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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자로서의 의사
후생신보 기사입력  2016/03/2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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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남의대 내과학교실 이충기 교수    

사람들은 그 마음속에 다른 누구보다도 의사가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의사는 환자가 가지고 있는 세밀한 사항이나 문제에 애해서 잘 알고 있으리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건강에 대한 문제가 생겼을 경우, 가족의 일원 중에 의사가 있으면 쉽게 찾아가 조언을 구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의사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일종의 지혜를 잘 활용하여 좋은 상담을 하곤 합니다. 그러나 가정적으로 친밀한 의사가 아니거나 없는 경우에는 상담의 과정이나 결과에 대해 불평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 존재하는 친숙한 관계를 맺고 있지 못한 의사-환자 관계는 정말 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중요한 의사-환자 관계는 위에서 보듯이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일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환자와의 상담은 병을 진단하고 단순히 약을 처방하는 행위를 넘어서는 관계의 문제입니다. 상담은 의사의 인격과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인격의 일부입니다. 상담을 할 때, 의사가 자기 자신과 자신의 경험의 일부를 전해줄 때 비로소 환자와 의사 사이에 인격적인 교제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상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상담자의 성품과 인격입니다.

 

상담자가 가져야 할 가장 필수적인 조건은 침착한 마음, 곧 상담자 속에 있는 평온입니다. 만일 의사가 자신의 어떤 문제 때문에 안정감을 잃고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유익한 상담을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환자를 다루는 실제적인 문제에서 필수적인 조건은 인내심입니다. 인내심이란 평온한 마음의 외적 표시입니다. 상담을 하는 의사가 인내심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또 상대방의 말을 듣고 있는듯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다면 그 상담은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의사는 듣기 훈련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려야 합니다. 놀랍게도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치유에 크게 도움을 더게 됩니다.

 

또 한 가지 필수적인 태도로는 참된 동정입니다. 환자가 신경증 환자라는 확신이 있다고 할지라도 인내심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환자들에게 병의 증상이란 매우 실제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환자에게 진실 되고 실제적인 관심이 없다면 상담자들은 환자들의 말을 인내하면서 듣지 않을 것입니다. 원론적으로는 환자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도 되는지 의문입니다.

 

상담자가 가져야 할 조건 중 꼭 언급하고 넘어가고 싶은 부정적인 태도는 잘 알지도 못하는 지식을 너무 장황하게 말하는 것입니다. 환자들은 자신이 매우 심각한 병에 결렸다고 생각을 하고 의사를 찾습니다. 그리고 매우 주의를 기울여 의사의 말을 듣습니다. 그런데 의사가 ‘아, 이것은 A 유형의 증상은 분명 아닌데, 그러면 혹시 B 아니면 C 증상이 아닐까? 그것도 아닐 수 있지!’ 라고 말한다면 가엾은 환자는 가능성에 불과한 원인들에 의해서 고통당하기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상담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자신의 입장이 아닌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라’라는 말로 귀결됩니다. 자신의 견해에 의한 잘못된 충고를 즐겨하거나, 기계처럼 차갑고 냉정한 의사가 된다면 상담자로서의 가치를 상실하는 것입니다.

 

상담자에게 필요한 것은 인내심과 동정심, 그리고 환자의 입장에서 보는 태도입니다. 상담자는 자신의 절대적인 입장만을 고수해서는 결코 안 됩니다. 왜냐하면 그럴 경우에 환자는 곧 마음의 벽을 닫아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상담자는 명령자가 아니라 단지 도움을 주는 존재입니다.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고 필요할 경우 의사표시를 강하게 할 수는 있지만, 환자에 대한 모든 행동들은 진정한 동정, 이해의 정신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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