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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천성 혈우병, 표준화된 진단․치료 중요”

독일 하노버 의대 티이드 박사 인터뷰서 “의료진들 이해가 먼저“ 강조

문영중 기자 | 기사입력 2018/11/12 [06:00]

“후천성 혈우병, 표준화된 진단․치료 중요”

독일 하노버 의대 티이드 박사 인터뷰서 “의료진들 이해가 먼저“ 강조

문영중 기자 | 입력 : 2018/11/12 [06:00]

【후생신보】희귀질환인 ‘후천성 혈우병’은 생명을 위협하는 출혈장애다. 하지만 조기진단이 쉽지 않아 적절한 치료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의 생명이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의사들에게 후천성 혈우병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올바른 진단과 조기 치료가 가능토록 혈액학 전문의들에게 환자를 회송하는 시스템이 도입될 수 있도록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같은 시스템을 도입, 실제 의료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는 독일 하노보 소재 하노보 의과대학 아드레아스 티이드 박사<사진>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드레아스 티이드 박사는 “후천선 혈우병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들이 해당 질환을 잘 인식하는 것이고 이를 토대로 관련 전문가들에게 회송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티이드 박사는 또 “후천성 혈우병은 조기 진단시 완치가 가능하다”며 “진단과 회송 시스템이 도입, 활용되는게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본지는 최근 한국을 찾은 안드레아스 박사를 만나 후천성 혈우병의 조기 진단과 회송 시스템을 도입, 실행중인 독일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다음은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Q : 방한 목적과 일정은?

A : 후천성 혈우병이라는 희귀 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노보 노디스크가 주최하는 ‘후천성 혈우병’ 심포지엄에 연자로 초대받아 한국을 방문하게 됐다. 심포지엄 뿐만 아니라 한국 대학병원 강연을 비롯해 의료진과 개별 회의도 진행했다. 이 모든 활동은 후천성 혈우병이라는 희귀 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다.

 

후천성 혈우병은 매우 희귀한 질환이므로 이와 연관된 의료 커뮤니티는 매우 적다. 2년 전에 후천성 혈우병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고 독일의 후천성 혈우병 진단과 치료, 환자 회송절차에 대해 소개해 한국의 후천성 혈우병 치료환경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노보 노디스크 활동에 동참하게 된 계기다.

 

Q : 먼저 후천성 혈우병이란 어떤 질환인가?

A : 후천성 혈우병은 자가면역 질환이다. 자가면역 질환이란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자신의 신체에 저항하는 항체를 생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후천성 혈우병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응고인자이다. 출혈을 지혈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응고인자들이 작용돼야 하는데 제8 응고인자에 대한 자가항체가 형성돼 제8 응고인자가 작용을 못하게 되면서 지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출혈이 멈추지 않게 된다.

 

Q : 후천성 혈우병의 진단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지?

A : 후천성 혈우병 증상은 커다란 타박상, 점막 출혈, 혈뇨, 수술 후 출혈 등 다양하다. 후천성 혈우병 출혈의 경우 그 양상이 매우 심각하며 출혈이 멈추지 않는다. 문제는 출혈의 원인이 후천성 혈우병에만 국한되지 않고 대부분의 의료진들이 후천성 혈우병 환자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진단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의료진은 일반 출혈과 후천성 혈우병에 의한 출혈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의료진들은 활성부분트롬보플라스틴시간(APTT) 검사를 통해 혈우병을 진단할 수 있다. APTT 검사에서의 응고 시간 연장은 후천성 혈우병 환자에게서 자주 보이는 현상이지만, APTT 검사에서의 혈액 응고 지연은 다른 원인으로도 발생하고 또 자주 발생하기에 후천성 혈우병 전문가가 아닌 일반 의료진은 이를 판별하기가 쉽지 않다.

 

Q : 진단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A : 첫째로, 출혈 및 지혈에 관한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의료진이 혈액학 전문가와 연락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을 권장한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꼭 필요하다. 모든 병원마다 혈액학 전문가를 둘 수 없기에 적어도 모든 의료진은 응급상황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수단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혈액학 전문가들은 그들이 도움을 요청하였을 때 제때 대응할 수 있도록 질환 뿐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출혈, 응고, 지혈 등에 대해 이해하기 쉬운 출판물을 발간하는 것이다. 모든 의료진들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는 힘들다. 따라서 출판물을 통해 그들이 이해하고 인지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번째로는 국가에서 관리하는 환자등록부(Registry)를 만드는 것이다. 환자 등록부를 통해 증상, 진단 경위, 치료요법 그리고 환자의 예후, 한국 후천성 혈우병의 발생률(Incidence rate)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면 환자 진료 및 회송 방식을 비롯해 질병 개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Q : 현재 독일 후천성 혈우병 환자 수는?

A : 후천성 혈우병은 적시 적절한 치료를 통해 완치가 가능한 질병이다. 따라서 우리는 환자 수가 아니라 발생하는 진단 케이스로 관리한다. 독일의 후천성 혈우병 진단 케이스는 연간 백만명 중 6건이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는 그 수가 크게 늘어났는데 이는 질병에 대한 인식 증진과 전문가 센터로 회송되는 환자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제 자료에 따르면 연간 백만명 중 1건 발생한다고 돼 있으나 이는 앞서 말한 인식 대건 및 환자 회송으로 인해 6건으로 증가했다.

 

Q : 2010년 독일이 관련 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안다.

