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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51

관리자 | 기사입력 2012/11/15 [10:54]

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51

관리자 | 입력 : 2012/11/15 [10:54]

눈이 없지만 빛을 보는 예쁜꼬마지렁이(blindsight C. elegans)

200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남아프리카의 브레너(Sydney Brenner 1927- ), 미국의 호비츠(Robert Horvitz 1942- ), 영국의 설스톤(John Sulston 1947- )은 장기 발달과정에서 나타나는 세포사멸 프로그램에 관여하는 새로운 유전자의 조절 기전을 규명했습니다.
 
이들은 수상 소감에서 자신들의 상을, 크기 1mm에 박테리아를 먹으며 1,000여개의 세포를 가진 작은 동물에게 돌렸습니다. 이 동물은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인데 앞으로도 노벨상을 더 받을 것이라고 예견했으며, 실제로 2006년과 2008년 노벨상을 받은 사람들의 연구대상이기도 합니다.



2006년에 노벨화학상을 받은 미국의 파이어(Andrew Zachary Fire 1959- , 우)와 멜로(Craig Cameron Mello 1960- , 좌)은 예쁜꼬마지렁이를 통해 RNAi(RNA interference)를 밝혔습니다. RNAi를 이용하면 하룻밤 안에 특정 유전자가 결여된 돌연변이를 만들 수 있는데, 해당유전자의 돌연변이 표현형을 관찰하는 역유전학기법을 도입할 수 있습니다.

예쁜꼬마지렁이는 기생이나 공생을 하지 않는 독립된 생물 개체이며, 주로 암수 한 몸인 자웅동체입니다. 난자가 수정해서 배아를 형성한 후 4단계의 유충기를 거쳐 3일 만에 성체가 되는데, 성체초기 3일 동안 300개의 수정란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30일의 수명을 갖는 이 선충은 유충기 때 환경이 좋지 않으면 먹지 않고도 4개월간 생존한 후 환경이 좋아지면 다시 유충의 단계를 밟아 성체가 되므로 불로장생의 모델이기도 합니다. 또한 짧은 시간 안에 수백 개의 다음 개체를 획득할 수 있는 장점은 이 동물을 생명과학 연구의 대상으로 삼기에 적합합니다.

많은 생물들이 생존을 위해 빛을 세포의 신호로 바꾸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테리아에서는 빛의 자극으로 유전자 치료와 대사를 이루어내며, 단세포 동물은 빛을 회피하기 위해 필요하고, 식물은 영양을 얻기 위해 필요합니다. 모든 생물은 6개의 빛을 감지하는 옵신(opsin) 단백질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은 한 눈에 1경개의 옵신이 있습니다. 그런데 예쁜꼬마지렁이는 눈도 없을 뿐 아니라 이러한 단백질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 선충보다 훨씬 원시적 단계의 동물도 눈이 있는 것을 보면, 이 선충은 아마도 땅 속에 살기 때문에 눈이 필요 없는 것 같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선충이 302개의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는데 그 중 일부가 빛을 감지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선충은 자외선을 감지하는데, 이것은 몸의 형태와 운동을 조절하는 근육신경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이 신경들은 옵신 대신 LITE-1이라는 단백질을 통해 빛을 감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이 단백질은 무척추동물의 맛을 담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초파리도 이 단백질을 이용해서 빛을 감지하고 있었습니다.

눈이 필요 없는데 빛을 감지하는 세포가 왜 필요한 것일까요? 그것은 빛에 너무 많이 노출되면 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예쁜꼬마지렁이에게 눈은 없지만 빛을 보는 일은 생존에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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