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101

관리자 | 기사입력 2014/02/03 [12:47]

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101

관리자 | 입력 : 2014/02/03 [12:47]

 
한 눈으로 사는 두 눈 정상인
 
제가 병아리 망막의사 시절(2001)에 만난 ‘한 눈으로 보는 두 눈 정상인’은 24세의 숙녀였습니다. 그녀는 두 눈에 고도근시가 있었고, 한 눈에 망막박리가 생겼지요. 저는 공막돌륭술이라는 수술을 했고, 박리된 망막은 잘 유착되었습니다. 6개월이 지나서 검사를 해 보니 수술한 눈에 근시가 조금 늘어나긴 했지만 안경을 썼을 때 1.0으로 좋은 시력이 나와서 안경처방을 했습니다.

그런데 1년 째 그녀가 안경을 쓰지 않은 채 나타났습니다. 그녀는 3개월 전 망막박리가 없던 눈에 라식 수술을 받았고, 그 눈은 안경 없이 시력이 1.0이었습니다. 그런데 망막박리 수술을 받은 눈은 라식 수술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 눈은 안경을 썼을 때 좋은 시력이 나왔지만 고도근시 때문에 안경 없이는 시력이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두 눈이 정상이었지만 한 눈만 라식을 받고 안경을 벗게 되었고, 한 눈만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당시 강남의 유명한 라식전문의들에게 그녀의 상태를 알려준 후 망막박리 수술을 받은 눈에 라식이나 라섹수술을 해 줄 수 있는지 문의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당시 전 세계에서 망막박리 수술을 한 눈을 라식을 했다는 증례 들이 몇 예가 보고되었는데, 결과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공막돌륭술(scleral buckling) 때문이었습니다. 이 수술은 눈의 적도부위에 띠를 둘러서 조이는 수술인데, 그렇게 하면 눈이 약간 눈사람처럼 변하면서 눈 앞뒤로 압력이 가해져서 라식수술로 각막을 깎아서 얇게 만든 부위의 형태가 바뀌기 때문이었습니다.

두 눈이 정상이었지만 애꾸로 살아야 하는 그녀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을지 고민을 하던 차에 한국에서 안내렌즈삽입술을 배우기 위해 한 팀이 꾸려져서 네덜란드로 간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는 그 팀에 꼭 끼어달라고 졸랐습니다. 이 수술은 알티산(Artisan)이라고 하는 작은 렌즈를 홍채에 고정시켜서 고도근시를 교정하는 방법입니다. 교수 3명과 개인의원 원장 3명이 갔는데, 저만 망막이고 모두 각막전문의였습니다. 여행 내내 왜 망막의사가 이 수술을 배우러 왔느냐, 대학병원이 수입 창출을 하라는 압력을 주었느냐, 개업하려고 그러느냐며 눈총을 받아야 했습니다. 저는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지요. 수술을 배우면서 알게 된 수술 적응증이 조금 고민될 뿐이었습니다. 이 수술은 망막에 이상이 있거나 수술을 받은 경우 절대금기라고 되어있었으니까요.
 
돌아와서 그녀를 만났습니다. 저는 이 수술은 망막 이상이 있는 눈에서 절대금기이며, 전 세계에서 아직 망막박리 수술을 받은 눈에는 시행한 적이 없지만, 망막박리 수술이 잘 되었기 때문에 받아도 될 것 같고, 그렇게 하면 두 눈을 다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눈만 썼을 때 거리감이 없어서 불편했던 그녀도 동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역사적인 수술이 시행되었지요. 그 다음 어떻게 되었을까요? 저는 걱정되어 자주 그녀의 망막과 각막을 검사했습니다. 다행히도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 후 세 명의 환자를 1년 이상 관찰한 결과를 모아서 외국학회지에 보고했습니다. 매년 이렇게 망막박리 수술 후 알티산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어느덧 1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고, 그 동안의 결과들을 다시 외국학회지에 보고를 했습니다. 결론은 망막박리 수술 후 망막이 안정되었다면 알티산 안내렌즈삽입술을 선택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알티산 수술을 하는 것에 대해 몇몇 망막전문의들은 부정적이었습니다. 어떤 친구는 저를 박쥐라고 했는데, 망막전문의는 망막수술만을 해야 되는데 각막전문의가 하는 수술을 시행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당시에 제가 수술한 망막환자들이 애꾸 아니 애꾸로 사는 것이 안타까웠고, 그것을 해결해주고 싶은 마음을 몰랐기 때문이겠지요. 망막의사는 망막 수술을 잘 해서 눈을 회복시켜야 할 뿐 아니라 그 눈을 어떻게 잘 사용하게 해 줄지 걱정하고 해결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그런 생각이 제게 매우 가장 의미가 있는 논문을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망막이야기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