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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약제 출시 속 ‘처방 순서’ 중요?

항암 분야서 이미 논의 시작…IBD 생물학적 제제도 고려되어야
AGA, UC 치료시 아달리무밥보다 베돌리주맙․인플릭시맙 추천

문영중 기자 | 기사입력 2020/10/17 [06:00]

다양한 약제 출시 속 ‘처방 순서’ 중요?

항암 분야서 이미 논의 시작…IBD 생물학적 제제도 고려되어야
AGA, UC 치료시 아달리무밥보다 베돌리주맙․인플릭시맙 추천

문영중 기자 | 입력 : 2020/10/17 [06:00]

【후생신보】일반적으로 A약제–B약제 순서로 사용했을 때와 B약제-A약제 순으로 사용했을 때, 종합적으로 기대되는 치료 효과가 동일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결과는 그럴 수 도, 혹은 아닐 수도 있다. 특히 사용할 수 있는 ‘무기’(치료제)가 많아질수록 약제 사용 순서에 따른 환자의 치료 성과와 예후를 고심해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무기 다양할수록 중요해지는 치료제 ‘사용 순서’

 

의학의 발전으로 다수의 새로운 치료법이 등장하고, 전혀 다른 기전의 약제 선택지가 늘어남에 따라 각 치료 단계 안에서의 세밀한 ‘사용 순서(Sequence)’에 대한 논의도 속속 이루어지고 있다. 질환의 유병기간이나 재발에 따라 약제에 대한 반응률이 떨어질 수도 있으며, 어떤 약제를 먼저 쓰느냐가 후속 약물의 효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약을 처방할 때 단순히 약제의 효과만 고려하는 것이 아닌, 치료 약제 이후의 약제 전략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다양한 치료제 간 ‘사용 순서’ 논의는 이미 항암제 분야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항암제인 시스플라틴과 파클리탁셀 간의 상호 작용을 들 수 있다. 시스플라틴이 파클리탁셀에 앞서 사용될 경우, 호중구 감소증 발생률이 더 증가한다. 이런 경우 환자는 계획대로 항암치료를 받기 어렵게 되거나 계획이 지연이 된다. 그러나 파클리탁셀이 먼저 사용되면 이런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IBD 생물학적 제제, ‘첫 단추’ 찾기 시작

 

이런 논의는 염증성장질환(IBD)에서의 생물학적 제제 치료에서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IBD에는 질환의 중증도에 따라 5-ASA,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그리고 생물학적 제제가 내과적 치료 방법으로 쓰였다. 작년까지 국내에서는 1차로 사용 가능한 생물학적 제제는 전신의 면역기전에 작용하는 약제들뿐이었다.

 

하지만 올해 ‘장’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베돌리주맙이 1차 치료제 적응증을 획득하며 치료 옵션의 폭을 넓혔다. 이 처럼 치료 옵션이 많지 않았던 IBD 생물학적 제제 치료 영역에서 다양한 기전의 치료제들이 속속 도입됨에 따라 ‘최대한의 효과 도출’을 위한 치료제 사용 순서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무엇보다 IBD는 환자 연령대가 비교적 낮은 만큼 환자가 평생 한가지 생물학적 제제로 치료를 받을 확률이 낮아 약제 사용 순서가 더욱 중요하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다른 질환에 비해 평생 동안 치료의 부담이 클 뿐만이 아니라 치료를 받더라도 2명 중 1명은 재발하거나 악화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IBD 환자에서 깊은 관해에 도달하는 환자는 3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일부 환자는 생물학적 제제 치료에 대해 처음부터 반응이 없거나(primary non response), 이차 반응소실, 부작용 등으로 인해 치료를 지속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IBD 치료제 사용 순서와 관련 고려대 안암병원 금보라 교수는 “효과 상실, 부작용 등의 이유로 환자가 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고려해, 환자에게 고려되는 치료옵션이 최대한 오랜 기간 최대한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순서로 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 시판되고 있는 치료제들을 최적의 순서로 조합해서 환자가 약제를 통해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효과를 끌어내야, 수술이나 입원 등의 원치 않는 결과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IBD 치료제 사용 순서, ECCO․AGA 등 해외서 이미 시작

 

IBD 생물학적 치료에서의 약제 사용 순서 논의는 해외 학회에서 먼저 시작됐다. 지난해 유럽소화기학회(UEGW)에서 치료제 사용 순서에 따른 효과를 연구한 결과가 소개된 것이다.

 

이는 1차로 쓰인 생물학적 제제가 후속 약물 치료 효과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본 것으로 베돌리주맙(킨텔레스)을 1차 약제로 사용 후 2차 이후 Anti-TNF를 사용했을 때 후속 약물인 Anti-TNF 치료 효과에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대로 기존 연구들에서 킨텔레스는 Anti-TNF에 실패한 적이 없는 환자에서 더 높은 효과를 보인 바 있다.

 

최근 미국소화기학회(AGA)는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 궤양성 대장염(UC) 치료 시 어떤 치료제를 우선 고려해야 할 지 제시했다. 실제, 2020 AGA UC 치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생물학적 제제를 처음 접하는 환자에게 아달리무맙보다는 ‘베돌리주맙’ 또는 ‘인플릭시맙’을 추천한 것.

 

지난해 유럽소화기학회에서 ‘IBD에서의 진보된 치료 시퀀스의 적용’(How to sequence to advanced therapies in IBD) 세션을 담당한 스테판 슈라이버 박사(독일 슐레스비히 홀슈타인 대학교)는 “초기에 어떤 치료를 선택하느냐가 환자의 이후 치료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IBD 환자들이 첫 번째 생물학적 제제를 선택할 때에는 평생 치료 계획 선상에서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슈라이버 박사는 이어 “약제별로 작용 속도, 장기 지속가능성 등 다른 특성을 가지므로 약제 간의 시너지 효과를 유도할 수 있는 치료제 사용 순서(Sequence)가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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