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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의 망막이야기 ①

| 기사입력 2004/04/15 [18:15]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①

| 입력 : 2004/04/15 [18:15]

망막은 카메라의 필름이에요


▲ 이성진 교수<순천향의대 안과학교실>   
저는 순천향대학병원 안과에서 망막을 맡고 있는 이성진입니다.
 
안과는 이미 오래전부터 6개의 분과(안성형, 각막, 백내장, 녹내장, 사시 및 망막)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각 독립적으로 독특한 발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중에 망막은 안과 분야에서 꼭 있어야 하는 중요한 분야이지만, 망막 수술을 배우는 과정이 어렵고, 망막의 길이 안과의 다른 분야보다 험난하므로 선뜻 망막에 몸을 담기 어렵습니다.
 
요즘 똑똑한 안과의사는 각막을 하고, 바보스러운 의사는 망막을 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니까요. 그것은 아마도 2~3시간의 응급 망막수술 수가가 30분~40분의 각막수술 수가 보다 적을 수 있으므로 고생만 하고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망막의사의 단면만을 부풀려 표현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5년 전 정말로 망막했던 망막수술이 또 하나의 취미가 될 정도로 재미있어지면서, 실명을 앞둔 망막질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하나님이 주신 제 평생의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 5년째 접어든 병아리 망막 의사로써 그동안 환자와 더불어 배운 망막의 이야기를 풀려고 합니다.


몇 주 전 저희 병원 안과 병동이 바뀌어서 새로운 병동의 간호사를 위한 교육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안과는 용어가 너무 어렵고, 안과 질환에 대한 개념이 잘 잡히지 않는다구요. 간단히 인사를 마친 후 ‘눈은 마치 카메라와 같습니다’라는 말로 시작을 하긴 했는데 하자마자 질문들이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의사선생님이라 하더라도 안과가 아니면 안과 용어나 질환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이니까 지금까지 안과환자를 담당해 본 적이 없는 간호사는 물론이거니와 환자들은 또 얼마나 생소하겠습니까.??
 
 "선생님, 도대체 망막은 무엇입니까?" "눈을 카메라에 비유한다면 망막은 바로 필름에 해당하는 곳입니다."
 "그럼 백내장은 무엇이지요?" "그것은 카메라 렌즈가 뿌옇게 변하는 것입니다. 백내장 수술은 뿌옇게 된 카메라 렌즈를 깨끗한 렌즈로 교환하는 것입니다."
 "녹내장은요?" "그건 카메라로 설명하기가 좀 어려운데요... 나중에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노안은 뭐에요?" "카메라가 오래되어 가까운 곳을 볼 때 자동으로 포커스를 맞추어 주는 기능이 고장 난 것입니다."
 "당뇨망막병증은요?" "당뇨병 때문에 필름이 지저분해진 것입니다. 아무리 렌즈가 깨끗해도 사진은 지저분하게 나옵니다."
 "황반변성은요?" "필름이 오래되어 가운데만 망가진 것입니다. 사진 찍으면 중심부만 검게 나오죠."
 "선생님, 그럼 망막박리는 필름이 박리된 것이고, 망막변성은 필름이 변성된 것이고, 망막열공은 필름에 구멍이 생긴거지요?"
 "음... 여러분들 이제 비밀을 다 알아버리셨네요."

조금 더 알기 쉽게 칠판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플라스틱 눈 모델도 가져와서 보여주었습니다.
 
 "눈은 용적이 5.5ml, 직경 24mm 정도 되는 작은 공입니다. 그 공을 이 방만큼 크게 확대했다고 보고, 우리가 이 방 속에 앉아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방안에는 젤 성분의 물(유리체)이 차있고, 방안의 벽에는 갈색벽지(망막)가 발라져 있으며, 벽지 뒤에는 보온을 위해 스티로폼(혈관층인 맥락막)이 바깥 벽(공막)에 붙어있어요.

 방안은 암실인데 돔 모양으로 생긴 바깥 창문(각막)으로 들어온 빛이 돋보기처럼 생긴 창문(수정체)을 지나 영화스크린을 비추는 것처럼 벽지 뒷부분 중심부(황반)로 모이게 됩니다.
 
 망막의 모든 각 부분은 머리카락 같은 신경 섬유가 있는데 말총머리처럼 모두 한 곳으로 모여(시신경) 뇌로 들어가게 됩니다. 낮에는 햇빛이 너무 환해서 커텐(홍채)을 닫고, 밤에는 달빛을 받으려고 커텐을 활짝 열지요. 이만하면 상상이 되시나요?"
 
 "선생님... 제 카메라는 디지털 카메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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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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