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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잘 부탁 드립니다. 빨리 모시고 왔어야 하는데”

후생신보 | 기사입력 2017/01/31 [10:35]

“우리 엄마 잘 부탁 드립니다. 빨리 모시고 왔어야 하는데”

후생신보 | 입력 : 2017/01/31 [10:35]
▲ 김용범 교수(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정형외과)     © 후생신보

70대 여자분이 따님으로 생각되는 보호자의 손을 잡고 진료실에 들어왔다. 이 환자는 다리가 휘어있고 걷는 모습만으로도 무릎의 퇴행성 변화로 인한 통증이 심해 보였다.

 

“무릎이 아파서 오셨어요?” 내 질문에 환자는 “많이는 안 아파요.” 라고 말씀하시며 바닥을 보며 살며시 웃으셨다. 하지만 육안으로 봐도 무릎은 휘었고, 부었으며 자꾸 손으로 무릎을 만지시는 것이 심한 퇴행성 관절염이 의심되는 분이었다. 엑스레이 촬영 후 방사선 사진을 보니 무릎은 연골이 모두 닳아서 대퇴골과 경골이 맞닿아 있는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할 정도의 아니 수술 할 시기가 이미 지난 심한 퇴행성 관절염이었다.

 

“그 동안 치료 안받으셨어요? 많이 아프셨을 텐데…” “그냥 저냥 지낼 만 했어요.” 환자분은 다시 미소 지으며 말씀하셨다. 그러자 딸이 미간을 찌푸리며 답답한 듯 언성을 높였다. “뭘 지낼만해, 맨날 아프다고 걷지도 못하면서. 밤에 아파서 잠도 못 자잖아?” “그 정도는 아니야.” 환자 분은 낮은 소리로 말씀하셨고, 딸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아우 답답해. 이제는 좀 아프면 아프다고 하고, 치료 좀 받아. 선생님 수술해야 되요? 빨리 수술 날짜 잡아주세요.” 환자에게 자세한 진단이나 치료에 대한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그 동안 농사 지으시며 자식들 키우고, 아픈 남편 병수발에, 이제는 손주들까지 키우느라 정작 자신의 몸은 돌볼 시간도 여유도 없어 무릎의 관절연골이 다 닳아 없어진 줄도 모르고 그저 쉬면 나아질 거라며 치료를 차일피일 미루고 진통제만 드신 모양이었다. 딸은 그런 어머니가 안쓰럽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며, 미안한 마음에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으리라.

 

관절의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본인의 관절 대신에 인공관절로 바꿔주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설명을 하자, “아유 수술은 무슨, 약이나 처방해 주세요. 돈 들고, 손주도 봐야 하고…” 환자의 말에 딸은 환자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손주는 무슨, 안 봐도 돼. 돈 걱정하지 말고, 수술 해야 한다잖아 수술해. 교수님 수술 해 주세요. 되도록 빨리 해주세요.”

 

환자분에게 수술을 받으면 지금보다 덜 아프고, 잘 걸을 수 있고, 그래야 손주도 더 잘 보실 수 있다고 설명을 드리며 어렵사리 설득을 하고 수술 날짜를 잡았다. 수술 전 검사를 위해 환자와 보호자는 진료실 밖으로 나가셨다.

 

잠시 후 보호자가 다시 진료실로 들어왔다. 아까의 어머니에게 언성을 높이던 모습과는 달리 눈시울이 붉어지고 울먹거리며 말하였다. “교수님 우리 엄마 잘 부탁 드립니다. 빨리 모시고 왔어야 하는데 면목이 없네요. 저 살기 바빠서…”

 

가족과 자식을 위해서라면 좋은 옷 안 입고, 맛있는 음식 안 먹고, 아픈 것도 참으며, 기꺼이 희생하시는 우리네 어머니들의 모습인 환자분과, 현실에 치여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님을 미처 챙기지 못한, 감사하고 사랑하지만 표현에 서툰 자식들의 모습을 보여준 보호자였다.

 

1주일 뒤 수술은 잘 마무리되었다.

“선생님 고생하셨어요.” 수술 후 회진을 가자 환자분은 수술 통증이 심할 텐데도 언제나처럼 살며시 미소 지으며 수줍게 말씀하셨다. “많이 아프시죠? 수술 잘 되었어요. 몇 일 있으면 잘 걸으실 거에요.” 환자분에게 수술 경과와 향후 일정에 대해 설명하고 돌아서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새로운 관절은 어머니 인생을 위해 사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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