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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54

관리자 | 기사입력 2012/12/06 [09:56]

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54

관리자 | 입력 : 2012/12/06 [09:56]
 
히드라의 촉수

1740년에 스위스 동물학자 트렘블리(Abraham Trembley 1710-1784)는 네덜란드의 카운트 벤티크(Count Bentick 1704-1774)백작 가문 아이들의 교사였습니다. 
 
그는 여가 시간에 살아있는 생물을 채취하곤 했는데, 한 번은 연못에서 아주 작은 식물을 보게 되었습니다. 마치 민들레 씨처럼 초록색 줄기에 왕관처럼 생긴 실타래 꽃잎이 있었습니다.
 
이 식물을 작은 병에 담아왔는데, 다음 날 보니 이 식물이 병에 붙어있었어요. 살짝 건드렸더니 몸을 수축해서 작은 젤리 덩어리가 되었다가 조금 지나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옵니다.

혹시 동물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 그는 줄기를 반으로 잘라 보았습니다. 만약 두 조각이 살아있거나 뭔가 재생을 하면 식물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지요. 안타깝게도 이 실험을 다 마치기 전에 프랑스 과학자 리야무(Reaumur, Rene-Antoine Ferchault de Reaumur (1683-1757)가 ‘이 담수용종(freshwater polyp)은 동물이다’라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실망은 됐지만 그는 실험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 용종의 움직임이나 식생활을 연구해서 리야무의 논문처럼 이 용종은 동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이 용종은 마치 카네이션이나 백양나무처럼 잘랐을 때처럼 새로운 개체로 자라나는 동물임을 알게 되었지요. 나중에 불가사리도 그런 재생을 하는 동물임이 밝혀졌지만 당시에는 동물의 재생은 매우 놀라운 뉴스로 세상이 들썩거릴 정도였습니다. 리야무는 자서전에서 그 내용을 ‘왕실 가족들 앞에서 보고했는데, 왕이 매우 기뻐했다’고 기록했습니다.

트렘블리의 작은 용종은 현미경을 발명한 독일의 생물학자 레벤후크(van Leeuwenhoek 1632-1723)가 ‘미세동물(animalculum)’이라고 먼저 기술했다는 것이 나중에 확인되었습니다. 이 수중용종이 바로 히드라(Hydra)입니다. 트렘블리의 실험은 최초의 과학적인 동물실험이 되었으며, 첫 줄기세포 연구가 되었고, 덕분에 트렘블리는 ‘생물학의 아버지(father of biology)'1로 불립니다.

히드라는 수 mm 크기에 지나지 않아서 현미경으로 관찰해야 구분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 작은 담수 자포동물(cnidarians, coelenterates)은 물 속 바위나 잎이나 나뭇가지에 붙은 채 촉수(tentacles, cnidae)를 펼쳐서 지나가는 물벼룩을 사냥합니다. 촉수 세포에서 신경독성물질을 물벼룩에 쏘면 물벼룩의 단백질들이 녹아 나오게 되고 이것은 촉수를 휘저어서 벌린 입으로 향하게 하는 자극이 됩니다.

현미경으로 보면 촉수는 두 층의 세포(endoderm & ectoderm)층으로 되어 있으며, 그 사이에는 젤리 같은 물(mesoglea)가 차 있습니다. 바깥층 세포(ectoderm)의 안쪽을 따라서 근육 섬유 꼬리(muscle tails)들과 신경섬유들이 위치하는데 이 근육 꼬리 때문에 몸이 자유롭게 움직이거나 수축할 수 있습니다.

히드라는 정자와 난자를 한 몸에 가지고 있는 자웅동체입니다. 모체에서 싹이 나는 방법(budding)으로 번식을 하다가 환경이 안 좋아지면 유성생식으로 알을 낳습니다.

해파리의 친척인 히드라는 세계 어디서든 발견할 수 있습니다. 히드라는 어떻게 보면 매우 단순한 구조를 가진 생물입니다. 관 형태로 되어 있으며, 아가미, 심장, 뇌는 물론 심지어 눈도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은 히드라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사물을 잘 ‘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 이유는 촉수세포가 먹이에게 독성물질을 쏠 때 마치 눈으로 정확히 보고 쏘는 것처럼 정확히 조절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히드라 촉수 끝에는 다양한 신경들이 분포되어 있는데(사진) 이것을 '배터리 복합체(battery complexes)'라고 합니다.
 
실제로 2010년에 한 히드라(Hydra magnipapillata)의 유전자가 분석이 되었는데 놀랍게도 사람의 망막에 있는, 빛에만 반응하는 옵신(opsin) 단백질 유전자가 있었습니다.2
 
히드라에게 옵신을 억제하는 cis-diltiazem을 주었더니 빛과 관련된 촉수의 반응은 볼 수 없었습니다.

빛이 촉수의 옵신 단백질로 전해지면 단순한 관 형태의 촉수 근육섬유꼬리를 미세하게 조정하여 먹이를 사냥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히드라의 촉수는 빛에 반응하는 눈인 셈입니다. 

 

1. Breen, Quirinus. "Baker, John R., Abraham Trembley of Geneva, Scientist and Philosopher, 1710-1784". Journal of the Medical Library Association 1956;44(1):84?85.

2. David C Plachetzki, Caitlin R Fong and Todd H Oakley (in press). Cnidocyte discharge is regulated by light and opsin-mediated phototransduction. BMC Bi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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