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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56

관리자 | 기사입력 2013/01/14 [09:23]

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56

관리자 | 입력 : 2013/01/14 [09:23]

뇌 보다 무거운 눈 - 안경원숭이(Tarsier)

학자들은 영장류를 코가 젖어있는 종(strepsirrhines)과 코가 말라있는 종(haplorhines)으로 구분합니다. 그리스어로 젖어있는 코는 윗입술과 분리되지 않은 ‘휘어진 코’를 의미한 반면 마른 코는 ‘평범한 코’를 의미합니다. ‘마른 코’들은 코가 윗입술이 분리된 덕택에 다양한 얼굴표정을 지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젖은 코’들과 비교했을 때 비타민 C를 만드는 효소가 없고, 뇌의 크기가 커졌으며, 한 개의 방을 갖는 자궁을 가졌고, 큰 새끼가 태어나지만 더 오랫동안 어미를 의지하는 특징들이 있지만 눈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눈알 뒤쪽이 얇은 판으로 닫히는 특징이 생겼습니다. 안경 원숭이(Tarsier)는 ‘마른 코’를 가졌지만 ‘젖은 코’의 특징들이 남아있으며, 계통발생을 따르는 대신 독특한 시각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안경원숭이는 전 세계에 퍼져 있지만 주로 동남아시아의 열대우림 섬들에서 살고 있습니다. 다람쥐 크기의 안경원숭이는 야행성이며, 애기 같은 얼굴 생김새처럼 부끄러움을 많이 탑니다. 그러나 그와는 다르게 포악한 식성을 갖고 있어서 도마뱀이나 곤충 뿐 아니라 날아다니는 새나 박쥐를 잡아먹습니다.

안경원숭이는 매우 독특한 신체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나무에 잘 붙어있도록 손가락이 매우 길고, 손톱이 있습니다. 세 번째 손가락은 팔 전체 길이만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발가락은 갈고리처럼 되어 있습니다. 25Cm의 긴꼬리와 25Cm의 긴 뒷다리를 제외한 몸 전체 크기는 15Cm인데, 눈의 크기는 15mm입니다.
 
안경원숭이는 동물 중에서 몸의 크기에 비해 가장 큰 눈을 가졌습니다. 놀라운 것은 눈 하나가 뇌의 크기 정도 된다는 점입니다. 만약 사람으로 비교한다면 눈의 크기가 포도송이 크기 정도 됩니다. 이 커다란 눈은 뇌에 붙은 채 고정되어 있어서 돌릴 수가 없는데, 대신 올빼미처럼 180도나 돌아가는 목을 가지고 있어서 적을 경계할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사람과 안경원숭이의 눈과 뇌를 비교한 것입니다. 

사람의 한 눈은 1억2천만 개의 명암을 구분하는 막대 시각세포가 있으며, 밀도는 10만개/mm2입니다. 안경원숭이는 1억3천만 개의 막대 시각세포가 있으며, 밀도는 30만개/mm2으로 훨씬 더 어두운 곳에서 미립자들을 정확히 볼 수 있어서 좋은 시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유사한 크기의 다람쥐는 시각세포가 1,30만개 있으며, 밀도는 만3천개/mm2입니다. 즉 시각세포의 밀도가 높아서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아주 미세한 미립자까지 잘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놀라운 안경원숭의 시력은 특히 밤에 훌륭합니다. 그 이유는 안경원숭이가 가시광선 외에 자외선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망막의 중심부에는 가시광선 영역의 색깔을 감지하는 원뿔세포(M, L type)들이 있는데 야행성이므로 그리 큰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집고양이나 올빼미와 같은 야행성 동물이 대부분 그렇듯이 거의 색맹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망막의 주변부에는 자외선을 감지하는 원뿔세포(S type)가 띠 모양으로 존재하는데, 빛이 어두울 때 자외선에서 형광물질을 발하는 먹이들을 쉽고도 명확히 찾아내기 위한 것입니다.

2008년에 멸종위기동물로 지정된 후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에서는 안경원숭이 보호에 나섰습니다. 안경원숭이맨으로 알려진 피자라스(Carlito Pizarras)는 필리핀의 보홀(Bohol) 섬에 안경원숭이 보호구역을 만들고 형제들과 함께 관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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