금까지 100년 이상을 거기에 있었지만 그들이 전혀 알지 못했던 세상이 있었던 것이다. 개미, 거미, 땅강아지, 노래기 등 작고 부지런한 생명들이 사는 세상. 이 생명들도 우리의 왕국을 전혀 모르리라.
 
아기사자는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동물들도 따라서 일어났다. 이제 동물들은 왜 아기사자가 무릎을 꿇었는지, 왜 정자를 세우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는지 알게 되었다. 누군가 ‘아기사자 왕 만세’를 외쳤다. 모두가 따라서 10번이나 만세를 외쳤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기사자 왕이라니. 동물들은 더 이상 아기사자의 힘을 의심하지 않았다. 이제 왕국에는 정자가 없다. 그러나 아기사자가 있는 이 왕국은 어느 때 보다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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