A :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환자등록부를 만들어 관리하기 시작했다. 우선 치료 프로토콜을 만들었고 29개 혈우병 전문 센터를 환자등록부와 연계해 해당 센터에서 치료받는 환자들을 등록하게 했다.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환자가 혈우병 진단을 받은 그 즉시 환자등록부에 등록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해당 환자에 대한 가장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설사 환자가 생존하지 못 하더라도 그 여부가 등록이 돼 있기 때문에 질병으로 발생한 결과를 알고 관리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된 2014년-2015년 데이터들은 문헌으로 발행됐고, 후천성 혈우병 치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데이터들을 통해 치료 방식이 개선, 발전됐다.

 

Q : 독일의 후천성 혈우병 치료비용은 어떻게 되는지

A : 독일에서는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을 가지고 있다. 후천성 혈우병의 경우 병원에서 치료되며 환자는 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후천성 혈우병의 경우 진단 시점이 늦어지면 지혈을 멈추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게 되어 조기에 진단해 치료하는 것보다 치료비용이 높아지게 된다. 진단이 빨리 될수록 치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

 

Q : 후천성 혈우병은 완치가 가능한가?

A : 대부분의 후천성 혈우병 환자는 완치가 되지만 진단이 너무 늦게 되는 경우나, 환자가 노쇠한 경우 사망하기도 한다. 때때로 질병이 재발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약 20% 정도가 재발하나 이 또한 제때 치료를 받으면 완치 될 수가 있다.

 

Q : 한국도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한 후천성 혈우병 환자가 많다고 추측해도 되겠는가?

A : 아마도 현재 국가에서 후천성 혈우병 환자를 별도로 등록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을 것이다. 독일의 혈우병 환자등록부에는 후천성 혈우병 환자가 등록되지 않는다. 질병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선천성 혈우병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병이지만 후천성 혈우병은 돌발적으로 발생하고 또 완치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별도로 관리돼야 하며 한국도 그렇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권장한다.

 

Q : 프로토콜 및 시스템 도입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활동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A : 질병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질병 인식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의료진 교육이다. 후천성 혈우병에 대한 관심도가 낮기 때문에 지혈 전반에 걸친 강의를 하며 그 안에 후천성 혈우병에 대한 부분을 꼭 넣어 교육을 하길 권장한다.

 

두번째는 의료진들에게 APTT 검사 결과를 간과하지 않고 그것을 분석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APTT 검사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APTT 검사는 병원에서 매일 시행하는 검사이다.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는 APPT 검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ATPP 연장의 원인은 혈액 채취가 어려운 경우, 혈액 샘플의 질이 좋지 않은 경우, 항응고제 사용 등 다양하다. APTT 연장은 의료현장에서 종종 보이는 현상이고 또 그 결과 별다른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에 도외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의료진들에게 APTT 검사를 다루는 효율적인 방법을 교육해야 후천성 혈우병이 간과되지 않는다.

 

Q : 독일은 어떻게 후천성 혈우병에 집중하게 됐는가?

A : 후천성 혈우병이라는 정확한 진단을 제때 받지 못한다면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치료 비용도 증가하게 된다. 기타 중증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많다고 해서 희귀질환이 외면돼서는 안된다. 지금은 희귀질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시대이며 질병 치료는 점점 세분화되고 개별화돼 가고 있다.

 

유방암을 예로 들자면 다양한 유전자 마커로 인해 그에 따른 치료 방법이 개인에 맞춰 다양해진 것을 볼 수 있다. 희귀질환들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고 혈액과 관련된 질병들도 구분돼 각자에 맞는 특정 치료법으로 치료되고 있다.

 

후천성 혈우병은 다양한 연령대, 성별에 관계없이 발생한다. 여성의 경우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후천성 혈우병이 발병되는 경우가 많다. 후천성 혈우병은 제때 적절히 치료되면 예후가 매우 좋은 질병이며 완치가 가능하다. 그렇기에 제대로 진단된다면 많은 생명들을 살릴 수 있다.

 

Q : 후천성 혈우병 치료제와 그 메커니즘에 대해 설명해 달라.

A : 후천성 혈우병은 제8응고인자에 대한 항체가 생성, 활동이 감소돼 발생하는 질병이다. 따라서 후천성 혈우병 치료법은 제8응고인자의 황동성이 감소하거나 결핍된 상황에서 혈액 응고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직접적인 인자를 사용하는 경우 항체가 투여한 제8응고인자의 활동을 저해하기 때문에 우회적 인자를 사용한다. 우회적 인자를 사용하는 제품은 노보 노디스크의 노보세븐이 있다. 노보세븐은 재조합유전자기술에 의해 세포에서 만들어진 제7응고인자 단백질이다. 기타 제품으로는 혈장에서 파생된 단백질을 사용하는 제품이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1차적 목표는 출혈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출혈이 멈추었다 해도 환자는 여전히 제8응고인자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있기에 그 다음 단계로 면역 억제제로 치료를 하게 된다. 이는 장기적인 치료이다.

 

Q : 마지막으로 국내 의료진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A : 혈액학 전문가들에게 드리고 싶은 첫번째 조언은 일반 의료진들에게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운 교육을 제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조언은 후천성 혈우병에 교육 시 일반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출혈 문제들과 후천성 혈우병을 포괄해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후천성 혈우병은 희귀 장애 중 하나이기에 기타 출혈 문제와 함께 다루어져야 해당 질병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높아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일반 의료진이 혈액학 전문가와 네트워크를 통해 언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 의료진들에게 드리고 싶은 조언은 혈액 응고에 대한 인식도가 아직 낮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을 살리고자 한다면 혈액응고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혈액응고 문제와 연관된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혈액학 전문가를 적어도 한 명 정도는 알아 두는 것을 권장한다. 신속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후천성 혈우병환자를 적은 비용으로 치료하고 완치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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