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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26

관리자 | 기사입력 2012/04/23 [09:20]

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26

관리자 | 입력 : 2012/04/23 [09:20]

촛불로 시작한 사시 검사법 - 히르쉬버그 검사(Hirschber test)

엄마가 한 아기를 안고 왔습니다. “사시가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검사를 할까요? 눈 검사성취에 대한 난이도를 따지자면 아기는 최상에 속합니다.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집중하지 못하고, 눈을 감거나 고개를 돌리고, 겁을 먹으면 울어버립니다. 아기를 달래기 위해서 뽀로롱 비디오를 틀어주고, 예쁜 인형으로 재롱을 떨어보지만 시간은 벌써 많이 지났습니다.

이럴 때 저는 히르쉬버그 선생님을 부릅니다. 히르쉬버그(Hirschberg)는 애기 눈에 촛불을 비추더니 "염려하지 마세요" 하십니다. 이렇게 쉬웠던가요?

100년 전 독일의 안과의사 히르쉬버그(Julius Hirschberg, 1843-1925)는 의학역사학자로도 유명합니다. 그가 정리한 책(Centralblatt für praktische Augenheilkunde, 1877-1919)은 의학역사에도 길이 남았습니다. 또한 고대 이집트로부터 1900년까지 안과의 역사를 정리하기도 했는데("Geschichte der Augenheikunde" 1899-1919, 9 vols., 4700p.) 그가 그리스어 외에 라틴어와 아라비아어도 마스터했기 때문에 초기 의사들이 가지고 있던 원래의 생각들이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안과의사로서도 매우 창의적이었습니다. 32세(1875)에 중심시야검사 방법(campimetry)을 고안했으며, 36세(1879)에는 눈 속에 쇳조각이 박힌 환자가 왔을 때 최초로 자석을 넣은 기구를 만들어서 빼 주었습니다. 그가 43세(1886)가 되던 해 드디어 사시가 있는지를 알아보는 방법으로 촛불을 이용한 눈 반사법을 고안했습니다.

히르쉬버그가 창안한 사시검사법은 정말 간단합니다. 너무 간단해서 도대체 검사법이 맞는지 의아할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최초의 새로운 생각은 아무리 쉬워도 발상의 전환이 없다면 절대 떠오르지 않는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아서 마치 신이 용기가 있는 자에게 수여하는 상은 아닐까 의심하게 됩니다.

위의 아이는 눈이 안으로 몰린 것처럼 보입니다. 히르쉬버그는 100년 전 촛불을 들고와서 아이 눈 앞에 비춥니다. 아이의 각막(검은자) 중심에 불빛이 반짝 반사가 됩니다. 만약 사시가 있다면 각막에 반사되는 불빛이 한 눈에는 중심에 있지만 다른 눈에는 중심에 있지 않을 것입니다. 이 아이는 두 눈 모두 중심에 반짝이는 반사가 있으므로 사시가 없는 것이지요. 히르쉬버그의 방법은 의사가 아닌 그 누가 해도 작은 전등만 있으면 쉽게 사시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1950년대의 전설적인 육체파 여배우 브리짓 바르도(Brigitte Anne-Marie Bardot, 1934-)는 1997년 잡지 엘르(Elle)의 폴란드판 기사에서 파멜라 앤더슨(Pamela anderson, 1967-)과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 1926-1962)를 따돌리고 가장 섹시한 여성으로 뽑혔습니다.
 
그녀는 15세에 여성지 엘르(Elle)의 표지모델이 된 후 21세(1955)에 ‘위대한 전략’, 22세(1956)에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라는 영화에 출연하며 프랑스의 스타 여배우가 되었습니다. 이 후 동물애호가로 변신해서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을 비하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을 잘 보면 히르쉬버그의 반사가 우측 각막의 정중앙이 아니라 약간 안쪽에서 반짝거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즉 눈이 바깥으로 약간 돌아가 있는 외사시라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을 찬양했던 대표적인 표현, ‘약간 벌린 도톰한 입술과 몽롱한 시선처리’는 사시 때문이었습니다.

50년 후에 크림스키(Emanuel Krimsky 1898-1992)는 반사되는 빛이 눈의 중심에 올 때까지 프리즘을 바꾸어 대는 방법으로 사시를 정량화했습니다. 지금도 사시검사 중에 가장 많이 쓰이면서도 쉬운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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