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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66

관리자 | 기사입력 2013/03/28 [11:39]

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66

관리자 | 입력 : 2013/03/28 [11:39]

100개의 조개(Scallop) 눈

조개도 눈이 있을까요? 조개는 조개껍질 가장자리로 약 100개의 눈이 마치 구슬을 꿴 것처럼 자리하고 있습니다. 각 눈은 1mm 크기의 작은 은색 거울과 같은 구조를 하고 있다고 해서 조개의 눈을 argentea라고 합니다.

빛이 눈에 들어가면 이 눈은 마치 거울처럼 빛을 눈 속으로 반사해서 눈 속 중심에 있는 망막의 시각세포로 들어가게 합니다. 눈 속에는 두 가지 망막(retina)이 존재하는데 하나는 빛에 반응을 하고, 다른 하나는 근처에 다가온 포식자의 그림자와 같은 어두움에 반응을 합니다. 망막은 형태를 확인할 수 없지만 빛과 움직임이 어떤 패턴으로 변하는지를 감지합니다.

조개를 들여다보면 조개의 눈에서 내 모습이 거꾸로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개의 각막은 150μm이고, 수정체(렌즈)와 망막은 붙어있습니다. 렌즈는 고기 중에서 1.4, 물 속에서 1.1 정도로 별로 높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론상 초점이 망막의 뒤쪽에 맺혀야 합니다.(가) 그런데 조개 눈 뒤쪽에 있는 거울(argentea)가 사물의 상을 만사하여 망막의 중심부에 상이 맺히도록 도와줍니다.(나) 단점으로는 상의 대비감도가 저하된다는 점입니다.
광학에서 F 값(N)은 렌즈의 초점거리(f)를 조리개의 직경(D)으로 나눈 값(N=f/D)입니다. F 값은 렌즈로 들어와 필름에 도달하는 빛 입자 개수의 역수인데, F 값이 작을수록 사진이 밝게 찍힙니다. 당연히 조리개의 지름이 커지면 F 값은 작아져서 빛이 모이는 양이 많아집니다. 망원렌즈처럼 초점거리가 길어지면 렌즈의 지름도 커져야 하므로 F 값을 작게 제조하기가 힘들어집니다. 낮은 F 값으로 사진을 찍으면 초점 주변에 여백을 남기면서 초점 안에 물체가 실리는 효과(outfocusing)를 보여줍니다. 사랑에 빠지면 동공이 열리고 주변은 사라지며 연인의 얼굴만 나타나서 아름답게 보이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이제 조개의 눈을 대입해 보면 F=f/D=205μm/450μm=0.5입니다. 사람 눈의 F 값은 어두울 때 2.5, 밝을 때 8.5이며, 물고기의 눈은 0.8이고, 좋은 카메라 렌즈는 1.4인 것을 보면 조개의 눈이 얼마나 빛을 잘 모으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조개의 눈 모델은 웹캠(webcam)의 CCD 카메라로 재현해 볼 수 있습니다. 웹캠의 CCD 센서를 둥근 오목유리보다 앞에 위치시킬 경우 유리 뒤쪽의 이미지와 반사 이미지가 같이 생깁니다. 둥근 오목유리를 불투명하게 코팅을 하면 반사된 이미지 하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조개는 물고기에 비해 매우 느리게 움직이므로 굳이 먼 사물을 잘 볼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가까운 곳에 다가오는 먹이나 포식자들의 움직임은 잘 감지를 해야 합니다. 조개가 세상을 보기 위해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복잡한 눈 대신 100개의 단순한 눈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어쩌면 이 눈들은 세상을 환하게 봄으로써 세상에 대해 불필요한 반응을 해야 하는 것으로부터 조개를 보호하는 장치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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