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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의 망막이야기 ④

| 기사입력 2004/05/06 [10:52]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④

| 입력 : 2004/05/06 [10:52]

제동을 거는 참게들


  지난 시간까지 빛을 받아들이는 1억개의 안테나(=시세포, 추체과 간체, cone & rod)와 뇌 속으로 들어가는 100만마리의 거미들(=신경절세포, ganglion cell)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 안테나와 거미들이 직접 만나지 않습니다. 제가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을 가져왔습니다. 안테나와 거미들 사이에 심부름을 담당하는 세포가 세가지가 있는데 그 중 안테나와 거미를 연결해 주는 세포가 쌍극세포(bipolar cell)입니다. 즉 빛은 시세포를 지나, 쌍극세포를 지나, 신경절세포를 지나 시신경을 통해 뇌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지요.
 
  나머지 두 세포들은 수평세포(horizontal cell), 무축삭세포(amacrine cell)입니다. 모양은 다리가 여러개 달린 참게(왜 제가 참게처럼 생겼다고 하는지는 조금 후 알게 되실 겁니다)처럼 생겨가지고, 쌍극세포와는 달리 신호에 제동을 거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쌍극세포는 시세포에서 온 빛의 신호를 신경절세포에 직접 연결시켜 주는 가교역할을 한다고 앞에서 말씀드렸지요.
 
 수평세포는 여러 개의 발을 통해 들어온 시세포들 사이의 정보를 공유하게 하고, 증폭시키기도 하지만 제동을 걸기도 합니다.
 
 무축삭세포는 여러 개의 발을 통해 신경절세포로 들어온 빛의 정보에 대해 제동을 겁니다. 즉 수평참게는 시세포의 조율을 담당하며, 무축삭참게는 신경절세포의 조율을 담당하는 것입니다.


  도대체 왜 참게들이 제동을 걸지요? 사촌이 땅을 사서 배가 아픈 것일까?
 
 여기에 대해 오스트리아 빈 물리학자인 ernst mach가 ‘명암이 겹쳐지는 경계면에서 빛의 산란을 막고 명암 각각의 신호를 선택적으로 억제 또는 증강시켜 대비를 더 잘되게 함으로써 더욱 선명히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라는 가설을 세웠고, hk hartline 박사가 이를 참게의 망막을 통해 증명하여 노벨상을 받은 기록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제 큰 딸아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지혜야, 빛이 눈에 들어와서 신경을 타고 뇌로 잘 들어가면 좋을 텐데, 그걸 중간에서 막는 장치가 눈 속에 있단 말이야. 왜 그런지 아니?" "그건 아빠가 고속도로에서 과속하지 말라고 속도제한 표지판이 있는 거랑 비슷한 게 아닐까요?"
  7살인 제 작은 딸아이에게도 물어보았습니다.
"아빠, 그건 맛있는 사탕을 많이 먹으면 이가 썩는다고 아빠가 ‘안돼' 하는 거잖아요" 집사람에게도 물었지요. "여보, 일만하지 말고 가끔 가족에게도 신경쓰라는 거에요."
 
  헉! 바로 이런 게 참게에 대한 우리 가족들의 생각인가 봅니다. 올해 새로 태어난 우리나라 17대 국회가 이런 상호보완적이며 발전적인 제동을 서로에게 걸었으면 합니다. 


Tag
#망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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