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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랑귀의 몸짱 의대교수

후생신보 | 기사입력 2017/03/09 [10:37]

팔랑귀의 몸짱 의대교수

후생신보 | 입력 : 2017/03/09 [10:37]
▲ 황규린 교수 (순천향의대 이비인후과)    © 후생신보

“황교수, 나 귀가 이상해.”

어느 추운 날이었다. 출근했더니 같은 교수실을 사용하고 있고 같은 헬스장에서 운동도 같이 하는 정형외과 교수님이 갑자기 물어보시는 거였다.

 

“어떻게 안좋으신데요?”

“한쪽 귀가 먹먹해.”

아이쿠 큰일이구나 싶었다. 귀가 먹먹하다는 것은 난청이 생겼을 수 있고 심한 경우 뇌종양까지도 진단이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얼른 진료실로 가보시죠.”

이른 아침에 빨리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내시경을 켰다. 귀 안에 육안적으로 큰 문제가 없을 경우 빨리 청력검사하고 입원해서 치료를 해야 할 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고막도 깨끗하고 염증 소견도 관찰되지 않았다.

 

“선생님, 청력검사 해 보셔야겠는데요…”

“그래? 에휴~”

 그때였다. 깨끗해 보이던 고막이 갑자기 바깥으로 쑥~ 밀려나오는 것이었다.

 

“어? 선생님 숨 크게 들이셨다 내쉬었다 한 번 해보세요.”

“그래? 스읍~ 후우~ 스읍~ 후우~”

그러자 고막이 귓구멍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바깥으로 밀려나갔다 하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팔랑거리고 있었다.

 

나는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괜찮으세요 선생님. 이관기능장애입니다. 정확히는 이관개방증 이구요. 최근에 운동 많이 하시거나 살이 갑작스럽게 좀 빠지셨나요?”

“어. 헬스하면서 살이 좀 많이 빠졌어.”

“네. 그래서 생긴겁니다. 하하. 시간 지나면 좋아지실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유스타키오관이라고도 불리는 이관(耳管)은, 고막안쪽 공간, 즉 가운데귀(중이, 中耳)와 콧구멍 뒤쪽공간인 비인강을 연결해주는 관모양의 구조물이다. 이관은 중이를 환기시키며 분비물을 배출하는 역할을 하고, 중이 압력과 바깥쪽 대기압이 평형을 이루도록 조정을 해주어 고막이 원활히 소리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비염이나 축농증, 편도염등으로 인해 이관의 기능이 저하될 경우 중이의 압력 조절에 장애가 생길 수 있고 이는 중이염으로 진행하는 계기가 된다. 중이공간은 혈관이 풍부한 점막세포로 구성되어 있어 활발히 가스교환이 일어나 공기가 흡수되므로 적절히 환기가 되지 않을 경우엔 귀 바깥쪽의 압력보다 낮은 음압이 생기게 되고 이럴 경우 사람들은 보통 귀가 먹먹하다고 느끼게 된다.

 

평상시에는 주로 닫혀 있다가 침을 삼키거나 하품을 할 때 이관에 붙어 있는 근육이 움직여 열리게 되고, 이때 열린 이관을 통해 환기가 되면서 정상적인 중이내 압력이 유지 되는 것이다. 압력 조절을 해주는 이관의 기능이 좋지 않을 경우 중이염을 유발하고 장기적으로 수술이 필요한 만성중이염과 고막 천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터널모양으로 생긴 이관을 지방세포가 둘러싸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약물등을 이용하여 급격히 다이어트를 한다거나 최근 갑작스럽게 고강도의 운동을 해서 체중이 갑작스럽게 줄게 된다면 이관이 감소한 지방세포에 적응할 틈이 없이 갑작스럽게 이관을 둘러싼 지방세포가 없어져 버리게 되므로 필요시에만 열리게 되어 있는 이관이 항상 열려있게 되는 이관개방증이 생기게 된다.

 

이관개방증이 생기면 귀가 먹먹해지고 코로 숨을 쉴 때 마다 숨이 지나가는 소리가 귀에서 쉭쉭~ 소리가 나기도 하며 내가 말하는 소리가 목구멍에서 나와 열려있는 이관을 통해 귀 안으로 들어가게 되어 소리가 울려서 들리게 된다. 이럴 때 고막내시경으로 귀를 관찰하면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쉴 때 마다 고막이 밀려들어갔다 나왔다를 하면서 크게 움직이게 된다. 나의 운동파트너인 우리 정형외과 교수님도 최근 개인 피지컬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체중이 많이 감소하였고 꽤 몸짱이 되셨다. 그래서 이관개방증 때문에 이런 증상들이 생긴 것이었다.

 

대부분의 이관개방증 환자들의 경우엔 시간이 지나면 이관이 감소한 지방세포에 적응을 하게 되므로 특별히 치료는 필요 없다. 하지만 귀가 먹먹한 느낌이 상당히 불편하므로 집중력을 떨어지거나 대화에 불편함을 겪기도 한다. 그런 경우엔 임시로 고막환기튜브를 삽입하기도 한다. 영구적으로 이관이 열려있는 경우엔 이관을 오히려 적절히 폐쇄하는 수술을 하기도 하는데 흔한 경우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남의 말을 쉽게 믿거나 남의 말에 따라 갈팡질팡 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귀가 얇다 또는 팔랑귀다라는 말을 해왔다. 실제로 이관개방증이 오래될 경우 고막이 얇아지기도 하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 이관개방증이 있는 사람들이 더 우유부단 하다거나 더 남의 말을 잘 듣는다거나 한다는 의학적인 연구 결과는 없다. 실제 이 정형외과 교수님도 상당히 강단있으신 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고막이 얇지도 않고 팔랑거리지도 않는데 왜 이렇게 우유부단 한 것인가. 한번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된 해프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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