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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백신 연구비 82% 삭감…“연구자 패널티 없을 것”

아르파-H와 연계 가능성 대두됐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

유시온 기자 sion@whosaeng.com | 기사입력 2023/11/20 [19:49]

감염병 백신 연구비 82% 삭감…“연구자 패널티 없을 것”

아르파-H와 연계 가능성 대두됐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

유시온 기자 | 입력 : 2023/11/20 [19:49]

 

【후생신보】 전문가들이 모여 최근 82% 삭감된 팬데믹 백신 연구비 관련 문제점과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특히 연구비 삭감으로 조기 종료 예정인 연구자들에 대해서는 특별한 패널티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민주)은 ‘삭감된 팬데믹 백신 연구비’를 주제로 감염병 백신 연구자 간담회를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2023년 277억1100만원이던 글로벌 백신기술선도 세부사업 예산이 2024년도 예산에 226억200만원 삭감된 51억900만원만 편성돼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자 기획됐다. 

 

백신기술개발 연구사업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새로운 펜데믹에 대비해 백신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시작됐다. 그러나 시작 당시 2026년까지로 계획됐던 연구사업이 사실상 올해를 마지막으로 중단되고 다른 연구사업으로 대체될 상황에서 참여 업체나 연구자들은 경제적인 피해와 혼란 등을 호소하고 있다. 

 

▶“연구자 패널티는 없다”

이날 패널 토의에서는 백신 연구자들의 패널티 여부가 집중 조명됐다. 연구비 삭감으로 최종 연구 결과를 내놓지 못할 시 연구원들이 불이익을 보는 게 아니냐는 우려인데, 결론적으로 피해는 크진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김현철 보건산업진흥원 연구개발혁신본부장은 “연구개발 환경 변화로 중단된 연구에 대해서는 대부분 연구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영 보건복지부 보건정책국장도 “연구자 귀책사유가 아니기 때문에 패널티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다만 진핸하던 연구가 막바지에 삭감된 예산으로 최종 성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현재 연구비를 지원받아 세포면역 유도 점막 면역증강제 범용 플랫폼을 개발 중인 이시은 전남대 교수는 “82%의 연구비가 삭감되면 지속적인 연구 수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말라리아 관련 백신 항원 소재를 개발 중인 여선주 서울의대 열대의학교실 교수도 “연구 지원비가 대폭 삭감되면 백신 소재에 대한 연구개발 지속이 어렵다”고 언급했다. 조양제 아이진 CTO 역시 “중간에 과제가 날라가면 손해는 기업 몫”이라고 비판했다. 

 

▶경제적 피해 감수·이미 투입된 지원금 우려 

 

연구 지원비 삭감에 따른 경제적 피해도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 패널은 “국가 시약은 내년 사용분을 예상해 미리 주문을 넣는다”며 “받을 거라 예상했던 예산이 사라지면 해당 금액이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이준행 글로벌 백신기술선도사업단 운영위원장도 과거 정부 지원 사업에서 지원금이 삭감된 경험을 소개하며 “20% 예산만 깎여도 부채가 발생하는 등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했는데, 82% 삭감이라는 수치는 암담하다”고 지적했다. 

 

이미 투입된 정부 지원금이 공중 분해될 거란 우려도 제기된다. 

 

우정택 단장은 “5개년 계획을 통해 2022년부터 시작한 사업이 2년이 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단 위기가 왔다”며 “400억 정도 비용이 투자된 상황에서 굉장한 예산 낭비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아르파-H 연계 가능성

삭감된 예산의 원상복구가 사실상 어려운 만큼, 아르파-H 등 유관 지원 사업과 적극 연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아르파-H는 미국이 작년 시도한 도전혁신형 연구개발 체계인 의료고등연구계획국(ARPA-H)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2033년까지 1조9314억원의 지원금이 투입되는 대규모 예산 사업이다. 다만 100일 내 백신 개발 및 생산, 한국인 암 발생률 50% 감소, 고가 의약품 가격 1/100 감소 등 파급효과가 큰 혁신적인 과제를 목표로 삼아, 현재 정부가 지원하던 팬데믹 백신 연구개발과는 결이 다르다. 

 

윤경식 경희의대 교수(글로벌백신기술선도사업단 운영부단장)는 “내년 아르파-H 사업에서 감염병 백신을 비중 있게 다룬 것으로 안다. 기존 연구가 아르파-H로 자연스럽게 연계해 넘어가는 것도 방안”이라고 언급했다. 서은혜 신종감염병mRAN 백신사업단 사무국장은 “최근 정부에서 백신개발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에 과제 참여자들도 아르파-H와 연관돼서 도움받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정은영 복지부 국장은 “100일 안에 mRNA 백신 만들기 위해 파트별로 합쳐 언제까지 개발하겠다는 것이 아르파의 특징”이라며 “사업단 연구 중 프로젝트로 기획해 아르파-H 지원체계로 들어올 수 있다”고 소개했다. 

 

아르파-H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아르파-H가 보다 높은 혁신적 목표를 기준으로 잡은 만큼, 목표까지 도달 가능한 연구자가 얼마나 많을지 우려가 나오는 것. 한 패널은 “아르파-H가 기대되는 한편 걱정도 되는 게 사실이다. 잘하는 팀도 있겠지만 아닌 팀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생태계는 미미한데, 이상적인 과제만 만들면 운영이 가능하냐”고 반문했다. 이준행 위원장은 “아르파-H가 목표로 하는 도전·혁신 과제가 어느날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라며 “축적된 지식과 노하우가 새로운 환경에 직면해 혁신과 도전으로 분출되는데, 이처럼 생태계가 파괴되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지원비 삭감 줄이려는 노력 ‘병행’ 

아르파-H와 연계와는 별개로 연구 지원비 삭감률을 줄이려는 노력은 진행 중이다. 복지부 국장은 “복지부에서는 마지막 희망을 거는 부분은 82% 삭감이 연구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50% 정도로 심의해달라는 요청을 한 상태”라면서도 “플랜 B를 준비할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연구 생태계 악화도 이번 삭감의 주요 문제점 중 하나다. 이준행 위원장은 “이 정도 규모로 R&D 예산이 삭감하는 건 ‘폭력적’이며, 생태계 파괴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관련 학생, 연구원 등의 인력 유출이 가속화되고, 추후 다시 회복하기까지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지적이다. 

 

신현영 의원은 “과학기술계 R&D 예산 삭감은 정부의 큰 실수다. 민주당에서는 R&D 삭감 복구 TF를 만들어 노력 중이다. 단기적으로는 예산삭감 회복을 어디까지 할지,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한 기금이나 방식을 통해 연구자들이 연구에만 올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국회에서 예산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이날 연구 중단에 따른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 또 이미 지원이 들어간 연구나 사업은 어떻게 마무리 될지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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